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리는 좋아하지만, 요리가 수반하는 다른 활동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가장 싫어하는 건 설거지고, 가장 어려워하는 건 바로바로 플레이팅! 내가 만든 요리에 알맞은 접시를 고르고, 거기에 먹음직스럽게 담아내는 게 그렇게 어려울 수가 없다. 레시피글이나 영상에서 보면 예쁜 접시에 담아서 파슬리 가루나 통깨를 뿌리면 멋지게 완성이 되던데, 나에게는 그 완성의 과정이 그렇게나 어렵다. 그래서 나의 플레이팅 과정은 플레이팅이라고 부르기도 조금 애매하고 또 부끄럽다.
그렇지만, 나에게 대접하는 느낌을 주려면 플레이팅은 필수이다.
잘 차려진 한 끼를 먹는다는 느낌, 소중한 나에게 정성 들인 한 끼를 대접하는 느낌은 프라이팬으로는 당최 연출하기가 어렵다. 집에서 집밥을 먹을 때 일부러 더 그럴싸하게 차려 먹는다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볼 때면 또 그게 맞는 것 같아서 격렬하게 공감을 하며 읽는다. 물론, 나에게는 그만큼의 감각도 없기 때문에 마음을 먹는다고 멋지게 완성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무엇보다 플레이팅이 더 어려운 이유는 어쨌거나 저쨌거나 그 선택이 설거지감을 늘리기 때문이다. 멋진 그릇에 담아서 기분 내고 싶어서 어렵게 접시를 꺼내서 담았는데, 멋지게 어울리기는커녕 영 조화롭지 못하다면?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서 새로운 다른 접시를 꺼내게 된다면? 그 자리에서 2개의 설거지감을 획득하는 셈이다. 나의 센스를 신뢰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플레이팅의 결심은 필연적으로 설거지감에 대한 두려움을 데리고 온다. 물론 음식을 담는 번거로움도 있고, 그릇에 묻으면 또 닦고 싶으니까 키친타월도 써야 하고, 재료가 조화롭게 보일 수 있도록 어떤 재료가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도록 담는 것도 엄청난 스킬을 요하는 부분이라 여전히 어렵게 느껴지곤 한다.
그래서 맨날 요리를 마치고 고민을 한다. 이걸 내 능력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그럴싸하게 그릇에 담아서 먹을 것인가, 아니면 프라이팬채로, 냄비채로 먹을 것인가.
대부분 내 선택은 화통한 쪽으로 기운다. 파스타가 가득 담긴 프라이팬, 김치볶음밥이 가득 담긴 냄비. 나에게 음식을 대접한다기보다, 음식과 1:1 혹은 2:1로 맞짱을 뜨는 느낌으로 공격력 넘치게 마주하고는 한다. 공격적으로 먹고, 설거지는 최소화하는 게 일상 속에서 부담과 고민을 줄이는 좋은 방법이다.
물론, 손님을 대접하거나, 꼭 예쁘게 남겨두고 싶은 새로운 요리에 도전하게 된다면 아주 큰맘 먹고 있는 센스 없는 센스를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려서 플레이팅을 시도하고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