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카인즈 오브 카인드니스' 외 3편 리뷰
요즘 들어 몰아서 본 작품들이 많은데, 하나하나 정리하기엔 시간이 부족하여 한꺼번에 소개하면서 리뷰하고자 한다. '카인즈 오브 카인드니스', '우씨왕후' 파트 1, '신인가수 조정석', '에이리언: 로물루스'다.
'카인즈 오브 카인드니스'
요르고스 란티모스가 다시 한번 자신의 괴짜 기질을 영화 '카인즈 오브 카인드니스'를 통해 표출했다. 전작 '킬링 디어' 이후 오랜만에 현대극으로 돌아온 그는 이번 영화 또한 기상천외하면서도 관객들에겐 다소 불친절하게 자신의 풍자극을 전달한다.
'카인즈 오브 카인드니스'는 'The Death of R.M.F', 'R.M.F. is Flying', 'R.M.F. Eats a Sandwich' 3개의 에피소드를 느슨하게 하나로 묶은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됐다. 각각 구원, 사랑, 믿음 3가지 주제를 담았으며, 버림받기 싫어 발버둥을 치는 모습을 에피소드별 주인공들에게 투영한다. 이번에도 신화를 비틀어버리는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장기가 드러나지만, 완성도는 'The Death of R.M.F' 편이 제일 좋았다. 반면 'R.M.F. is Flying'와 'R.M.F. Eats a Sandwich'는 보는 이에 따라 과하게 자극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가여운 것들'을 제작하던 중에 가볍게 만든 영화여서인지 전작에서 함께 호흡 맞췄던 엠마 스톤, 윌렘 대포, 마가렛 퀄리 등이 대거 출연하여 1인 3역 연기를 맛깔나게 펼친다. 그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인물은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제시 플레먼스. 3개의 에피소드 모두 메인 서사를 이끌어가는 만큼, 존재감이 가장 빛났다.
★★★☆
'우씨왕후' 파트 1
'우씨왕후'는 한국판 '왕좌의 게임'이 되고 싶었던 모양인가 보다. 고구려 9대 왕 고국천왕의 비인 왕후 우씨의 취사혼수제 일화를 드라마화하면서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점, 잔잔하게 깔아놓은 서사에 남성우월주의가 부각된 점, 왕좌를 포커싱 하면서 성애와 살육 등 자극적인 장면으로 채운 점 등이 그러했다.
하지만 1~4화를 공개한 파트 1만 놓고 봤을 때, '우씨왕후'는 '왕좌의 게임' 고구려 버전으로 각인시키는 데 실패했다. 제작비 300억 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에 걸맞은 고구려군 대 한나라군의 전투 신이나 신경을 많이 쓴 미장센은 눈길을 끌지만, 앞에서 언급한 자극적인 장면이 너무 남발해 메인 스토리 몰입을 방해한다. 또 주인공인 우씨왕후(전종서)가 왕을 선택하러 다니는 이유라던지 캐릭터의 개성 등이 와닿지 않아 매력이 떨어진다.
그리고 주인공 우씨왕후를 연기하는 전종서의 연기력이 아쉽다. 개성 강한 아우라를 뽐냈던 전작들과 달리, 사극에선 어색한 발성과 일관적인 표정만 보여주며 몰입도를 방해한다. 특히 특별출연이자, 남편인 고남무(고국천왕)를 맡은 지창욱과 한 앵글에 잡혔을 때, 더더욱 비교된다는 점이다. 9월 12일에 공개될 파트 2에서 단점들이 대부분 만회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신인가수 조정석'
연기뿐만 아니라 노래에도 일가견 있는 조정석이라서 가능했다. 이 어려운 걸 해내고야 만다. 데뷔 20년 만에 '신인가수' 타이틀을 달고 가수로 데뷔한 넷플릭스 예능 '신인가수 조정석' 이야기다.
예고만 살펴봤을 때에는 페이크 다큐멘터리스러운 느낌이 강하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가수 데뷔에 누구보다도 진심이었던 '인간 조정석'을 조명한다. 100일이라는 시간 안에 정규 1집 앨범을 만들어 가수로 데뷔하는 챌린지를 그리는 동안, 조정석은 투 상훈(정상훈, 문상훈)과 함께 정상기획이라는 소속사를 차린 뒤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하며 앨범 만들기에 열과 성을 다한다.
비록 예능을 통해 앨범을 제작했지만, 조정석의 정규 1집 완성도는 생각 이상으로 훌륭하다. '슬의생' 시절 OST 음원으로 음원 차트 1위를 싹쓸이하던 게 마냥 운빨은 아니었던 것 같다. 정규앨범을 구매하고 싶다면, 9월 9일을 기다려라. 다만, 8부작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잔잔하다 보니, 버라이어티함을 선호하는 이들에겐 다소 심심할 순 있다.
★★★
'에이리언: 로물루스'
오랜 시간을 거쳐 'SF 호러'로 회귀했다. 훌륭한 시리즈의 명성에 누를 끼치지 않는 완성도까지 갖춰 '에이리언' 시리즈 마니아들과 뉴비들 모두 만족시키는 데 성공했다.
'에이리언' 시리즈의 7번째 장편인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1편의 2122년과 2편의 2179년 사이인 2142년을 배경으로, 더 나은 삶을 위해 식민지를 떠나는 청년들이 버려진 우주 기지에 도착해 에이리언의 무자비한 공격을 피해 생존을 위한 사투를 그린다. '맨 인 더 다크'로 뛰어난 연출력을 인정받은 페데 알바레즈 감독은 오프닝 시퀀스부터 SF 호러 색채를 강하게 드러내더니 청각과 시각을 자극하는 공포 요소들을 적재적소에 집어넣으며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그러면서 페데 알바레즈는 '에이리언' 전 시리즈를 오마주 하여 '에이리언 찐덕후'의 면모를 드러낸다. '에이리언' 덕후라면 영화를 보는 내내 반가운 장면과 요소들이 많을 것이다. 여기에 영화 '프리실라'를 통해 베니스를 사로잡았던 라이징 스타 케일리 스패니의 연기력은 '에이리언: 로물루스'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