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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f Dobby Oct 23. 2015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그의 열일곱 번째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

북촌방향이 가장 그 다운 영화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작품이 더 홍상수다운 영화라는 생각이 엔딩 크레딧을 보면서 든다.


홍상수의 영화는 어렵다 그리고 쉽다.

북촌방향에서 술집장면이 반복되듯이

같은 상황이 영화를 전후반을 나누듯이 나누어 그때와 지금의 모호함 속에 반복된다.

어느 것이 지금이고 그때인지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다.


영화의 기본적인 틀은 늘 그렇듯이 홍상수 스럽다.


일상에서 벗어난 낯선 장소

껄떡대는 영화감독

예쁜 여자

담배

카페


그렇게 그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배우들이

그의 영화에 익숙한 프레임에서 다른 이야기를 한다.


홍상수식 영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무척이나 지루하고 생경한 작품일  수밖에 없는 영화다.


지금과 그때가 모호한 기억의 부정확하에서

같은 장면은 조금씩 어긋나게 정확하게 반복된다.

가령

남녀의 대화의 위선과 솔직함을 넘나들고

화성행궁에서 스쳐가는 사람들이 다르고

희정이 화폭에 담는 물감색이 다르고

초밥집에서 테이블의 놓인 소주병의 위치가 다르고

그렇게

아주 자그마한 것부터

전혀 틀린 기억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래서 더 홍상수 스러운 영화다.

그의 영화를 좋아한다는 전제하에

이 계절에 꼭 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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