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메뉴는 구운 소고기를 곁들인 채소구이다. 팬을 들기름을 두르고 약한 불에서 마늘의 향을 낸다. 그 위에 편으로 썬 애호박과 표고버섯을 굽는다. 구운 채소 위 얇게 저며 로즈마리를 넣고 구운 소고기 세 조각을 올린다. 후추를 조금 뿌리고 맛있게 먹는다. 냠~
나는 이와 같은 조리법으로 채소만 달리해서 일주일째 먹고 있다. 풍미가 좋고 맛도 좋은 한 접시 요리이다. 하지만 맛있어서 먹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방사옥소 치료를 앞두고 해조류, 생선류, 우유 및 유제품, 달걀 노른자, 빵, 가공식품, 소금, 간장, 고추장, 된장의 섭취가 제한되었다. 채소와 약간의 붉은살 고기를 가지고 양념 없이 만들수 있는 쉬운 요리일 뿐이다. 식이 제한. 3년 전 처음 내분비 계통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이후로 나에게는 무엇을 얼마만큼 제한해야 한다는 규정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라캉이 '인간은 금지된 것을 욕망한다’하지 않았던가. ‘금지’는 ‘결핍감’을 낳았고 ‘결핍감’은 ‘허기’로 감각되었다. 나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들, 애초에는 좋아하지 않았지만 욕망하게 되어버린 음식들을 생각하며 나는 슬퍼했다. 슬퍼지면 겨울의 추위에 대비해 몸집을 불리는 다람쥐처럼 땅콩을 맹렬하게 먹었다. 살이라도 찌면 결핍감이 채워질지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아, 나의 어리석음이여! 여전한 나의 어리석음을 떠올리며 내 안의 허기를 들여다본다. 컴컴하고 막연한 내부의 공동, 그것이 음식으로 채워질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