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건네는 위로가 소용없어질 때
언제부터였을까, 누구의 어떤 위로로도 내 하루는 나아지지 않는다. 대충 흘려듣고는 의무감에 몇 마디 툭 뱉어내던 서운한 말들과 혹여나 더 상처받지는 않을까 조심스럽게 건네던 고마운 말들. 모두 성에 차지 않는다. 그 차갑거나 따뜻한, 어쨌거나 세심한 마음들을 받아든 채, 나 역시 몇 문장 뱉어낸다. 그 또한 의무감에. “고마워, 이제 괜찮아.”
반복되는 몇 번의 시도들. 결국 나는 나의 우울과 실패와 슬픔들을 내보이지 않기로 다짐한다. 다짐보다는 그냥, 그렇게 됐다. 그들에게 잘못을 돌리지는 않기로 한다. 그래서 어떤 말을 듣고 싶은 건지, 나조차도 모르면서 남들에게 미뤄왔던 거니까.
여전히 찾아오는 우울과 실패와 슬픔은 이제 온전히 내 몫이다. 그것들이 고여서 썩고 있는 건 아닐까, 틈을 내어 들여다본다. 고여있지만 썩지는 않았다. 아니, 자세히 보니 흐르고 있다. 어제의 우울은 오늘의 어떤 것에 밀려 떠내려간다. 그것은 슬픔인 것 같기도, 즐거움인 것 같기도 하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모르지만 혼자서도 잘 해내고 있는 것 같다. 내 몫은 내가. 누군가에게 떠넘기지 않아도 괜찮을 수 있다. 오늘 내 하루가 나아지지는 않았지만, 괜찮다. 언젠가는 나아질 것 같다. 그걸로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