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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Feb 19. 2024

그 순간만큼은 하나가 됐다

영화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밤' 외 3편 리뷰

요즘 본업이 매우 바빠졌다는 핑계로 리뷰 작성에도 소홀해진 것 같다. 반성하는 차원에서 지난 1월에 봤던 작품들을 초단편 리뷰로 모아서 소개해보려고 한다. 이번 리뷰는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밤', '안데스 설원의 생존자들', '킬러들의 쇼핑몰', '에코' 되겠다.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밤'



위대한 록밴드들이 활약했던 196,70년대를 지나 1980년대는 댄스 팝이 주류로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장르를 대변하는 아티스트들이 등장해 소위 '르네상스'를 이루던 시절이었다. 1985년 1월 28일, '레전드'로 불리는 아티스트 46명이 한 자리에 모여 부른 노래가 있었으니 바로 'We Are The World(위 아 더 월드)'다.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밤'은 위대한 곡이 탄생하게 된 비하인드를 96분에 담아낸다.


'We Are The World'는 1984년 에티오피아 대기근으로 아프리카를 돕고자 하는 세계 지원이 잇따르자 미국 팝스타들이 뭔가를 해야 한다는 연대감을 갖는데서 출발한다. 밥 갤도프가 기획하고, 마이클 잭슨과 라이오넬 리치가 공동 작곡, 퀸시 존스가 프로듀싱을 맡게 되면서 프로젝트는 급물살을 탄다. 하룻밤 안에 개성 강한 가수들을 데리고 녹음을 끝내야 하다 보니 녹록지 않았다. 초반에는 충돌하기도 하지만 점점 하나의 마음으로 모아져 부르는 모습들이 뭉클해진다.


가수들이 녹음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다이애나 로스는 남아서 “영원히 끝나지 않길 바랐다”며 눈물을 흘린 모습에 크게 공감하며 울컥한다. 자존심은 문밖에 두고 녹음에 참여한 팝스타들의 뜨거운 연대가 모든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밤' 덕분에 오늘도 'We Are The World'를 찾아 듣는다.


★★★☆




'안데스 설원의 생존자들'



96회 아카데미 외국어장편 영화상에 도전하는 넷플릭스 영화 '안데스 설원의 생존자들'은 '안데스의 기적'으로 불리는 '우루과이 공군 571편 추락사고'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해당 실화는 이미 1993년에 프랭크 마셜 감독이 연출한 '얼라이브'로 한 차례가 개봉하기도 했다.


도와줄 이 하나 없는 설원의 안데스 산맥에 추락한 비행기에서 겨우 16명만이 목숨을 건졌다. 험준한 지역이다 보니 구조는 여의치 않고 식량이나 가용할 수 있는 자원 또한 극히 제한적. 여기에 자연은 이들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고 계속 시련을 안기며 비극으로 몰아간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대학 럭비팀으로 호흡 맞췄던 조난자들은 서로에게 어깨를 내어주며 한 팀으로 단단하게 뭉친다. 이들의 생존기를 보고 있노라면, 인간애가 아직 살아있다는 걸 느낀다. 이를 염두한 듯,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은 조난자 개인이 아닌 전체에 초점을 맞추며 비극에서 기적으로 바뀌어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담아내 시청자들에게 희망을 선물한다.


★★★☆




'킬러들의 쇼핑몰'



디즈니+ 8부작 드라마 '킬러들의 쇼핑몰'은 액션 장르 작품에 한 가지 메시지를 전달했다.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화려한 액션도 중요하지만, 이를 부각하기 위해선 뼈대처럼 받쳐줄 캐릭터와 스토리라인이 밀도 높아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유일한 보호자였던 삼촌 정진만(이동욱)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을 듣게 된 정지안(김헤준)은 삼촌이 남긴 수상한 쇼핑몰의 존재를 알게 되고, 동시에 자신이 킬러들의 표적이 되어 공격받는 상황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킬러들마다 선보이는 개성 넘치는 액션(현재) 속에서 정진만-정지안의 서사(과거)가 교차로 편집되는데 담백하고 산만함 없이 전개되는 게 특징이다. 8부작이라는 다소 짧은 호흡 속에서도 스토리 밀도도 제법 높다는 게 강점.


출연 배우들의 이미지 변신도 눈길을 끈다. 이동욱은 지금껏 보여주지 않았던 차가운 카리스마로 인상을 남겼고, 김혜준은 섬세한 감정선과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액션으로 사로잡았다. 특히 중국 출신 킬러 소민혜 역을 연기한 금해나는 '킬러들의 쇼핑몰'이 발굴해 낸 최고의 원석이 아닐까 생각된다. 시그니처인 단발머리와 블랙 위도우에 버금가는 액션 연기로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




'에코'



마블 스튜디오의 새 레이블 마블 스포트라이트가 선보인 첫 작품 '에코'는 생각할수록 아쉽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만 했어도 충분히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을 텐데, 잘못 포장하면서 되려 매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에코'는 드라마 '호크아이'에서 빌런으로 등장했던 마야(알라콰 콕스)가 킹핀(빈센트 도노프리오)으로부터 벗어나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 그리고 킹핀에게 복수의 칼날을 겨누면서 동시에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5부작으로 압축해 담아냈다. MCU 팬들에게 상대적으로 생소한 마야라는 캐릭터를 착실하게 설명하면서 그의 장기인 액션을 실감 나게 표현한다. 마야의 거침없는 맨몸액션과 이를 부각해 줄 효과들은 보는 이들에게 높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하지만 촉토 부족의 후예라는 설정이 추가되면서부터 '에코'의 방향성은 잃어버린다. 선조들에 대해 설명이 들어가지만 물과 기름처럼 마야의 서사와 섞이지 못하고 따로 노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또 MCU 유니버스의 특징인 다른 작품과의 연계성 또한 딱히 찾아볼 수도 없다. 모두가 기대했던 킹핀의 분량이나 마야-킹핀의 서사 등이 생각보다 빈약해 실망감이 클 수밖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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