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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밤 Dec 17. 2020

그대 어깨 위로 늘 무지개가 뜨기를

새옹지마(塞翁之馬)

인생사 새옹지마(馬)라는 말처럼 '평탄한 삶'이란 없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겨울바람 속 스산한 마음일 것만 같은 6년간 함께한 후배 '새옹'의 이야기를 남겨본다.




계속되는 한파와 살을 에는 듯한 겨울바람에 항공업계는 (COVID19) 견뎌내기 힘들 것만 같다. 후배 '새옹'은 본래 또 하나의 꿈이 더 있었다.

새옹은 민항기 조종사가 되기 위해 몇 년 전부터 자비로 경비행기 조종교육을 받았고,

이번 달(12월)을 마지막으로 우리와 작별 인사를 하고 캐나다 떠날 계획이었다.

하지만, 겨울폭풍에 속절없이 그 꿈은 덮여지고 말았다.




헬리콥터 기어박스도 녹아버릴 것만 같았던 지난여름.

파란이 지나간 뒤 마음을 정리한 새옹은 다시 본업에 충실했었다.

적어도 그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


0월 0일(오후) 인명구조 훈련비행이 계획되어 있었고,

비행시간은 오후 2시~5시(3시간)로 날씨는 맑고 훈련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

이륙 후 30분 정도 지났을까.

새옹은 산줄기를 보며 '저 산길을 걷고 있는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 '열기류가 피어올라 패러글라이딩 타기 좋은 지형이 아닐까?' 잠시 딴생각을 하던 그때쯤 이였을 것이다.


머리 위에서 '쿵'하는 충격이 느껴졌다.

정신 차리고 보니 계기판에는 평소 볼 수 없었던 경고등이 여러 개 보였다.

'기어박스 경고등'이 On 되었고, 몇 번 깜박이더니 '발전기 경고등'이 추가로 On 되었다.

이 정도에서 끝났으면 다행이었을 텐데

계기판의 기어박스 오일 온도는 제한치를 초과하여 상승하고, 압력은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그때 새옹의 심장박동은 헬기 진동보다 더 크게 느껴졌다.

이에 질세라 헬기의 진동은 더욱 거칠어졌다.


이어 매캐한 냄새가 나기 시작하였고, 오일이 누설되어 타는 냄새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여전히 기어박스 오일 온도는 치솟고, 오일 압력은 최저치에도 도달하지 못하고 있었다.

결함 원인을 파악했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안전하게 내리는 것이다.



사고와 관련 없음.

침착하자.


새옹은 개활지에 비상 착륙할 것을 조종사에게 조언하였다.

난생처음 느껴보는 불안감과 두려움.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 있는 비행.

극도의 스트레스로 눈이 뒤집히는 듯했다.

새옹은 살기 위해 본능적으로 손잡이를 꽉 움켜쥐고 있었다.


객실 창문으로 시커멓게 타버린 오일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고

연기는 로터의 날갯짓을 비웃는 듯 더욱 두꺼워졌다.

새옹은 그저 조종사가 개활지에 안전하게 비상착륙 하기만을 기도할 뿐이다.

나의 목숨이 누군가에게 달려 있을 만큼 간절함은 없을 것이다.


잠시 뒤,

새옹은 소화기를 들고 화재진압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자신을 보았고,

살았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허망감을 느꼈다.


하지만 더 큰 허망감은

사고 후 당사자의 안부보다 항공기의 안부가 더 궁금했던 '윗사람들' 때문이다.

지난번 내가 겪었던 일은 항공기 손상은 없었지만,

새옹의 사고는 항공기가 손상되었기 때문에 사고수습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몇몇 윗사람들에게 새옹이가 괜찮은지 먼저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따졌다.

새옹은 이때부터 겨울 같은 차가운 세상에서 떠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새옹은 헬기를 타지 않아도 되는 새로운 곳으로 떠날 예정이다.

누구보다 능력있고, 온화한 마음을 가진 것을 알기에 떠나보내기 싫지만

필연적으로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

그 친구의 앞날을 위해 지혜로운 체로키 인디언의 기도를 남겨본다.



<체로키 인디언의 축원 기도>


하늘의 따뜻한 바람이

그대 집 위로 부드럽게 일기를.

위대한 신이 그 집에

들어가는 모든 이들을 축복하기를.

그대의 모카신 신발이

눈 위에 여기저기 행복한 흔적 남기기를

그리고 그대 어깨 위로

늘 무지개 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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