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황래 Dec 18. 2023

아는 사람만 아는 볼링의 매력

궁금하면 도전해보자. 평생의 취미가 될 수 있다

나는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굉장히 정적인 취미를 가지고 살았다. 독서, 영화감상, 음악감상 등 흔히 생기부에 대다수 사람들이 적는 취미들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게 틀린 사실은 아니다. 독서야 당연히 좋아했으니 국문과로 대학교를 진학했고, 그 세계가 독특해서 그렇지, 음악 듣는 것도 좋아했다. 그러다가 대학생이 되고, 대외활동을 하면서 동적인 취미가 생겼는데, 그것은 바로 '방송댄스 배우기' 였다. KT&G '상상유니브' 활동을 하면서 댄스클래스를 약 2년 동안 주기적으로 수강했는데, 그 때 굉장히 즐겁고 행복했다. 공연도 하면서 그 즐거움은 배가 되었는데 알바와 취업준비에 좀 더 몰두하게 되면서 아쉽게도 춤을 더 배울 수는 없었다.


이후 직장생활을 하던 내게 생긴 새로운 취미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볼링'이었다. 볼링은 지인들과 간간이 쳐보긴 했었는데, 그 때마다 재미있다고 느꼈고, 회사생활 외에는 별다른 일정이 없었던 2018년도의 나는, '소모임'이라는 어플을 통해 볼링동호회에 가입했다. 그리고 약 3년간 사람들과 열심히 볼링을 쳤고, 약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볼링을 쉬다가, 최근 새로운 동호회에 가입하면서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최근 집과 가까운 곳에 볼링장이 생겨서 좋다


혼자해도 재밌는, '나 자신'과의 싸움


내가 볼링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꼭 누군가가 있지 않더라도, 나 혼자 '나 자신과의 싸움'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운동, 특히 구기종목은 혼자 하면 재미가 없다. 혼자 축구, 농구를 하면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재미가 없고, 야구는 아예 혼자 할 수가 없는 운동이다. 테니스나 배드민턴 같은 것들도 마찬가지. 그런데 볼링은 나 혼자 쳐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 이유는, '과거의 나'와 경쟁해도 충분히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지인이든 동호회든 같이 볼링을 치면 더 재미있긴 하다. 내기를 할 수도 있고, 서로를 응원하거나 자세를 교정해주면서 함께 실력을 늘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혼자여도 볼링은 내 자세를 직접 판단하고 교정하면서, 그 이후 스트라이크, 혹은 스페어를 할 수 있을 때 짜릿함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점수를 높여가다보면, 어느새 실력이 확 는다.


동호회를 하게 되면 보통 주 혹은 격주 1회 정기전을 진행하고 나머지는 '번개 모임'을 통해 볼링을 치게 된다. 하지만 번개 모임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 않으면 열리지 않기도 한다. 누군가와 함께 운동을 하고 싶은데, 여럿이 모이지 않으면 진행이 불가한 스포츠들은 이런 경우 어쩔 수 없이 운동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볼링은 혼자 해도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에 내가 원할 때 그냥 볼링장에 가면 된다. 적당한 시간에 가면 사람도 없고 여유롭게 게임을 할 수 있기에 혼자 레인을 써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가 볼링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다.

레인에 올라가면, 스트라이크를 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생긴다


과하게 힘들지 않으면서, '희열'이 있다


이 부분은 굉장히 내 주관적이긴 하지만, 나에게 볼링은 과하게 지치지 않으면서도 희열이 생기는 스포츠다. 나는 이미 '러닝'이라는 유산소 취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또 다른 유산소 운동을 취미로 갖는 건 투머치라고 생각한다. 볼링도 물론 열심히 치면 땀은 나지만 과하게 지치는 수준은 아니라서 나에게 딱 적당한 운동이다. 그에 비해 스트라이크나 스페어에 대한 희열이 높아 도파민이 굉장히 솟구친다. 이건 볼링의 매력에 빠져야 알 수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나는 정말 볼링과 제대로 만났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밌는 수준이다. 그런 사람들이 볼링 동호회에 모이고, 여러 장비들을 해외 직구를 해서라도 사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나는 여러 볼들을 사 모으는 수준은 아니지만, 내 경제적 수준에 맞게 적당한 장비를 준비해 즐겜하는 편이다. 그 정도에도 충분히 만족하기에. 동호회에서 고득점이 많은 분들 사이에서 꿋꿋이 '마이웨이'를 외치는 편이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재미있다. 경쟁도 물론 동기부여가 되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과 볼링을 치면서 하이파이브하고, 서로의 스트라이크에 박수를 보내는 그 분위기가 좋다.

이 날 3게임 중 마지막 게임 점수. 마지막이 제일 잘 나온 점수다


한번 쯤, 도전 해보는 거 어때요?


물론 내가 볼링을 좋아한다고 해서 내 주위 사람들에게 "무조건 해보세요. 짱 재밌음"이라면서 은근한 강요 같은걸 하지는 않는다. 다만, 취미를 물어보면 '볼링'이라고 대답하고, 볼링을 한번도 쳐보지 않았다고 하면, '한번 쯤 해보시는거 추천해요"라는 대답은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내가 볼링을 좋아하는지 아닌지는 몇 번 쳐봐야 알 수 있다. 한 번 치는걸로는 잘 모를 수도 있으니, 시간을 두고 몇 번 치다보면 흥미가 더 생기는지 안 생기는지 알 수 있다. 쳐보다가 영 아니다 싶으면 그만두면 되고, 괜찮다 싶으면 더 경험해보면 된다.


나는 취미의 중요성을 대학교 고학번이 되어서야 알았고, 그게 내 일상생활을 어떻게 바꾸는지는 직장생활을 통해 알게 되었다. 힘들고 지치는 일상의 활력소이자 스트레스 해소제가 될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성공인게 바로 취미다. 그래서 혹시 별다른 취미가 없는데 인생이 '노잼'이라고 생각된다면 취미를 만들기 위해 여러가지에 도전해보자. 나도 몰랐던 취향을 발견하면 또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홀로 여행이 즐겁지 않아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