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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이 Aug 17. 2019

내가 해본 러시아 쇼핑

상트페테르부르크 리포트 7

오늘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한 달간 살면서 해본 식료품 쇼핑과 우체국 경험을 소개한다. 예전 글에서도 여러 번 말했지만 가격에 대한 정보는 내가 지냈던 2018년 가을 물가를 반영한다.

 

식품을 살 때는 작은 골목상점보다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슈퍼마켓에 가는 것이 신선도와 가격 면에서 좋다고 생각한다. 한 번은 호텔 옆 구멍가게에서 군것질거리를 샀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포장지에 적힌 날짜가 1년이나 지나 있었다. 그 날짜가 제조일인지 유통기한인지 모르겠지만 어떤 기준이라도 1년이 지났으면 오래된 상품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군것질을 하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또 골목상점에서는 제품 위에 가격이 쓰여 있지 않아 주인아저씨가 부르는 대로 값을 지불했기에 슈퍼보다 더 비쌌다. 보통 쇼핑몰 지하에 큰 슈퍼마켓이 하나씩 있고 또 몇 골목 넘어 Spar 같은 슈퍼마켓 체인이 있으니 그곳에서 장을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러시아에서는 수돗물은 마시면 안 좋다고 한다. 수도관이 낡아서 식수로 사용하기에는 몸에 해롭다는 말을 여러 번 들어서 차를 끓여 마실 때도 생수를 사다가 사용했다. 물값은 2리터에 50-80 루블 정도, 또 세일할 때는 50 루블 이하로도 했다. 다만 매일 무거운 물통을 나르는 게 힘들었다.  


슈퍼에 가면 놀라게 되는 점 중 하나가 야채와 과일이 생각만큼 싸지 않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야채와 과일이 자라기 힘든 환경이어서 많은 것들을 수입한다고 한다. 또한 경제제재와 같은 무역장벽 때문에 수입한 식료품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이 비싸다고 한다. 러시아 사람들이 많이 소비하고 국내에서도 생산되어 비교적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제품군 중 하나가 유제품인데, 특히 러시아식 코티지치즈, 트보록이 유명하다. 겉표지에는 творог (tvorog) 로 써 있고 베이킹이나 디저트 재료 등 다양하게 소비된다. 그 외에 케피르 (кефйр, kefir) 라는 요거트 비슷하면서도 그보단 연한 발효유 드링크를 많이 팔았다. 


나는 지리적 접근성 때문에 러시아에 오면 조르지아 와인이 많을 것을 기대했다. (조르지아는 와인이 만들어진 본고장으로 특유의 저장 방식과 맛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와인 전문점에서도 조르지아 와인은 찾기가 힘들었고 파는 개수도 몇 가지 없었다. 대부분의 와인은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독일과 같은 유럽의 주요 국가에서 수입해 왔으며 가격도 유럽에서보다 훨씬 비쌌다. 아마도 러시아에선 러시아산 보드카를 마시는 게 좋은 선택인건지도 모르겠다. 


슈퍼에서 화장품이나 휴지 등 생필품을 찾기는 힘든데 처음에 도착했을 때 근처에 드럭스토어가 눈에 많이 띄지 않았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서 알게 된 건데 구글맵에서 찾을 때 드럭스토어 (drug store) 보다는 코스메틱 샵 (cosmetic shop)이라고 해야 검색이 되었다. 또 시내 곳곳에 watsons가 눈에 띄었는데 한국 제품도 많아서 생필품을 사는데 불편함은 없었다. 사실 러시아에 와서 놀란 점 중 하나는 한국의 죽염 치약이라던가 비누 같은 제품이 슈퍼나 약국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는 것이었다. 간혹 가다 한국에서 사라진 추억 속의 파란 세탁비누도 보았다. 도시락 컵라면과 초코파이 또한 자주 보였다. 마지막으로 러시아 사람들은 돈 거슬러 주는 걸 불평한다. 그래서 잔돈이 없으면 눈치가 보였다. 또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지 않기 때문에 쓰레기봉투 한 개에 모두 넣어 건물 앞 컨테이너에 버린다. 쓰레기 컨테이너는 거의 매일 수거해 갔다.


돔 크니기 (Дом Книги, Dom Knigi) 

돔 크니기는 책의 집이라는 말로 같은 이름의 책방이 몇 군데 더 있는 것 같지만 네브스키 대로에 있는 곳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큰 서점이다. 네브스키 대로 카잔 성당 맞은편에 위치해 있는데 굳이 위치를 말하지 않아도 근처에 있으면 그냥 지나치기 힘들 정도로 눈에 띄는 건물이다. Singer라는 재봉틀 회사가 1902년 이 건물을 사서 지금의 형태로 건물을 보수했는데 그 시대 새로운 기술들을 동원해서 철근과 유리가 조합된 건물 위 타워를 만들었다고 한다. 돔 크니기는 1938년 이곳에 문을 열어 전쟁 때 붕괴된 곳을 보수하기 위해 잠시 문을 닫았던 때를 제외하고 70년 넘도록 네브스키 대로를 지키고 있다. 돔 크니기 1층에는 책 외에도 문구점이 있어 기념품을 사기에 좋다. 특히 엽서가 종류별로 다양하고 가격도 다른 기념품과 다르지 않아 나는 이곳에서 친구들과 가족에게 보낼 엽서를 샀다. 


네브스키 대로에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돔 크니기


혹시 러시아에 있는 동안 손으로 쓴 편지나 엽서를 써서 다른 나라로 보내고 싶으면 우체국에 찾아가면 된다. 구글맵에서 “russian post”라고 치면 시내 곳곳에 “Почта России”라는 우체국이 검색되는데 나는 내가 있는 곳에서 가까운 우체국에 가서 내가 쓴 엽서들을 무작정 들이밀었다. 창구에 있던 여자는 뭐라 뭐라 했지만 나는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는 엽서 주소란에 적힌 목적지 나라들을 살펴보고 엽서가 몇 개인지 세고선 총 얼마라고 숫자를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내가 못 알아듣고 그냥 100 루블짜리 지폐를 들이밀자 그게 아니라면서 숫자를 다시 말한다. 내가 그게 얼마라는 소리일까 주섬주섬거리자 뒤에 서있던 여학생이 나서서  영어로 그 숫자를 번역해 주려고 했지만 그 또한 영어가 짧아서 실패했다. 창구의 여자는 결국 숫자를 종이에 써서 가격을 알려줬다. 국제 우표 한 개당 50 루블 해서 나는 총 600 루블을 냈다. 돈을 받고 나서 그는 엽서마다 항공우편이라는 도장을 찍고 나에게 스티커 타입의 우표를 여러 개 주며 이렇게 하나씩 붙이라고 예를 보였다. 나는 그러겠다고 “Да (da)” 라고 답하고선 우체국 뒤편 책상에 와서 우표를 붙이고 엽서들을 우체통에 넣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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