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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Jan 22. 2024

땅덩어리로 파헤친 가족의 양면성

드라마 '선산' 리뷰

종종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 소재라서 그런지, 몰입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완성도가 훌륭하다 할 순 없지만, 넷플릭스 드라마 '선산'은 시청자들이 중도하차하지 않고 끝까지 달리기엔 괜찮은 작품이다.


'선산'은 교수 임용을 앞둔 윤서하(김현주)가 존재조차 잊고 지내던 작은아버지의 죽음 후 남겨진 선산을 상속받게 되면서 불길한 일들이 연속되고 이와 관련된 비밀이 드러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1년 전 이맘때 넷플릭스 영화 '정이'를 선보였던 이야기꾼 연상호 감독이 기획 및 각본을 맡았고, 연상호 감독 밑에서 조감독으로 활동했던 민홍남 감독의 첫 연출작이다.


'방법', '괴이', '지옥' 등 한국형 오컬트로 두각을 드러냈듯, '선산' 또한 초반부에는 무속신앙을 앞세워 오컬트 뉘앙스를 풀풀 풍기며 보는 이들을 조마조마하게 만들고, 여기에 미스터리함을 몇 스푼 추가하며 분위기를 확실하게 조성했다. 윤서하 주변인들이 괴이하게 죽어나가고, 접신한 것인지 이상한 소리를 늘어놓는 이복동생(김영호)의 존재, 그리고 피칠갑이 된 윤서하 집 현관문이 그랬다.


하지만 오컬트는 '선산'의 포장지에 불과했고, 포장지를 벗겨낸 뒤 드러난 진짜 알맹이는 '가족'이다. 인간이 세상으로 태어나 가장 먼저 마주하는 '사회'가 가족인데, 평소에는 안정적이지만 상속 등으로 인해 갈등과 분쟁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 가족의 양면성과 상반된 모습을 본격 풀어낸다.



주인공인 윤서하는 유년시절부터 불안정한 가족 구조 속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가족'에 대해 끊임없이 갈구해 왔던 인물이다. 남편 양재석(박성훈)의 부도덕한 일을 알면서 감내했던 것도, 생전 처음 보는 이복동생과 상속 분할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음에도 그를 끝까지 밀어내지 못했던 것도 여기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듯했다.


이와 맞물려 이복동생 김영호의 가족사, 윤서하 주변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 살인사건을 쫓는 형사 최성준(박희순)의 가족사까지 연이어 뻗어 나오면서 가족 이야기를 강화한다. 이번 작품을 통해서도 연상호 감독은 장르를 불문하고 '가족'을 이야기 주제로 삼아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그 누구보다도 잘 모르는 '가깝고도 먼 가족' 이야기를 전달한다.


주제의식은 분명하나, 초중반에 비해 후반부에 다소 힘이 부치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선산을 포기하지 않으면 화를 입을 거라는 김영호의 기행이 반복될수록 호기심보다는 질리는 느낌이 강했고, 후반부 반전 카드로 숨겨둔 '금기' 패를 꺼내 보이는 방식을 등장인물의 구전으로 흘려 맥이 풀린다.


뒷심이 부족한데도 완주할 수 있었던 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사건과 여러 인물들의 숨은 사연, 자연스레 이어지는 메시지까지 세련되진 않아도 우직하게 틀을 잘 유지하면서 전개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생동감 있게 불어넣는 배우들의 연기도 눈여겨 볼만하다. 그중 극 전체를 잡아끌고 가는 김현주의 존재감은 믿음직스럽고, 특별출연이긴 하나 초반부 몰입도를 끌어올린 박성훈도 인상 깊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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