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esser panda
Jun 08. 2021
ㅡ 지금의 내 심정은 마치 낯선 여행을 온 것 같다.
사수가 나가고 난 뒤 의지하던 사람도 없어지고 심적으로
힘든 건 맞았다.
역시 있을 때는 모른다. 빈자리가 얼마나 큰 건지.
빈자리가 크다는 건 그만큼 나한테 중요한 존재였던 거다.
환경이 바뀐다는 건 엄청난 변화를 일으킨다.
나는 같지만 옆에 있는 사람이 달라지고 문화가 달라지면
완전히 다른 내가 되기도 한다.
회사 사람들은 희한하게 손톱깎이를 다 갖고 있었다.
대표는 대표실에서 1주일에 몇 번씩 손톱을 깎았다.
ㅡ띡, 띡, 띡
우리 회사의 직원들 모두 서랍 속에 손톱깎이를
하나씩 갖고 있었고
직원들은 업무시간에도 돌아가면서 회사에서 손톱을 깎았다.
서랍 속에 손톱깎이가 있길래 사수가 여기는 대표를 비롯해
손톱깎이를 다 하나씩 갖고 있다고 하나 남는 게 있는데 주겠다고 했다.
손톱을 왜 굳이 회사에서 깎는 건지 집에서 해야 하는 개인적인 일이 아닌가.
공과 사의 구분은 그 회사의 문화에 따라 달라지나 보다.
내가 상식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어디에서는
통하지 않기도 한다.
아주 작고 사소한 습관 일지 몰라도 개인에게는
다름을 견딜 수 있으면 적응하는 것이고 아니면 논란거리다.
집단 문화와 습관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눈치보기이자 비위 맞추기가
사회생활의 방법 내지 생존수단 같은 것이다.
그 소리는 나를 괴롭혔다.
내 생각이 손톱 깎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손톱은 집에 가서 깎지. 더럽게. 대표가 방 안에서 손톱 깎는 여유라니.
일이 없으면 밖에 나가 일을 따오던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딱딱 손톱 깎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그때가 되면 층마다 있는 휴게실로 달려가곤 했다.
클래식이 나오고 비데가 있는 깨끗한 화장실 옆에 마련된 전망 좋은 휴게실로의 피신.
모르는 회사 사람들과도 마주칠 수 있지만
사람들은 그리 많이
이용하지 않아 한적해서 더 좋다.
잠시 머리도 식히고 팔걸이가 없어서
누울 수도 있는 연결된 의자다.
가끔 누워서 잠시라도 휴식을 취하면 피로가 확 날아간다.
반대쪽에도 화장실과 휴게실이 있다.
가끔 무리 지어 다니는 회사 사람들의 소문 같은 것이
휴게실 나오는 사이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기 전 작은 틈새로 들리기도 했다.
옥상에 골프장 겸 하늘전망의 산책길도 있지만 날씨가 황사로 가득해서 자주 가진 않는다.
사수랑 밥 먹고 구경 겸 한 두 번 커피 들고 산책 겸 갔었는데
거기서 배드민턴을 치던 사람들도 있었다.
사수가 나가기 전에 술 마시던 멤버들과도 다 거리를 두고 나랑만 놀아서 사수가 나간 후 난 누구도 마음을 터놓을 수 없었다.
그래도 누군가와는 소통을 하고 지내야 하니 두루두루 일상의 잡담 정도는 하고 지냈다.
거래처와도 전화와 대면 몇 번이면 가벼운 농담부터 회사와 취미의 공통점을 찾아
몇 시간은 거뜬히 얘기할 정도의 넉살은 확보했다.
가끔 내부에서 분위기가 안 좋거나 머리도 식힐 겸
거래처로 도망가서
업무 인사 겸 놀기도 하고 지내던 차에 거래처에서의 문제들이 신문에 하나 둘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미지로 먹고사는 기업들의 구태의연한
내부자의 만행이 수면 위로
올라와 기업과의 거래로 서비스한 것들이 무산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ㅡ xx기업 사회적 물의 일으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