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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 네시 Nov 26. 2021

MBTI에 진심이 되어간다.

ENFP가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니.. 칭찬해!

"너 A형이지? 왜이렇게 소심해??"

"아닌데? 나 O형이거든? 흥!!"


유치해보이는 대화지만 우리는 꽤나 오랜 세월동안 혈액형 4가지를 갖고 사람들의 성격(성향)을 판단(단정)하곤 했다. 얼추 맞는 것 같다가도, 어떨 땐 또 아닌 것 같기도 해서 맹신하진 않았지만 무언가 불확실한 상태를 찜찜해하는 인간의 성향상 애매함을 확실함으로 규정짓는 도구로 '혈액형'을 이용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던 중, 최근 MBTI라는 성격 검사를 알게 되면서 '신세계'를 발견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니, 나를 이렇게 잘 표현한다고..?'

'이건 그냥 나잖아...'

'아니, 누가 나 사찰하나..??'


이런 생각들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MBTI를 접한 사람들 대부분의 반응이었다. 요즘 뭔가를 검색할 때 유튜브를 자주 이용하는데, 한번 MBTI 관련 영상을 보고 나면 연관 영상이 주르륵 떠서 얼떨결에 많은 영상들을 보게 됐다. 영상 댓글들의 90% 이상은 '똑같다', '핵공감' 등등의 단어들로 도배가 되어있는데, 나의 성향인 ENFP 뿐만 아니라 다른 유형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인 걸 보면 이게 꽤 효과적인 성격 검사인 걸 인정해야 할 듯 하다.


혈액형보다 무려 4배가 많은 16가지 유형의 성격(성향)이 있는 MBTI는 마이어스-브릭스 모녀가 저명한 심리학자 카를 융의 분석심리학을 토대로 개발해낸 성격 지표라고 알려져 있다. (나무위키, 한국MBTI연구소 홈페이지 참조) 말은 어렵지만, 한마디로 심리학자의 이론을 공부한 두 사람이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사람들을 분석하는 방식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꽤 흥미로운 점은, '한국MBTI연구소'가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는데 홈페이지에 접속해보니 이 성격 검사를 매우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내가(아내도 함께) 이 검사에 푹 빠진 후로 하나의 습관이 생겼는데, 같이 근무하는 직원이나 지인들의 MBTI가 뭔지 추측하고 맞추는 일이 그렇다. 처음에는 매우 자신있어 했으나, 정 반대로 틀리는 경우도 있어서 '확실히 나는 분석가 스타일은 아니야..'라며 스스로를 합리화하기도 했다. (ENFP는 분석과 사실보다는 감정과 관계를 중시하는 유형에 속한다) 어쨌든, 재미가 있다는 것이 중요한 점이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사람들에게 빨리 MBTI 검사를 해보라고 독촉하고 싶지만 뭔가 맹신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마음과, 나의 이런 강요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하루에 한명' 정도만 '넌지시' 물어보고 있다. 생각보다 소심한 ENFP이기도 하다. 


소위 '찐'ENFP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댕댕이st'(강아지처럼 장난기 많고 활력있다는 뜻), '열정러', '인싸' 등의 이미지들을 갖고 있다고 한다. 어딜 가나 분위기를 잘 띄워서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좋은 편이고, 열정적으로 모든 일에 참여하는 편이라 '열심히 산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하는데..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그런 이미지 때문에 피곤하기도 하다. 나의 경우는 평생(?)을 그렇게 살다 보니 나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과 제대로 된 휴식을 가질 줄 몰라 몸과 마음이 어느새 상해버려 치료가 필요한 케이스였다. 한번 상하고 나니, 회복이 쉽지 않아(나이탓도 있지만 체계적, 분석적으로 나를 케어하지 못한 탓도 크다) 꽤 긴 시간을 나에 대한 투자로 보내고 있다. 돈도 웬만하면 허투루 쓰지 않고 양질의 음식, 운동, 지식(강의, 책)에 투자하는데 집중하고 있으며 특히 '시간'을 최대한 나와 아내 둘에게 집중적으로 쓰고자 노력 중이다. 


그렇게 4년 가까이 쓰다 보니, 스스로 꽤 많은 성장을 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정말 솔직히, 아프기 전에는 나 혼자 무언가를 고민하고, 생각하고, 계획하고, 칼을 갈고(좀 무섭군), 훈련하고, 시도하고, 실패하고, 분석하고, 재도전하는 등의 과정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되는 대로 살았다. 물론 짧은 순간 순간을 집중해서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운과 요행의 힘으로 이룬 것들이 많았다. 내가 만약 부모님의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었던 흑수저였다면 아마 나는 진작에 경쟁에서 밀려 구석에서 눈물젖은 빵을 먹으며 남들을 부러워하며 살았을 지도 모른다(너무 극단적인가). 


아팠던 순간들은 꽤 많이 힘들었고, 지금도 극복 중이지만 그때의 충격이 있었기에 무계획적이고(계획 세워도 한달을 못감) 감정적이었던 내가 조금은 계획적이고 이성적(논리적)으로 바뀔 수 있는 전환점으로 맞이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찐ENFP(재기발랄한 활동가)에 가까웠던 내가, 때로는 ENTP(뜨거운 논쟁을 즐기는 변론가), 또 어떨 땐 ENFJ(정의로운 사회운동가)처럼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듯이 말이다. 


물론, 성격 검사는 어디까지나 하나의 불완전한 수단에 불과할 수 있다. 어찌 수십억의 사람을 16가지의 유형만으로 구분지을 수 있겠나.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사람은 불확실하고 애매한 걸 싫어한다. 어떻게든 알기 쉽게, 이해하기 쉽게 구분지어서 판단하고 싶어 하고 또 공감하고 싶어 하는 게 사람이다. 그리고 단순히 그런 걸 넘어, 솔직히, 꽤 잘 맞는 부분이 있으니 이렇게 사람들이 열광하는 거 아니겠나? 이런 거에 쉽게 빠져드는 나야 그렇다 치고, ESTJ(엄격한 관리자)인 내 아내가 이렇게 공감하는 걸 보면 범상치 않은 놈이 나타난 것이 틀림없다. 오늘은 여기까지.. 

(글이 오늘따라 더 산만한 게, 찐ENFP스럽다)


여러분의 MBTI는 무엇인가요?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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