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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u Chun Oct 29. 2020

블록체인 서비스에 필요한 디자인 관점

디터람스 디자인 원칙을 바탕으로 바라보기


블록체인에서 좋은 디자인은 무엇일까? 그에 대한 답을 제품 디자이너 디터 람스(Dieter Rams)에서 찾아보았다.

디터 람스는 브라운(BRAUN) 수석 디자이너로 독일 대표적인 산업디자이너이다. 애플(Apple)의 iOS 인터페이스에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이며, 실제로 애플 수석디자이너였던 조나단 아이브는 디자인 영감을 디터 람스에게서 받았다고 밝혔다. 제품의 외형보다 사물의 본질과 역할에 주안점을 두었던 디터람스를 통해 블록체인 서비스에 필요한 관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좌) BRAUN 계산기, (우) iOS 계산기


그는 시장에 더 빠른 자동차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더 현명하고 좋은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의 운송 기술에 대해 고민하고 50년 뒤에 변화할 교통 체계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쉽게 빠지는 ‘미화’와 쉽게 놓치는 ‘본질’

디자인은 미화가 아니라 더 나은 것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Less, But Better”라고 말했다. 디자인은 미화에 가까워질수록 ‘유행’에 집중하고 더 나은 것에 가까워질수록 ‘본질’에 집중한다.

하라 켄야 ‘디자인의 디자인’에 소개된 ‘이쑤시개’ — 가장 ‘본질’에 집중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디터 람스가 말했던 운송 산업에서 ‘미화’는 스포츠카를 들 수 있다. 나아가 ‘본질’은 전기차 또는 고속도로 인프라를 말할 수 있다. 같은 운동 수단이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전기차와 운송 과정이 더 효과적인 고속도로 인프라는 운송 산업을 더욱 발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블록체인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사용자 경험(UX)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미화’에 그치고 있다.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블록체인 서비스가 아니다. 블록체인으로 바뀔 좋은 세상이 무엇인지 ‘본질'을 생각하는 것이다. 10년 뒤, 더 좋은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을까? 물론 나는 그 고민의 일부분 해결하는 역할이 블록체인의 분산 원장 기술에 있다고 믿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관점

첫 번째, 왜 블록체인을 사용하는지 철저하게 고민하는 것이다. 두 번째, 사용자가 설명서 없이도 블록체인을 사용할 수 있도록 요소를 압축하고 불필요한 부분은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블록체인만 도입하는 서비스가 너무 많다. 기존에 존재하던 서비스를 복제하는 것에 불과하며, 나아가 중앙화된 시스템보다 더 나은 점이 없다. 결과적으로 사용자 입장에서는 더 불편해졌다.

디터 람스가 주장했던 디자인 원칙을 생각해보자.  


좋은 디자인은 혁신적이다.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유용하게 한다.

좋은 디자인은 심미적이다.

좋은 디자인은 제품 이해를 돕는다.

좋은 디자인은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

좋은 디자인은 정직하다.

좋은 디자인은 오래 지속되어야 한다.

좋은 디자인은 마지막 디테일까지 일관적이다.

좋은 디자인은 환경친화적이다.

좋은 디자인은 가능한 최소의 디자인이다.


사실 위와 같은 원칙은 대입할 수 있는 ‘공식’이 아니다. 세상을 이롭게 하는 ‘태도’에 가깝다. 디터람스의 디자인 원칙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 시장은 블록체인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정의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탈 중앙화 이념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분산화 시스템이라고도 본다. 요즘 들리는 기사를 보면 디지털 자산 대체재 느낌도 강하다.


이렇다 보니 블록체인 서비스 디자인에서 ‘쉽다’만 쫓는 건 ‘진짜 문제’의 발견 없이 시각적인 생략만 진행했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디자인 포트폴리오 서비스인 비핸스, 드리블, 핀터레스트 내 크립토 월렛(Crypto Wallet) 작업물만 보아도 그렇다.


블록체인 기술은 투명하고 중립적이며, 자율적이라는 특징을 가진다. 디터 람스가 말하는 좋은 디자인의 역할(세상을 바꾸는 역할)과 유사하다. 블록체인은 충분히 좋은 디자인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아쉽게도 적절한 사용처를 찾지는 못했다.


서비스를 쓰는 ‘사용자’

현재 블록체인은 규제와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해 당장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만들 블록체인 서비스는 지금의 세대가 아닌 다음 세대가 더 유용하게 사용할 확률이 높다. 오히려 질문을 ‘10년 뒤 사용자는 어떤 분산 시스템을 쓸까?’에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미래의 금융은 어떤 역할을 할까?’,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이롭게 할까?’ 신기하게도 블록체인의 ‘투명성’과 ‘중립성’, ‘자율성’은 10년 뒤 경제활동 주체로 성장할 Z세대의 특징과 유사하다.

여담이지만, 핀테크 혁신이 일어나는 지금도 로빈 후드(Robinhood)라는 멋진 서비스를 한국이어서 써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아쉽다.

물론 미래의 서비스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 블록체인이 아닐 수도 있다. 다만 우리 주변의 서비스들을 보면 점차 개인화, 분산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좋은 디자인은 세상을 위해 무언가를 달성하려고 할 때 극적으로 이뤄졌다. 지금의 핀테크 시장과 코로나19팬데믹으로 생겨난 비대면 시장처럼.


우리는 끊임없이 세상의 문제를 발견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더불어 현업에서는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가 더욱 필요하다. 그런 뒤에 디터 람스의 말처럼 단순함으로, 순수함으로 돌아가야 한다.


맺으며

블록체인 개발자도구 옥텟(octet)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보다 변화할 ‘시장'에 관심이 많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블록체인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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