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rk Watney Jan 05. 2022

Road to Graduate school #1

#1. Motivation - Why?

 내게 주어진 21개월 간의 국방의 의무를 마쳐가던 시기의 일이다. 슬슬 전역날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서 앞으로의 내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학부 2학년 1학기까지 마치고 군입대를 했고 이번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하게 되면 학부 졸업까지 다섯 학기가 남게 된다. 초중고, 그리고 군대는 가만히만 있어도 졸업을 시켜줬고 나를 초졸, 중졸, 고졸, 예비군이라는 칭호로 불러줬다.


그러나 학부를 마지막으로, 그냥 가만히 앉아서 시간만 보내도 학위를 주고 우쭈주해주는 시간은 끝난다. 더 이상 어린애처럼 살아갈 수는 없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까.


 군복무를 하는 동안 정말 책도 많이 읽고 내 생각을 정리하면서 점차 방향을 잡아 나갔다. 내가 좋아하는 건 뭐고 내가 하고 싶은 건 뭐고 어디서 일하고 싶고 얼마나 일하고 싶고 등등 다양한 생각들을 하나하나 적어 내려갔다(나는 생각나는 대로 끄적이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편이다). 한눈에 볼 수 있게 수첩에 간략하게 정리해서 근무를 설 때마다 생각했다. 내 미래니까. 


 그 당시에 내가 찾을 결론은 '전문성'을 쌓자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 규모를 지닌 여느 기관, 여느 회사는 모두 시스템으로 돌아간다. 구성원 한 명이 빠지더라도 급작스럽게 무너지지 않는다. 왜냐? 사람에 의해 굴러가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만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이면서도 꼭 사회에서 필요한 일을 수행하는 사람이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시스템에 의해 굴러가는 사람이 아니라 그 시스템을 기획하거나 나만이 오롯이 해낼 수 있는 일을 해야만 꾸준히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만의 무기가 필요했다. 나 자신을 일종의 브랜드화하여 특정 분야를 떠올리면 나를 떠올릴 수 있도록 나를 가꿔야 했다. Self-Branding의 방법으로 가장 먼저 떠오른 게 바로 전문성을 쌓는 것이었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전문성을 쌓을 수 있을 까? 나는 세 가지를 생각했다.


첫째로, 전문직 시험 보거나 전문 대학원에 들어가서 말 그대로 전문직이 되는 것. 이를테면 회계사라든가 변리사, 변호사 등이 이에 속한다. 이 선택지를 따를 경우 소위 '면허' 혹은 '자격증'이라고 하는 것이 발급되며 이것이 생긴 이후에는 설사 내가 다른 진로를 택하더라도 다시 전문직종으로 컴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 당시의 나는 내가 수능, 자격시험 등과 같은 시험에 맞는 사람인 지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꼭 나의 무대를 한국으로 한정 짓고 싶지 않았다. 한국에서의 면허가 미국에서, 일본에서, 브라질에서도 통한다는 보장은 없다. 내 무기로 어디든 날아다니고 싶었다.


 둘째로, 대학원에 가서 나만의 특정 분야 전문성을 쌓는 방안이 있다. 내 학부 전공은 기계공학과이다. 기계공학 내에 수많은 세부 전공 분야가 있고, 그 중 특정 영역을 선정하여 그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쌓는 한편으로 새로운 지식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통해 논문을 쓰고 학위를 취득하여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서 활동하는 것이다. 이 방안에는 또 다른 선택지가 놓이게 된다. 만약 대학원에 간다면, 나는 학위를 어디에서 받을 것인가? 어느 분야를 전공할 것인가? 박사까지 할 것인가?


 셋째로, 그냥 학부를 졸업하고 취업하여 그 기업 내에서 나만의 전문적인 분야를 개척하는 방안이다. 회사 내에서 학사 출신이어도 나름대로 Challenging한 업무를 맡게 될 수도 있고 나름대로 전문적인 능력을 함양할 수 있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대략 이 정도의 생각을 정리하고 군복무를 마치게 되었고 구체적인 방향성을 추가로 잡기 위해 여러 사람들을 만나 조언을 구하고 계속해서 생각을 정리했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과연 나는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분별력을 갖고 있는 가?

 과연 이 과정을 통해 나온 결론이 최선의 결론이라는 확신이 있는 가?

 나는 내 전공에 대한 확신은 갖고 있는 가?

 전문성은 과연 만능일까?

 당장의 미래도 불확실한 데 전망도 모르는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쌓는 다는 게 너무 오만한 발상은 아닐까?


 내가 학부생으로서 학교를 다녔던 때의 시계는 2학년 1학기에 멈춰 있다. 그마저도 내 머릿속에 있던 역학적 지식, 물리적, 수학적 베이스는 이미 희미해진 뒤였다. 나는 나만의 장기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목표는 내 진로를 하나씩 하나씩 점차적으로 좁혀나가는 것이었다.




 이번 Road to Graduate school 시리즈를 통해, 내가 어떤 과정을 통해 대학원 진학 결심을 굳혔는 지, 어떻게 대학원 지원 준비를 마치고 실제로 지원하기까지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 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나는 나와 비슷한 고민을 했던, 그리고 앞으로 비슷한 고민을 하게 될 수많은 독자들에게 이 시리즈가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모든 선택에는 기회 비용이 따른다. 그리고 대학원 진학이라는 선택이 누군가에겐 최고의 선택일 수도, 최악의 선택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자신의 현 상황에 맞추어 각 기회비용을 비교하여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일 것이다. 그리고 그 기회비용에 대한 철저한 비교 분석과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진 후 대학원 진학이라는 결심을 굳힌 누군가에게는, 그 선택이 비록 최고의 선택은 아닐 지라도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는 내가 대학원 진학을 선택했던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믿는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 시리즈의 목적은 Mark Watney라는 필명을 가진 한 사람이 대학원 진학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어떻게 헤쳐나갔는 지 보여줌으로서 진로 선택의 고민 앞에 놓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자 하는 것이다. 그 점을 잘 염두에 두면서 이 시리즈를 읽는 것을 추천한다.


 자, 이제 이 시리즈로 들어가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