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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이 Mar 15. 2019

베를린의 대중교통 파업,
걸어서 공항 가기?

베를린의 우산 2

파리만큼 자주는 아니지만 베를린에서도 종종 공공서비스 파업을 경험하게 된다. 그것이 대중교통수단이면 자가용이 없는 사람들은 난감 해지기 마련이다. 내가 오늘 경험한 베를린의 대중교통 파업 이야기를 통해 베를린 시민들은 파업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알아보자.   



파업의 배경 

베를린의 대중교통은 BVG(베파우게)라고 하는 시 소속의 공영 회사가 운영한다. 독일에는 ver.di(베르디, 혹은 Verdi라고도 한다)라는 전국에서 두 번째로 큰 서비스직 노동조합이 있는데 BVG의 근로자들도 이곳 소속이다. 올해 초반부터 Verdi가 BVG와 임금 조정을 시작했는데 협상에서 Verdi가 자신들의 요구를 강력히 피력하기 위해 파업을 선포한 것이다. 그들의 주된 요구는 임금은 유지하되 일하는 시간을 주 36.5 시간으로 줄이는 데 있다. 지금은 대부분의 근로자가 주 39시간을 일한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BVG는 이미 올해 1100명의 근로자가 부족한데 530명의 근로자를 추가로 더 채용해야 하기 때문에 Verdi의 요구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참조: Berliner Morgenpost 2019. 03. 14. A). 



대중교통 파업에 걸어서 공항 가기?

2019년 올해의 첫 번째 대중교통 파업은 지난 2월 15일에 있었다. 이날은 버스와 전철이 새벽부터 정오까지 모두 운행하지 않았고 나도 그 덕에 오전에 발이 집에 묶여 있었다. 추정하기로 이때 52만 명 정도의 사람이 피해를 봤다고 한다 (참조: Berliner Morgenpost 2019. 03. 14. B). 올해의 두 번째 파업은 한 달 뒤인 3월 14일에 한다고 바로 전날 공표되었다. 그런데 그게 하필 내가 짧은 여행으로 공항으로 가야 하는 날인 거다. 베를린에는 공항이 두 개가 있는데 그중 테겔(Tegel) 공항은 기차선로 연결이 없고 버스로만 접근할 수 있는 곳이다. 물론 자동차가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나는 자동차도 없고 짐이 많지도 않아서 선뜻 택시를 타겠다고 결정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전날 파업이 알려지고 나서 공항에 가는 대안 정보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예전 파업 때 공항에서 셔틀버스를 제공했다는 정보가 있었다. 그래서 먼저 공항에 전화를 걸었다. 총 두 번을 걸었는데 처음에 전화를 받은 상담원이 셔틀버스는 아직까지 정해진 게 없으니 나중에 다시 전화를 하라고 했다. 그래서 오후 늦게 다시 전화를 걸었는데 그때 전화를 받은 상담원은 그건 공항 주관이 아니니깐 파업하는 사람들한테 물어보라는 황당한 답변을 했다. 하는 수 없이 저녁까지 트위터와 웹사이트를 오가며 정보를 얻었다. 베를린 공항 트위터에는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전철역에서부터 아우토반을 따라 걸어서 공항에 오라는 안내문도 올라왔다. 총 2.4km의 거리이고 걸으면 30분이 넘게 걸린다는 정보와 함께. 내일 하루 종일 비가 온다는데 캐리어를 끌고 우산을 쓰고 걸어서 공항에 오라고? 나는 혹시나 몰라 캐리어에 쌌던 짐을 풀어 배낭에 다시 넣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나중에 공항 측에서 가장 가까운 전철역(Jakob-Kaiser-Platz)에서 공항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한다는 정보를 읽었다. 하지만 버스의 배차 간격이 일정하지 않다고 했다. 또 얼마나 많은 버스가 준비돼 있는지도 몰라 내일 어떻게 공항에 가야 할지 아직 미지수였다. 


베를린 테겔 공항에서 인터넷에 올린 안내문. 버스는 파업하지만 급한 경우 가장 가까운 전철역에서부터 공항까지 걸어오면 된다고 알려주고 있다.


14일 아침, 최악의 경우 전철역에서 공항까지 걸을 생각까지 하며 아침 6시가 조금 넘어 길을 나섰다. 베를린에는 독일 국철에서 운영하는 전철 S-Bahn(에스반)과 시에서 운영하는 지하철 U-Bahn(우반)이 있다.  S-Bahn은 BVG 소속이 아니어서 오늘 파업에서 제외되었지만 Verdi 소속인 U-Bahn이 오늘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두 운송수단을 연결해 셔틀버스가 다니는 지하철 역 Jakob-Kaiser-Platz까지 가는 게 목표였다. 내가 사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S-Bahn역 까지는 대략 17분 정도 걷는다. 이 정도는 평소에도 걸어 다니는 거리라 문제없었지만 짐을 가득 넣어 빵빵한 배낭을 메고 추운 나라에 갈걸 대비해 두꺼운 옷을 입고 걸으려니 슬슬 땀이 나기 시작했다. 전철역에는 7시가 되기도 전인데 사람이 많았다. 버스를 타던 사람들이 모두 지하철로 모여든 거다. 사람이 많아서 러시아워가 벌써 시작된 것 같았다. 지금부터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오늘은 하루 종일 전철이 붐비겠구나 싶었다. 또 오늘따라 자전거를 이고 전철에 타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7시 30분쯤 Jakob-Kaiser-Platz에 도착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역에서 캐리어를 끄는 사람들이 대거 내렸다. 다들 나와 비슷한 정보를 얻었나 싶었다. 지상으로 올라왔을 때 정차 중인 2대의 관광버스가 보였고 사람들이 그 버스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버스 앞에 서서 사람들의 캐리어를 짐칸에 넣는 아저씨는 버스는 일정한 배차간격 없이 사람이 차는 대로 출발한다고 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을 따라 서둘러서 버스에 올라탔다. 다행히 내가 탓을 때 버스가 반 정도 찬 상태였고 버스는 곧 출발했다. 내 옆에 앉은 여성에게 오늘 이 버스가 다니는걸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니 어젯밤에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확인했다고 했다. 버스에는 좌석을 찾지 못해 서서 타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 출발하고 5분도 되지 않아 공항에 도착했다. 이렇게 빨리 도착할 수 있는 거기를 30분이나 걸려 짐을 이고 걸으려고 생각했다니… 덕분에 예상보다 훨씬 일찍 공항에 도착했고 남은 시간에 이 글을 쓰고 있다.


파업을 알리는 안내문과 공항까지 가는 긴급 셔틀버스.


파업을 향한 베를리너들의 반응은?

신문사 사이트에서 읽은 파업을 향한 베를린 시민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시민들은 어제 예고 탓에 일찍이 다른 방법을 찾아 일자리에 갔다고 한다. 버스에 의존하는 한 시민은 오늘 중요한 병원 예약이 두 군데나 있었는데 모두 취소해야만 했다고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파업의 대상이 대중교통인 만큼 영향을 받는 건 낮은 사회계층의 사람들이 아니겠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버스를 운전하고 지하철을 운행하는 그들도 일을 하는 근로자들이지 않냐는 목소리를 높였다. 또 그런 조건에서 일을 하면서도 넉넉하지 못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을 만드는 사회구조를 비판하기도 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이렇게 조금씩 띄엄띄엄 파업하지 말고 3일 정도 다 쉬어 버리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렇듯 대부분의 시민들은 근로자들이 모두 만족할만한 조건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생각에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참조

Berliner Morgenpost. 2019. 03. 14. A. T. Fülling, C. Eichelmann, J. Nanack, S. Kollmann, C. Rautenberg. “BVG-Tarifstreit: Streikpause bis Montag" (https://www.morgenpost.de/berlin/article216665957/BVG-Tarifstreit-Streikpause-bis-Montag.html). 


Berliner Morgenpost. 2019. 03. 14. B. "Warnstreik bei der BVG: Hunderte Busfahrer im Ausstand" (https://www.morgenpost.de/berlin/article216650297/Warnstreik-bei-der-BVG-Hunderte-Busfahrer-im-Ausstand.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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