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esser panda
Apr 20. 2023
ㅡ"회사가 어려워서 나가줘야겠네."
분기별로 정리해고를 하던
작은 회사에서 점점 더 작은 회사로
되어버렸다.
그 중에 나도 포함.
여러 사람들을 떠나 보내고
헛헛한 마음과 같이
나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줄은
꿈에도 몰랐다.
며칠을
충격의 도가니 속에
사로 잡혀 미친듯이 이직할 회사를
찾았다.
2달간의 기한이 남아 있었다.
그때까지 완성해야 하는 나의 미션은
회사의 매뉴얼을 작성하는 것과
다른 회사를 찾아보는 것,
마지막으로 이 회사를 노동청에 신고할 것이냐
말것이냐는 기로에 서 있었다.
우선 내 밥그릇 먼저 챙기고
해야 할일 중에서도 우선순위를 챙겨가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어쩌다가 이런 일이
넌지시 선배가 얘기해주었지만
입사한지 1년도 되지 않는 신입직원에게
아무런 이유없이 퇴사종용이라는 어이없는
경우를 당하고 나니
실소가 터졌다.
선배는 이 회사에 없으면 안되는 인재라서
떠나지 않을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다른 회사로 이직할 야망이 없는
아니 꿈을 포기한 것 같은 사람이었다.
나에게도 선배는 많은 도움을 주었지만
난 이해할 수 없는 사고방식을 항상
갸우뚱하며 의아해하곤 했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선배가 밥을 사주며
하는 허심탄회한 그의 포부는
30대초반이 가지기에는 현실에
안주하는 삶이라고 느껴져
안타까웠다.
정리해고 당하는 내 신세보다야
낫겠지만 도전해보지 않고
작은 곳에서 결혼도 이직도 포기한
삶은 정말 초라해보였다.
선배를 반면교사 삼아 내 처지는 20대중반,
젊디 젊은 나의
창창한 미래는 앞으로 더 나은 회사도
미래도 밝게 펼쳐지리라
상상하는 자에게 주어질 거라
믿었다.
긍정적인 내 생각은 들어맞았고
새로 면접 본 회사에서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