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디 1
은인자중(隱忍自重)이란 말이 있다.
밖으로 드러내지 아니하고
감추고 참고 신중히 하란 뜻이다.
무엇을?
몸가짐을.
은인자중(隱忍自重)은
윗사람에게도 또 아랫사람에게도
똑같이 행동해야 한다.
흔히 우리는 힘센 윗사람에게는
참고 감추어 행동하지만
아랫사람에게는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때로는 나이나 경륜이 가로막아
윗사람임을 과시하고
또 대접받기를 원한다.
마디 2
주역 4-5에는
“육오는 어린이처럼 어리숙하면 길하다
[육오(六五) 동몽(童蒙) 길(吉)]”라는
구절이 있다.
몽(蒙)은 ‘덩굴풀의 이름’이다.
덩굴풀이 우거지면 낮에도 밤같이 어둡다.
그래서 ‘사리에 어둡다, 어리석다,
뒤집어쓴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왜 주역은
최고 권력자 육오에게
어린이처럼 어리숙하기를 원할까?
윗사람 즉 상구는
아래 왕이 여성이라 여리고 무른 것을 알고
상왕으로서 마치 본인이 왕인 것처럼 행동한다.
그러므로 최고 권력자 육오는
상구 앞에서는
은인자중(隱忍自重)하며 참고 지낸다.
그런데 육오는
정작 그녀에게 진정 힘이 될 사람에게는
아랫사람이어서 공경과 예를 다해
내 사람으로 만드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상구는 나이로 보나
사리로 보더라도
뒷방으로 물러나야 정상이다.
육오는 진정 힘이 될 사람을
내 사람으로 만들어 함께
그런 날을 위해 싸워야 한다.
최고 권력자 육오는
아랫사람인 구이를 공경과 예로서 대하고
여성 연합세력의 틈바구니에서 풀어주도록
정치력을 동원해야 한다.
나이 많은 유비가 젊은 제갈량을 대하듯.
그런 상황이 되도록
주역은 동몽(童蒙)을 얘기하며
최고 권력자 육오에게
넌지시 직면시키고 있다.
최고 권력자에게 ‘어린이처럼 어리숙하게’
행동하라고 하면 백이면 백
몹시 기분이 나빠 거부할 것이다.
가뜩이나 육오는 상구 때문에
왕으로서 권한 행사도 어려운데
나이 어린 구이에게 어리숙한 듯이
자기를 낮추라 하니까.
그러나 정권의 안정,
나아가 민중들의 안락한 삶을 위해서는
아래 사람이더라도, 됨됨이를 믿고
자기를 낮추어 공경과 예로서 구이를 대해야 한다.
동몽(童蒙) 즉 ‘어린이처럼 어리숙하게’ 행동하라 함은
은인(隱忍) 즉 ‘감추고 참아내다’라를
행동으로 보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