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Mr. 플랑크톤' 리뷰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넷플릭스 드라마 'Mr. 플랑크톤'은 세상에 모든 해조와 재미, 어흥들을 위해 이 따스한 메시지를 전하며 포근하게 안아준다. 10부작을 통해 들려주는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시청자들은 웃고 울고 힐링을 얻을 것이다.
'Mr. 플랑크톤'은 실수로 잘못 태어난 남자 해조(우도환)의 인생 마지막 여행길에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여자 재미(이유미)가 강제 동행하면서 벌어지는 로드무비다.
가족에게 버림받고 '불행'의 길을 걸어온 해조, 유전병으로 자신의 머릿속에 시한폭탄이 심어져있다며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자신에게 절망을 안긴 부모의 존재에 줄곧 분노했던 그는 자신을 태어나게 만든 생부(정자 공여자) 찾기에 나선다. 자신 못지않게 불행의 아이콘이자, 조기폐경이라는 충격 진단을 받은 재미와 함께 말이다.
해조의 방식은 다소 과격했다. 재미와 종갓집 장손 어흥(조정세)의 결혼식 당일, 직접 찾아가 재미를 강제 납치해 친부찾기에 올랐다. 이 극단적인 방식이 'Mr. 플랑크톤'을 선택하려는 시청자들에게는 진입장벽이다. 최근 데이트 폭력에 대한 경각심과 엄벌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전 납치, 폭력적인 장면들이 불편하게 다가올 수 있기 때문.
이에 대해 변을 하자면, 먼저 해조-재미는 전 연인 관계이며 헤어지기 전 서로에게 남긴 말에서 출발한다. "넌 좋은 엄마가 될 수 없어", "넌 평생 외롭게 살다가 길바닥에서 혼자 죽을 거야" 이 저주 같은 말들이 현실이 되어가자, 다급해진 해조는 외롭게 죽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난감한 상황에 처한 재미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구한 것.
'납치'라는 방지턱만 넘어선다면, 해조-재미의 기묘한 동행에 자연스레 빨려들어간다. 조폭에 쫓기고 예고 없이 찾아오는 두통 시그널 등 생사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여정을, 유쾌하게 또는 짠하게 단짠단짠 맛을 적절하게 삽입하며 극 전체 분위기를 환기한다. 그러다 세상을 떠다니거나 밀리는 플랑크톤 같은 인물들이 온몸으로 빛을 내며 산소를 만들어내는 플랑크톤처럼 저마다의 인생 가치를 깨닫고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여기에 시니컬하면서 따뜻함을 간직한 조용 작가의 대사와 우울하고 어두운 이야기를 밝고 명랑한 분위기로 풀어내는 홍종찬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그래서인지 2004년 방영된 KBS 2TV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순한 맛 혹은 조용 작가의 전작인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밝은 버전처럼 느껴진다.
'Mr. 플랑크톤'에 출연한 배우들의 역량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먼저, 해조 역의 우도환은 10부작 동안 분노, 좌절, 사랑, 애틋함 등 깊은 감정선을 표현하며 극의 중심을 묵직하게 이끌어간다. 해조와 'Mr. 플랑크톤'이 그의 인생캐릭터, 인생작이라고 꼽아도 손색없을 만큼 훌륭했다. 그동안 강한 캐릭터를 선보였던 이유미는 조재미를 만나 러블리함과 명랑함을 담당하며 로코 매력을 한층 끌어올렸다. 이와 함께 캐릭터의 희로애락을 디테일하게 소화하며 연기력을 입증했다.
어흥 캐릭터로 분한 오정세는 이번 작품에서도 '오정세했다'. 짠하면서 귀엽고, 때로는 엉뚱하다. 그러면서도 오직 재미만 바라보는 순애보 면모를 뽐내며 미친 존재감을 자랑한다. 그 외 범호자 역의 김해숙부터 이엘, 김민석, 오대환, 이다희, 이해영, 조한철 그리고 존 나(John Na)를 연기한 알렉스 랜디까지 'Mr. 플랑크톤' 세계관을 확장시키며 유쾌하고 다채로운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Mr. 플랑크톤'은 '친부찾기'라는 명확한 여행을 로드무비 형식을 빌려 표현하는데, 전북 남원부터 부산, 제주도, 강원도 등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계절감을 제대로 살린 국내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낸다. 마치 대리 여행을 떠나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