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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부기 아빠 Mar 10. 2023

개발자의 띵언수첩 - 그림을 그리다

미래를 그려본다는 것에 대하여...


  파친코로 유명한 이민진 작가님의 책 중 파친코 이전에 쓰인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음식"이라는 장편소설이 있다. 나도 우연히 도서사이트의 추천으로 알게 되었고, '이민진', '뉴욕', '한국인 이민자'라는 키워드에 이끌려 구매하여 보게 되었다. 한데, 책이 1, 2 권으로 나뉘어 있고, 각 권이 거의 500페이지에 이르는 긴 분량이라 구매한 지 꽤 되었지만 아직도 1권을 읽고 있다. 장편소설이 괜히 장편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인 이민자와 그 2세들이 미국 사회에서 살아가며 겪을 수 있는 일들을 정말 재미있게 표현하였다. 한 권이 두껍긴 하지만 여러 개의 짧은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어 있고, 각 에피소드가 짧은 시트콤 한 편씩을 보는 것 같아 틈틈이 읽기가 수월하고, 내용도 각각 특색 있게 재미가 있다. 


  잘 쓰인 글은 멈춰 있는 글 속에서 생생한 영상이 자연스레 떠올라 흘러갈 수 있게 하는데, 이 책이 바로 그렇다.


  오늘 기록하고 싶은 띵언은 주인공 케이시가 그의 남자친구 케이와 결혼을 고민하는 과정 속에서 표현한 이야기이다.


"""


  "그림이 보이지 않아, 제이. 난 머릿속에서 그림을 보거든, 매일 아침마다 그림을 보는데, 우리 둘의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고, " (중략) 

  그제야 깨달았던 것이다. 확실히. 그림이 나타나지 않은 것은 일어나지 않을 일이기 때문이었다.


"""


  본문에서의 내용은 주인공 케이시가 남자친구 케이와 결혼했을 때의 모습들이 잘 떠오르지 않아 결혼의 확신이 서지 않는 과정에서 겪는 갈등 상황이었다. 조금 다른 관점에서 위의 상황은 내 머릿속에 꽤나 오래 머물러 있었다. 


  일어날 일, 즉 미래에 대해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그렇게 바라고 있다는 것이고, 혹 그림이 떠오른다는 것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종종 읽어왔던 자기 계발서들에서 비슷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 중 하나로 '미래를 계획함에 있어 생생하게 구체적으로 계획하라는 것'이 있었던 것 같다. 역(逆, converse)의 명제가 항상 성립하지는 않겠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내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그림을 구체적으로 그리는 것이 한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가능한 생생하게, 구체적으로, 시각화하며...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안될 것들은 안된다. 로또를 한 장 사고 아무리 1등 당첨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상상하며 시각화하더라고 로또에 당첨될 확률은 814만 분의 1이다. 시각화를 생생하게 하는 것보다 로또 한 장을 더 사는 것이 당첨 확률을 높이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내가 그림을 그려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

.


  그것을 찾아 그리고, 현실에서 이뤄져 가는 것을 보는 것이 나의 남은 삶일 것 같다.

    무엇을 그릴지에 대해서는 하루에도 수많은 생각들이 오고 가지만, 

      그 수많은 생각들 중 조금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들을 구별해 내는 것이 

        내가 매일의 일상에서 훈련해야 할 것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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