맺음말. 브랜드는 영원하다
수명이 짧고 계속 변하는 특허나 디자인과 달리 브랜드는 사용에 의해 명성과 신용이 쌓여간다. 어떤 브랜드에 한번 쌓인 명성과 신용은 시장에서 즉 소비자들의 뇌리에서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마치 살아 있는 인격체처럼 이미지를 갖추고 계속해서 기억된다.
선퍼니처라는 브랜드가 있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나름대로 알려진 중견 가구 브랜드였다. 경영 악화로 1991년 3월 이후 제품 생산을 중단하였으나, 그 후로도 오랫동안 그 이름을 사용해서 많은 가구 업체들이 광고를 했고, 2005년까지도 네이버에서 ‘선퍼니처’로 검색해보면 검색광고 키워드로 사용해서 광고하는 업체가 있을 정도였다.
썬퍼니처의 상표권자인 선창산업주식회사의 선퍼니처 상표등록들은 2006년까지 존속하였다가 소멸하였다.
그런데, 그 후 1년이 지난 2007년, 인천의 어느 개인이 ‘SUNFURNITURE 썬퍼니처’ 상표를 출원하여 2008년 등록을 마치게 된다.
이를 알게된 선창산업은 그 상표등록에 대해 무효심판을 청구한다. ‘‘썬퍼니처’가 이 건 상표출원 당시 국내 널리 알려져 있던 상표로서, 이 건 출원은 그 명성과 신용에 무단 편승하고자 출원된 것이며 등록될 경우 소비자들에게 출처에 대한 오인혼동을 일으킬 염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생산 중단 후 15년 이상 지났지만 여전히 국내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등록상표의 출원일 당시에 모방대상상표가 실제 상표로 사용되고 있지 아니하거나 모방대상상표의 권리자가 이를 상표로 계속 사용하려고 하는 의사가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모방대상상표가 과거의 사용실적 등으로 인하여 여전히 국내 또는 외국의 수요자 사이에 특정인의 상표로 인식되어 있고, 등록상표의 출원인이 모방대상상표에 체화된 영업상 신용 등에 편승하여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 하거나, 모방대상상표의 가치에 손상을 주거나 모방대상상표의 권리자가 이후 다시 위 상표를 사용하려고 하는 것을 방해하는 등의 방법으로 모방대상상표의 권리자에게 손해를 끼치려는 목적을 가지고 모방대상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위 규정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고 판결하면서 상표등록을 무효로 하였다. (대법원 2013. 5. 9. 선고 2011후3896 판결)
썬퍼니처의 경우 91년 이후 신제품 생산이 중단되었고, 2006년에는 모든 상표등록이 만료되었다. 그러나, 2005년까지 대리점 등에 의하여 광고가 진행되는 등 2007년까지도 그 신용이 시장에 잔존하여 있었으므로, 2007년의 개인 출원은 출원 당시 시장에 주지해 있던 상표를 그 신용에 편승하려는 부정한 목적으로 출원한 것이므로 무효로 되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91년 이후 15년 이상 사용되지 않은 상표지만 여전히 소비자에게 남아 있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보호해야한다는 것이다.
썬퍼니처 외에도 이제는 없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은 많은 브랜드들이 있다. 폐업의 기로에 서 있는 ‘싸이월드’, 대한민국의 어느 한 세대 전부에게 잊을 수 없는 브랜드이다. 카메라에 아직 필름이 있던 시대의 ‘코닥’, MP3가 있었던 시절의 ‘아이리버’, 음악 매니아들의 약속 장소 ‘타워레코드’, 미국의 대표 항공사였던 ‘팬암’, 세계 2위 PC회사였던 ‘컴팩’...
성공한 브랜드는 한 시대를 반영하면서 마치 대중음악처럼 그 시대를 살았던 모든 사람들의 뇌리 속에 영원히 기억된다. 상표법은 그 흔적을 쫓을 뿐이다. 마케터 여러분의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