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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Jan 27. 2024

세상이 멸망해도 마동석표 액션은 생존

영화 '황야' 리뷰

넷플릭스 영화 '황야'를 보며 느끼는 건, 세상이 멸망하더라도 마동석표 액션만큼은 어떤 식으로든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겠다는 점이다. 확실히 검증된 액션이긴 하나, 액션만으로 끌고 가기엔 어딘가 허전하다.


'황야'는 폐허가 된 세상, 오직 힘이 지배하는 무법천지 속에서 살아가는 자들이 생존을 위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다. 마동석이 주연 이외 제작, 각색에 참여했고, '범죄도시' 시리즈를 비롯해 다수 작품에서 무술감독을 해온 허명행 감독의 입봉작이다.


지난해 여름에 개봉한 '콘크리트 유토피아'처럼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그리 있긴 하나, 전반적인 느낌은 '범죄도시' 멸망편을 보는 듯하다. 마동석이 연기하는 남산 캐릭터는 '범죄도시' 마석도와 닮아있고, 유머 코드나 갈등 해결 구조 또한 그렇다.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서 만드는 '범죄도시 4'의 스핀오프로 착각해도 무방할 수준이다.


무술감독으로 이름 날렸던 명성에 걸맞게, 허명행 감독은 '황야'에서 자신이 갈고닦았던 노하우를 쏟아낸다. 맨몸, 총기, 단검 액션 등 다양한 액션으로 디자인해 보는 이들의 도파민을 자극시킨다. 액션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황야'를 가볍게 즐기기 좋은 반면, 마동석표 액션을 자주 접했다면 기시감이 느껴질 수도 있다.



'황야'의 문제점은 영화의 서사가 매우 빈약하다는 것. '물을 점유한 이가 권력을 누린다'는 단순한 세계관을 설명하는 데 필요 이상으로 할애하고, 전개 속도가 매우 느려 흥미를 유발하지 않는다. 수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한 것에 비해 관계성이나 계급 등 생각만큼 다채롭지 않고 어떤 지점에서는 유치하게 다가온다. 예를 들면, 과학자 양기수(이희준)의 욕심과 이와 관련해 갈등을 빚는 순간 등은 손발이 오그라든다.  


대사나 말맛도 평이하다. 마동석 스타일의 농담을 제외하고 귀에 꽂히거나 기억나는 게 거의 없다. 절정 부분에서 직접 메시지를 꽂는 수나(노정의)의 대사는 촌스럽게 비칠 수도 있다. 서사의 레이어가 촘촘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묻어난다.


스토리텔링의 약점을 배우들이 연기로 커버한다. 주인공인 마동석은 자신의 전매특허인 원펀치와 무기를 활용한 액션 시퀀스, 특유의 개그를 뽐내며 존재감을 자랑한다. 남산의 파트너인 지완 역의 이준영이나 수나를 맡은 노정의 또한 제 몫을 해낸다.


'황야'에서 단연코 돋보인 인물은 이희준이다. 인류의 미래를 고민하며 연구에 집중하는 의사라는 정체성의 이면엔 삐뚤어진 부성애가 숨겨져 있었고, 이를 광기로 폭발시키는 그의 연기는 리스펙트다. 또 특수부대 소속 중사 은호를 연기한 안지혜는 기대 이상이었다. 다른 작품에서 액션으로 시선강탈한 적이 있지만, '황야'에서도 번뜩인다. 액션 못지않게 대사나 감정 연기도 안정적으로 소화해 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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