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는 가장 투명한 데이터베이스
대부분 사람들이 블록체인을 '정보가 담긴 블록(Block)이 연결된 체인(Chain)'이라고 표현하지만 막상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뭐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다는 걸까?
예를 들어, 내가 100만 명이 모인 광장에서 모두에게 "1억을 주겠다."고 말하면 어떻게 될까? 100만 명의 사람들은 내가 1억을 준다는 사실(정보)을 기억하고, 돈을 달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1억을 주겠다'는 약속을 어떻게 거부할 수 있을까? 100만 명 모두에게 편지를 쓸 수도, 술 한잔 하면서 사실은 거짓말이었다고 말할 수도 없다. 이처럼 동시에 많은 사람에게 기록된 정보는 쉽게 바꾸기가 어렵다. 이런 원리를 바탕으로 수정 불가능한 기록 일지를 구현한 것이 블록체인이다.
- 블록(Block) : 1억을 준다는 사실이 저장됨
- 체인(Chain) : 광장에 모인 100만 명의 사람들
- 특징 : 1억을 준다는 사실을 100만명이 알고 있음. 쉽게 수정할 수 없음. 정보를 알기 전 상태로 돌릴 수 없음.
블록체인은 정말 '잘 기록하는 기술'이다. 나아가 정보를 '더하는 것(+)'만 가능하고 해당 기록을 '삭제'하거나 '수정'할 수 없게끔 설계되어 있다. 계속 기록이 더해지는 블록체인은 도대체 어디에 쓰일 수 있을까?
스타벅스 커피 원료가 어디서 만들어졌고 언제 한국까지 왔는 지를 알아볼 수도 있고, 내가 먹는 회가 후쿠시마산인지 아닌지를 확인해볼 수 있지 않을까?(만약 가능하다면 말이다.) 해당 '기록일지'는 정보가 수정되지 않기 때문에 후쿠시마에서 유통이 된 것인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백신 여권에 블록체인을 도입하겠다고 하는 맥락과 비슷하다.
사실 투명한 기록 기술은 금융에 가장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2008년 리먼 브라더스의 금융위기 사례를 들 수 있다. 우리는 자산을 잘 관리해줄 거라 믿었던 중앙 금융 시장이 부실채권을 판매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그 결과, 시장 경제가 흔들렸고 사람들은 중앙 금융에 대한 신뢰 문제를 제기했다. 나아가 사람들은 금융의 전 과정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길 바랬다.
이 시기에 나온 논문이 비트코인 : 개인 간 전자 결제 시스템(Bitcoin :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다. 비트코인이라는 논문에서 투명하게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기록 기술을 설명했고 블록체인이 탄생하게 되었다. (해당 논문도 2008년에 나왔다.)
이처럼 비트코인이라는 논문을 통해 블록체인이 세상에 알려졌고, 현재는 해당 개념을 적용한 블록체인 기술 기업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이더리움, 에이다, 클레이튼, 트론, 폴카닷 등 여러 이름으로 존재한다. 조만간 블록체인 기술 설명과 함께 기업별 블록체인 특성을 다뤄볼 예정이다.
블록체인이라는 단어가 사람들 간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뿐, 블록체인의 기술은 간단하다. 잘 기록하는 기술. 다음 글에서는 블록체인이 왜 투명한 기록 방식을 가졌는지 기술 관점에서 서술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