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동그란 눈을 뜨며 나에게 물었다.
"너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이 뭐야?"
하루 이틀 아프고, 심한 몸살에도 일주일을 넘긴적이 없었는데 자그만치 3개월이라니. 이를 악물어서 이가 아프고, 두 주먹을 너무 꽉 쥐어 양쪽 어깨가 움직이질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제 나는 움직일때 휴대전화와 효자손을 동반한다. 무조건이다. 자유자재로 등의 어느 부위든 긁을 수 있고, 시원~하게 등의 때도 밀 수 있는 유연함을 자랑하던 나였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바지를 입으면 윗옷과 겹치는 뒷 부분을 단정하게 정리할 수 없어 아이들에게 부탁을 했다. 머리도 묶어달라고 매우 정중하게 부탁을 해야한다. 원하는 스타일 따위는 없다. 나의 딸은 매우 귀찮은 표정으로, 그리고 아주 거친 손길로 쑤세미 처럼 머리를 대충 질끈 묶어주며 말한다 "됐지?" 그리고 두 손을 탁탁 탈며 유유히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간지러운데 효자손으로도 해결이 되지 않을땐 아들에게 부탁을 한다. 그러면 아들은 작은 고사리 손으로 등에 어딘가에 구멍을 낼것처럼 한군데만 마구 판(?)뒤에 "엄마 시원해?" 하면서 자리를 뜬다. 쓰라리지만 간지러운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했다. 초록 이태리타월 애용자인 나는 아이들이 샤워가 거의 끝날 무렵 욕실로 들어가 미안한 표정으로 등을 내민다. 내가 원하는 시간이 아니라 아이들 샤워가 끝날 무렵이어야 등을 부탁할 수 있다. 이래저래 살이 빠져 등판이 작아져 다행이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이 모든 부탁도 그나마 아이가 있을때나 가능한 일이다. 아이가 없을때는 옆에있는 아무나(?)에게 이런 부탁을 해야한다. 친하지도 않은 아무나에게 머리를 묶어달라고 요청하며 "저 오늘 머리 감았어요"라고 부연설명을 붙이는가 하면, 친하지도 않은 아무나에게 등쪽에 머리카락이 있는데 너무 간지럽다며 등을 내민다. 조금 친한 아무나를 만나면 뒷쪽에 티셔츠를 바지에 잘 넣어달라고 부탁을 한다. 머리를 잘 묶는(내 마음에 쏙 들게) 아무나를 만나면 가장 기쁜데, 그 친구는 자주 만날 수가없다.
가장 난감한 순간은 잘 차려입은채로 어딘가에 혼자 있을때이다. 강의를 듣다가 그런적이 있었고 휴대폰 AS센터에서 그런적이 있다. 갑자기 손이 닿지 않는 곳에 극심한 가려움을 느꼈다. 나는 아주 이상한 모양새로 간지러운 곳 근처를 의자 등받이 모퉁이에 비벼댔지만 그런 행위로 간지러움이 해결될리가 만무하다. 벌떡 일어나 근처 벽으로 가서 등을 부비적대는 나의 모습을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쓸 여력도 없이 등의 간지러움은 너무 급박했다. 그 행위로도 해결되지 않아 나는 가방을 뒤적거려 필통을 찾고, 필통안에 있는 가장 긴~ 색연필을 찾아 있는 힘껏 손을 뻗어 등의 한 지점(그곳을 긁기에는 볼펜이 너무 짧았지만)을 공략했다. 100%의 만족은 아니었지만 이내 나는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혼자 누워있다가 이 장면이 생각나면 분명 이불킥을 하게될 것이 분명하다.
그날밤 싱크대 높은 선반에 있는 물건을 꺼내며 팔에게 부탁한다. "이제 제발 움직여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