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점빵 문 닫기 전...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쓴다.
그 사이 이런저런 마음이 심란한 일들이 있어서 이기도 하지만
이 공간에 무엇을 써야 할지 혼란스러웠던 것이 더 크다.
지난달 23일 만 4년 넘게 접시를 내던 일산의 점빵 문을 닫았다.
작은 점빵 구석구석 내 손길의 흔적이 남아있고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던 공간이었던지라 아쉽기만 하다.
그 점빵 문을 닫는다는 공지를 하고
자주 찾아주시던 단골손님들은 한번 더 점빵을 찾아주셨다.
그렇게
점빵 문을 닫기 전
마지막 정찬 손님들의 접시 사진으로 아쉬움을 기억한다.
첫 번째 접시
까프레제 샐러드를 올린 브르스게따
까프레제 샐러드는
이탈리아 국기의 색과 같은 샐러드다
빨강, 하양 그리고 녹색
그래서 가장 이탈리아스러운 샐러드라고 말할 수 있다.
두 번째 접시
포트와인으로 플럼 베레 한 인살라타 깔도
호박, 가지, 양송이버섯을 버터에 볶고
포트와인으로 향을 낸 따뜻한 샐러드 접시다.
세 번째 접시
자페라노 리조또
샤프란을 넣은 리조또 접시다.
리조또를 조리하기에 가장 적합한 이탈리아산 카롤리나종의 쌀로 조리했다.
네 번째 접시
트러플 풍기 크림 페투치니 파스타
트러플 페스토와 생크림이 듬뿍 들어간 파스타 접시다.
단면적이 넓은 페투치나면과 트러플 크림이 조화로운 파스타 접시다.
다섯 번째 접시
마이알레 알라 포르노
통삼겹살을 오븐에서 30분마다 돌려가며
2시간 동안 구워낸 접시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수육처럼 부드럽다.
소금과 함께 먹어도 좋지만 오리지널 머스터드와도 어울린다.
여섯 번째 접시
깔라마로 네로
오징어살을 가늘게 채 썰고
갑오징어 먹물과 무염버터로 볶은 후
채 썬 대파를 얹어낸다.
의외로 와인과 잘 어울린다.
일곱 번째 접시
훈제연어 스테이크
훈제연어 스테이크 위에 타르타르 소스를 올리고
그 위에 무순을 얹었다.
마지막 여덟 번째 접시
립아이 스테이크
그렇게 마지막 접시를 내고
단골손님과 안녕을 한다.
요리사는 접시로 손님들과 소통한다.
점빵 문을 닫고
지금은 잠시 휴식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일산을 떠나
이 시간들이 지나면
다시 서울 하늘 아래 새로 점빵 문을 열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접시를 내지 않는 시간들이 조금은 낯설기만 하다.
쉬면서도 마음은 분주하기만 하다.
그 허여 된 쉼의 시간 동안 이 공간에 무엇을 적을 것인가도 고민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