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알가방이라고 불렸던 국내 브랜드 플레이노모어의 가방이 있다. ‘샤이걸’이라는 이름의 플레이노모어의 눈알가방은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버킨백에 눈알을 붙여서 일종의 패러디 디자인을 한 것으로, 재미있는 시도에 해외 셀러브리티들이 앞다투어 주문하는 등 큰 붐을 일으켰다.
라네즈, 샘소나이트 등 다양한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하면서 창업 3년 만에 매출 150억원을 기대할 정도로 폭발적으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이런 명품 브랜드의 패러디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여 사용이 금지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2015년 에르메스는 플레이노모어에 부정경쟁해위 금지를 요청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2020년 대법원은 플레이노모어의 눈알가방 판매는 에르메스의 켈리백에 형성된 가치를 희석화하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최종 결론내렸다.
전 세계적으로 저명한 에르메스의 켈리백에는 디자인을 넘어 형성된 트레이드 드레스 (제품의 형태 자체가 출처표시로 기능하는 상표인 것)가 있으며, 플레이노모어의 눈알가방은 켈리백에 형성되어 있는 영업상의 신용이나 명성을 희석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는 제품의 희소성 및 가치 저하로 잠재적 수요자들이 에르메스 제품 구매를 포기하게 할 수 있고 에르메스 제품 대신 플레이노머의 제품을 구매하게 되는 등 일부 수요를 대체할 수도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와 같은 우리나라 대법원의 패러디 상표에 대한 부정경쟁방지법의 적용은 미국과 같은 상표 공정 사용에 관한 다른 법률이 명확히 제정되기 까지는 당분간은 불가피하다.
본래 패러디는 저작권보호법에서 출발하는 개념으로 저작권보호법은 문화발전을 법목적으로 하는 만큼 창작성과 독창성이 인정되는 패러디는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창작성과 독창성이 인정되는 기준이 모호하기도 하고 패러디 대상 제품이 단순한 저작물이 아니라 저명한 상품인 경우에는 상품에 형성된 트레이드 드레스나 상표적 가치도 고려되기 때문에 패러디가 인정되지 않고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사용이 금지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2016년 더페이스샵은 미국의 마이아더백(my other bag)과 콜라보레이션 하여 루이비통 가방 프린트의 쿠션화장품을 선보였다. 마이아더백은 에코백 한 면에 명품가방 디자인을 프린트한 패러디 디자인으로 인기를 끈 브랜드로, 미국에서는 적법한 패러디에 해당한다고 하여 사용이 허용된 바 있었다.
그러나 같은 해 12월 루이비통은 더페이스샵에 부정경쟁행위 금지를 요청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이에 대해 우리 법원은 더페이스샵이 루이비통의 상품표지(트레이드 드레스)를 모방해 상품표장이 가지는 양질의 이미지나 고객 흡인력에 편승해 이익을 얻고 해당 표장의 가치를 희석화했다고 판단하였다.
또 루이비통 가방 모양의 종이상자에 치킨을 담아주던 ‘루이비통닭’ 치킨집도 부정경쟁방지법으로 사용이 금지되기도 했다.
패러디 상표는 소비자들의 이목을 쉽게 끌 수 있고 재미를 줄 수 있어 최근 마케팅 트렌드에서는 구미가 당길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상표나 디자인의 공정사용을 허용하는 명확한 법규정이 없고 오히려 법원은 많은 경우 패러디 상표가 저명 브랜드의 신용이나 명성을 희석화 시키고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보고 있으므로 허락 없이 패러디 상표를 사용하는 것은 주의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