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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이 Mar 26. 2019

10월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그리고 환전 싸게 하는 법

상트페테르부르크 리포트 5

10월의 상트페테르부르크

내가 지내는 동안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가을 날씨는 비가 오다 멈추다를 반복했다. 비가 내리니 하늘에는 구름이 많이 끼고 햇빛을 보기가 힘들었다. 바닷가 근처에 있는 도시이다 보니 또 바람도 꽤 강했다. 도착하고 처음 며칠간은 이런 날씨에 적응하지 못해 좀 힘들었는데, 예를 들어 밖에만 나가면 바람에 머리가 띵 하니 계속 아팠다. 아침과 오후에 온도는 10도가 되지 않았고 11월에 다가갈수록 영하로 내려가는 날들도 있었다. 하지만 중간에 일반적인 10월의 날씨 답지 않게 15도를 웃도는 날들이 일주일 정도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이런 날 하늘도 맑았다. 이런 날 공원에 나가보면 가족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서 잔디밭에 앉아있기도 하고 산책을 하기도 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에는 예전 궁전의 일부이던 공원들이 몇 개 있는데 일반인에게 개방되어 시민들이 많이 찾는 것 같았다. 인상 깊었던 점 중 하나는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공원에 떨어진 가을 낙엽을 줍는 것이었다. 떨어진 지폐를 줍는 것만큼 너무 열심히 그리고 많이 주워가서 왜 그런가 했는데 나중에 러시아 친구한테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나뭇잎을 집에 가져가서 장식품을 만든다는 거다. 


비가 오지 않는 때에는 길거리에서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하는 밴드들이 많이 보였다. 이들은 기타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엠프와 드럼 세트까지 들고 나와서 공연을 했는데 금세 그 주위에 사람들이 많아지고 아는 노래가 나오면 크게 따라 부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내가 느끼기에 러시아 사람들은 같이 노래를 부르는 것에 어색해하지 않는 것 같았다.  


러시아 하면 북쪽의 추운 나라이니 사람들이 추위에 강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처음 내가 겪어본 러시아는 사람들이 의외로 추위에 민감하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이 생각이 또 반전되었지만 말이다). 공항에서부터 극장이나 쇼핑몰, 혹은 음식점과 같은 공공시설에서 실내 난방이 강해 따뜻하다 못해 더웠다. 내가 머무는 숙소에서도 난방이 너무 강한데 전체 난방 시스템이어서 강도를 조절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밤에 잘 때 창문을 열어놓기도 했다. 난방이 강한 건 사람들이 사는 집 안뿐만이 안었다. 복도나 계단을 비롯한 모든 실내에 난방이 강해서 방 문을 조금만 오래 열어 놓으면 복도에 머물더 모기가 금세 방 안으로 들어와 나를 괴롭혔다. 또 15도가 넘는 날 나는 스웨터만 걸쳐 입어도 따뜻한데 그런 나를 보고 현지에서 만난 친구들은 옷을 왜 이렇게 얇게 입었냐고 걱정했다. 도대체 러시아 사람들은 추위를 어떻게 나길래 이런 늦가을의 날씨에도 벌벌 떠는 거지? 이런 나의 의심과 질문은 10월 후반 날씨가 추워지고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기 시작하면서 더 짙어졌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15도 일 때 입었던 재킷을 영하로 내려간 그 날에도 그대로 입고 다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은 추위를 어떻게 체감하는 걸까? 영하 20도 같이 더 추워져야 털코트 같은 거로 바꿔 입는 건가? 러시아의 겨울을 경험하지 못한 나는 러시아 사람들은 본격적인 겨울에 어떤 옷을 입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아마도 지역마다 기온 변화에 대해 다르게 반응하는 것 같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공원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환전을 가장 잘하는 법

한 달 동안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살다 보니 환전을 해야 할 기회도 몇 번 있었다. 환전을 할 때에는 유난히 검색을 많이 하게 된다. 현지 물가에 눈이 어두운 외국인을 이용해서 이득을 취하려는 환전소도 많기 때문이다. 나는 먼저 인터넷 검색을 해서 싼 값에 환전을 해주는 곳을 두 군데 알아냈다. 나는 그중 내가 머무는 곳에서 가까운 한 군데에 주로 갔는데 인터넷 리뷰처럼 환전율이 일반 은행보다 훨씬 좋았다. 


그곳은 Ligovskiy라는 환전소로 전철역 Ploschad Vosstaniya/Mayakovskaya에서 약 5-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아래 링크 참조). 상트페테르부르크 거리에는 유난히 간판이 없다. 그래서 지도를 보고 찾아가면서도 건물 벽에 있는 작은 푯말을 잘 확인하며 목적지를 찾아야 했다. 이곳은 간판을 찾지 않아도 사람들이 밖에 줄 서 있는 것을 보고 환전소인 줄 알았다. 추운 날씨에도 사람들이 조용히 줄을 서서 밖에서 기다리는데 붐비는 시간이 아니면 대부분 금방 내 차례가 되었다. 이렇게 질서를 잘 지키게 되는 건 환전소 밖에서부터 경찰 같은 복장을 한 보안요원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들은 줄 서 있는 차례에 따라 사람을 환전소 안으로 들어가도록 허락하고, 환전소 안에서도 누가 어떤 창구로 가야 하는 지를 정해줬다. 개인 창구 안으로 들어가서는 얼마나 환전하고 싶은지 이야기하고 돈을 주면 알아서 바꿔줬다. 


두 번째 환전소는 Tsentr Obmena Skv Sennaya라는 곳인데 가보지는 않았지만 여행자들 사이에서 평이 괜찮다. 


Ligovskiy https://ligovka.ru/en/contacts/

Tsentr Obmena Skv Sennaya https://goo.gl/maps/ae9asXeSv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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