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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꽂이 Feb 07. 2023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써야하는 이유

글을 읽고 나면 개봉되는 영화

  사람들은 글이라는 것을 언제 쓸까? 내 기준으로 보자면 나는 편지를 쓰거나 또는 서프라이즈 선물 개념으로 놀래켜줄 때가 가장 많다. 그 외에는 군대에 있을 때 가장 자유롭게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수단으로써 글을 많이 쓰기도 하였다. 과거에 비해서 사람들이 독서량이 줄었다고 하지만 단순히 글을 읽는 양으로만 판단한다면 과거보다 배 이상으로 많은 글을 읽는다고 한다. 하지만 글을 쓰는 경험은 확실히 소수에게 집중되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마저도 앞서 말한 나처럼 어느 '누군가'를 위해 글을 쓰는 경우라면 나 자신을 위해서 글을 쓰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어질 수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이제 어찌 보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활동과는 거리가 있다. 그래도 내가 글을 쓴다는 것에 집중하려 하고 나를 위한 글을 쓰려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글쓰기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우리는 많은 시간들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고뇌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간다. 이 모든 것은 좁디좁은 머릿속에서 이루어진다. 마치 책장이나 서랍처럼 생각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는 사람이라면 정말 좋겠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럴 때 그냥 무작정 쓰기 시작하면 나도 모르는 새에 생각들이 차곡차곡 정리되는 기분이 든다. 글을 써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사실 글을 써보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자신의 고민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이야기하는 순간 본인도 모르게 정리가 되는 경험을 해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비슷한 맥락이지만 글을 쓰면 나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내가 처음으로 글을 쓰는 것에 재미를 느낀 것은 글씨체를 바꾸고 나서부터이다. 누가 봐도 어린 티가 묻어나는 글씨체에서 작정하고 어른스러워 보이는 글씨체로 바꾸고 나니 글이라는 것이 이뻐 보였었다. 그때는 글의 내용에 대한 고민보다 내가 쓴 빼곡한 글씨들을 보는 것이 뿌듯했다. 누군가에게 편지를 쓸 때도 마찬가지였다. 가령 생일 축하 편지를 썼을 때도 상대방에게 진심으로 축하해주려는 마음만큼이나 편지지를 빼곡히 채운 뒤 그것을 지켜보며 느껴지는 뿌듯함이 더 컸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글을 써오다가 '글쓰기'자체에 흥미를 느낀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내가 쓴 글에 대한 칭찬을 받은 것은 군인일 때였다. 군대 후임을 통해서 우연히 알게 된 동생을 글로 위로해주었다. 그 동생은 나에게 말을 이쁘게 해준다고 했고 나는 처음 들어보는 칭찬에 왠지 모를 벅찬 감정을 느꼈다. 글로도 많은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사실 그때 그 동생을 위로해주기 위해서 글을 쓰며 내가 생각했던 것은 단순히 나라면 어떻게 위로받는 것이 좋을까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칭찬을 받은 뒤로 처음으로 내가 쓴 글들을 보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본래 사람들을 좋아하고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글을 쓰기 시작해보니 이건 내가 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었다. 나에 대해서 잘 알수록 글을 쓰는 것이 조금 더 수월해질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반대로 나를 알기 위해서는 글을 쓰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어 보였다.

  

  나도 글이라는 것을 처음 쓸 때는 어디서부터 써야 할지 너무 막막했다. 하지만 결국 찾아낸 답은 '일단' 쓰고 보는 것이었다. 내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무작정 글로 옮기다 보면 저절로 재료들을 정리할 수 있는 단계가 다가왔다. 이렇게 무작정 하나하나 하다 보니 글이라는 것이 재밌게 다가왔다.


  글을 쓰는 것이 처음으로 재밌게 느껴지자 나의 취미생활란에 적힐 내용이 하나 더 늘어난 기분이 들었다. 취미가 생긴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 정말로 행복한 일이다. 정말 오랜만에 흥미를 느낄만한 취미를 찾은 기분이었다. 그다음엔 글을 잘 쓰고 싶어 졌다.


  글이라는 것에 처음으로 매력을 느낀 것은 이병률 작가의 '내 옆에 있는 사람'이라는 책을 접했을 때이다. 할 것 없는 군대에서 우연히 손에 치여 읽기 시작했던 그 책은 나에게 신선했다. 그 책을 읽는 동안에는 내가 잠시 다른 세계에 와있는 것 같았다. 이병률 작가가 말하는 좋은 글이란


사람을 움직이는 글

이라고 했다. 내가 그랬다. 그 책에 있는 글들은 나를 이리저리 흔들어 놓았다. 책을 읽어가며 내용에 한 번 놀라고 이렇게 글을 쓰기까지 얼마나 많은 경험들을 했을까에 대한 작가에 대한 존경심에 놀랐다. 정말 멋진 풍경과 작가가 느낀 모든 감정들이 글로 치환되어있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눈에서 광선이 나갔다면 아마도 책에서 그 구절은 까맣게 탔을 것이다. 혀로 음식을 음미하듯 눈과 머리로 글자들을 음미하였다.


  영화평론가 이동진 평론가가 말하는 좋은 영화란

영화를 다 보고 극장을 나가는 순간부터 관객의 머릿속에 영화가 시작되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했다.

  나도 나의 독자에게 그런 순간을 마련해주는 작가가 되고 싶다. 내 글을 읽은 사람들이 글을 다 읽고 나면 허공을 바라봤으면 좋겠다. 허공을 바라보고 자신의 경험을 떠올려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하는 글을 쓰고 싶다. 내 글을 통해서 잠시나마 멍이라도 때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건 정말 글쓴이로서 뿌듯할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글쓰기가 쉽지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좋아한다. 때로는 시도해보지 않은 것을 해야만 풀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문제가 풀리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글쓰기는 가치 있는 행위임에 틀림없다.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망설여지는 사람들은 일단 펜을 잡고 하다 못해 본인 이름을 써보거나 아니면 오늘 했던 일들을 적어보길 바란다. 학습의 기본은 반복이다. 글을 계속 쓰다 보면 자주 입는 옷에서 나의 향이 베듯이 글에도 나만의 향이 묻어날 것이다. 그때부터는 '진짜' 내 글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글쓰기의 가장 큰 매력은 추상적인 것을 구체화시켜준다는 것이다.


  나는 글 쓰는 것을 멈추고 싶지 않다. 지금 현재 나에게 글을 쓴다는 것의 의미는 나의 시간들로 이루어진 모래사장에서 발자국을 남기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살아오는 대로 생각했다면 이제는 글을 씀으로써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고 싶다.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왔는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고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 알기 위해서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걸 위해서는 '기록'이라는 게 꽤 나쁘지 않은 도구라는 생각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다 보면 어느새 나로 하여금 나의 독자들도 잠시나마 본인은 어떻게 살아왔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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