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증명을 받았을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 내용증명이 법적인 문서도 아니고 고소나 소송도 아니지만, 단순한 이메일이나 전화경고보다는 확실히 무게감이 있다. 특히 대리인을 통해 보내는 경우는 법적 절차를 정식으로 밟기 전의 통지 정도로 인식되다보니, 내용증명을 받게 되면 일단 기분도 상하고 어떻게 해야할지 당황스럽다.
그러나 꼼꼼히 살펴보면 열에 여섯 정도는 침해가 아니라고 주장할 근거를 찾아 회신하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
상표권이 진짜 있는지 확인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상표가 진정으로 등록까지 완료 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상표출원만으로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거나, 출원 후 거절되었는데 그 사실을 모르고 등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존속기간이 만료된 경우도 있었다.
그러니, 제일 먼저, 한국특허정보원www.kipris.or.kr 에 접속해서, 상표명, 권리자 성명, 등록번호로 상표등록 상태를 확인하라.
많은 경우, 등록까지 완료되지 않았거나 심지어 상표출원도 해놓지 않고, 자기 상표니 사용하지 말라고 상표권침해로 경고한다. 그러나 상표는 주지저명한 것이 아니라면 등록 없이는 독점권이 생기지 않는다.
또, 상표권자가 경고한 자와 일치하는지도 확인하라.
만약 상표가 출원 중이라면 아직 권리가 확정된 것이 아니다. 출원은 거절될 수 있다. 거절될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보통 출원 후 등록까지 1년 정도 걸린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독점권이 없는 상표가 아닌지 판단
등록이 정상적으로 되어 있는 상표인 것을 확인하였다면, 그 다음으로는 침해 되었다고 주장하는 표장이 식별력이 없어 독점할 수 없는 부분으로 판단될 여지가 있지 않은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식별력이 약하거나 없는 표장에 로고나 캐릭터를 붙여 등록받는 일은 매우 흔한 일이며, 로고나 캐릭터, 다른 식별력 있는 문자를 결합했더라도 식별력이 약하거나 없는 표장 부분에는 상표권이 여전히 없다.
물론, 자명하게 식별력이 없는 경우가 아니라 애매하게 있는지 약한지 잘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는 하나, 어떻든 상표등록은 되어 있으나 문자 부분에는 식별력이 없는 것으로 생각되고, 사용 중인 상표는 바로 그 문자 부분과만 유사하다면, 상표권 침해가 아니라고 우겨볼 수 있다.
상표와 상품이 비유사한 경우가 아닌지 판단
등록상표가 사용 중인 상표와 동일하지 않다면 비유사한 경우가 아닌지 생각해볼 수 있다.
상표권침해로 인정되는 상표 유사 범위는 등록 과정에서의 상표 유사 범위에 비해 상당히 좁다. 상표권 침해는 단지 양 상표의 유사여부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상표를 사용한 정황, 부정한 목적의 유무, 모방 의도 등을 종합하여 고려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 권리자의 등록대상상품과 사용하고 있는 상품이 서로 동일, 유사한지 최소한 견련성이라도 있는지도 판단해야 한다.
상표가 유사하지 않고 상품도 전혀 다르다면 침해가 아니다.
상표권 침해 면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지 여부 확인
정상적인 상표등록이고, 상표 자체의 식별력도 충분하며, 상표와 상품도 동일하거나 유사하다면, 상표권 침해 면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지 확인한다.
상호적 사용일 경우
성명이나 상호와 같은 자신의 이름 (인격권적인 성격의 표지)를 통상적인 방법으로 사용한다면, 비록 그것이 타인의 상표등록이 되어 있더라도 거기에는 상표권을 행사할 수 없다.
성명(이름)의 경우는 상표도 아니고, 자기 이름을 본인이 쓸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되는 일이니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국진이 붕어빵"이 상표등록이 되어 있다고 해서, 동명이인인 김국진씨가 본인의 이름을 못 쓴다면 안될 일이다.
상호도 이름과 같은 것이다. 상호란 상인의 이름에 불과하기 때문에, 성명에 상표권이 미칠 수 없는 것처럼 상호에도 상표권이 원칙적으로 미치지 않는다. 그러므로, 사용 중인 표장은 상호이지 상표는 아니라고 주장해본다. (상호적 사용이다!)
가령 ‘주식회사 삼성물류’ 이라는 상호 아래 외국 제품을 이것저것 수입하여 판매하는 업자가 있다고 하자. 홈페이지는 있지만 쇼핑몰 상표는 별도로 있고, 판매 중개만 할 뿐 판매 중인 물건은 전부 외국 브랜드의 제품다. 즉 유통처만 ‘삼성물류’다.
이때, 만약 삼성에서 이 업자에 대해 상표권 침해를 주장한다면, 주식회사 삼성물류는 '삼성물류'는 상호일 뿐이고, 홈페이지에 별도 상표가 있을 뿐만 아니라 판매하는 제품도 다 다른 브랜드를 가진 제품으로 ‘삼성’을 상표로 쓴 적이 없다고 주장해볼 수 있으며, 타당하다.
단, 상호와 상표의 구분은 모호하며, 상호를 상호로 썼을 경우에만 상표권이 미치지 않는다. 상호를 쓰다보면 어느 순간 상표가 되기 십상이다.
상호를 아무런 도안, 색채화, 로고 없이 평범하게 사용하였을 경우에는 상표권 침해가 아니나, 도안화를 하거나 로고를 결합하거나, 거래명세표, 명함 등에 인쇄하는 것은 자칫 침해가 될 수 있다.
상기 예에서는 쇼핑몰 자체에 다른 별도의 상표가 있었으므로 이를 빌미로 ‘삼성물류’는 상호일 뿐이라고 주장해볼 수 있겠으나, 만약 쇼핑몰 이름도 상호와 같게 했다던지 그러면서 도안화를 하고 로고를 결합하여 사용하고, 각종 광고 등을 하였다면, 상표권 침해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상호로서의 사용인지 상표로서 사용한 것인지는 각 개별 사건마다, 각 사용 형태에 따라 법원이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며 일률적인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상호로 사용한 것이라고 주장해볼 수도 있는 것이다.
선사용권 존재 주장
타인의 상표출원 전에 이미 사용하여 국내에서 어느 정도 알려진 상표의 경우, 타인 상표출원이 등록되더라도 계속하여 사용할 수 있다. 이를 선사용권이라고 한다.
단, 선사용권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2가지 요건을 만족해야하는데, 타인의 상표출원일을 기준으로 그보다 먼저 사용하여야 하며, 타인의 상표출원일보다 먼저 국내 어느 정도 알려져 있어야 한다.
어느 정도 알려져 있어야 한다는 요건이 붙기는 하나, 알려져 있다에 대한 확인은 판단의 문제지 사실의 문제가 아니므로, 타인의 상표출원 전에 이미 사용하고 있었다면 선사용권을 주장해볼 만 하다.
상표등록에 대해 무효심판 또는 취소심판 청구 검토
문제되는 상표등록 자체에 무효사유나 취소사유가 있다면, 등록무효 또는 취소심판을 통해 상표등록을 없앨 수도 있다.
침해 주장을 피하기 위해서는 등록무효가 가장 좋고 (소급효), 여의치 않다면 차선책으로 등록취소(장래효)도 시도해볼만 하며, 불사용에 기한 등록취소의 경우에는 취소는 사용이 없으므로 손해배상도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효과적이다.
국내외 주지저명 상표의 모방상표이거나, 3년 이내 불사용 상표인 경우, 자타상품 식별력이 없다고 생각되는 경우, 또는 다른 선등록상표와 유사하다고 생각되는데 잘못하여 등록되었다고 생각되는 경우 등등 많은 무효, 취소사유가 있으며, 전략은 짜기 나름이다.
형식을 갖춰 회신하라
내용증명의 요청문을 받는다면 무시하시는 것보다는 어떤 형태로든 회신을 하는 것이 좋다. 회신은 전화, 이메일, 팩스 무엇이든 좋으며, 꼭 공문이 아니어도 되고 형식이 정해진 것도 아니다.
그러나, 상대방이 형식과 절차를 갖춰 경고를 해오고 있다면, 이쪽도 형식을 갖춰 회신하는 것이 좋다. 충분히 알아보고 검토한 후에 회신한다는 느낌을 주자.
그래도 방법이 없다면....
등록도 확실하고 상표도 유효하며, 선사용권이나 상호적 사용도 아니며, 그 어떠한 하자도 없는 무결점의 상표권에 기해 권리자가 정당하게 권리행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면....
가장 현실적인 대응은 빠른 시일 내에 상표를 변경하고 그 동안의 사용에 대해서는 선처해달라고 권리자에게 부탁하는 것이다. 누구나 소송은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감정적인 앙금이 없는 경우라면 대부분 사용 중지만으로 만족하고, 더이상 문제삼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 약간의 합의금을 요구할 수 있으나, 합의금 요구가 너무 과하지만 않는다면, 소송하느니 그냥 여기서 끝내자는 마음으로 해결하는 것이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