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무파사: 라이온 킹' 리뷰
디즈니 르네상스를 이끈 명작 '라이온 킹'이 탄생 30주년을 기념해 지난 2019년에 선보였던 실사 영화에 이어 새로운 시리즈를 공개했다. 심바의 아버지 무파사의 이야기를 담은 '무파사: 라이온 킹'(이하 '무파사')을 내놓았다.
실사 영화 '라이온 킹'처럼 '무파사' 또한 원작 애니메이션과는 일부 다른 설정을 갖췄다. 프라이드 랜드의 왕인 무파사가 알고 보니 왕의 혈통이 아닌 점, 친형제였던 무파사와 스카는 의붓형제로 변경됐다. "왕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거듭난다"는 메시지에 맞춰 무파사의 서사를 극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바꾼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심바(도널드 글로버)와 날라(비욘세)의 딸 키아라(블루 아이비카터)가 동생을 출산하기 위해 떠난 엄마와 아빠를 기다리며 라피키(존 카니)에게서 옛날이야기를 듣는 방식으로 전달된다. 이는 무파사에서 심바로, 심바에서 키이라로 유산(왕의 자질)을 물려주는 걸 암시하며 3대를 하나로 연결한다.
엄마 아빠와 함께 전설의 낙원 밀레레를 찾아 이동하던 무파사(에런 피에르/브레일린 랭킨스)는 대홍수를 만나 다른 곳으로 떠밀려 왔고, 왕의 혈통이자 예정된 후계자 타카(스카, 켈빈 해리슨 주니어/테오 소몰루)를 만나면서 의형제처럼 지낸다. 어느 날 '외부자들' 백사자 무리의 습격 때문에 무파사-타카는 생존을 위해 자신들이 속했던 무리를 떠나 밀레레로 향했고, 이 과정에서 암사자 사라비(티파니 분)와 개코원숭이 라피키를 만난다.
'무파사'의 스토리 구조는 기존 '라이온 킹'과 비슷하나, 전작과 달리 용기와 지혜로 왕이 되는 무파사의 모습을 그리며 현대적으로 표현한다. 이때 '라이온 킹'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 '생명의 순환'을 부각하고자 새로운 빌런인 키로스와 외부자들의 폭력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초원의 밑바닥부터 모든 종이 '생명의 순환' 속에 놓인 동일한 존재라는 걸 모든 동물들에게 전파하고 독려하는 무파사의 리더십을 그린다.
이 영화의 주체가 무파사-타카 두 사자인 만큼, 어렸을 때 친형제처럼 지냈던 이들이 어쩌다 파국으로 치닫게 됐는지 관계성 변화로 영화의 살을 붙인다. 특히 '라이온 킹' 빌런 스카의 타카 시절은 흥미로웠다. 새로운 형제가 생겨 행복해했던 타카는 위기를 맞이하면서 고뇌하다가 어느 순간에 질투심을 느껴 배신하기도 한다. 비겁하고 겁이 많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우정 앞에 용기 내는 순간도 있다. 그에 반해 무파사는 심바와 다르게 완성형 캐릭터로 구축되어 있다 보니 평면적으로 느껴진다.
실사 영화 '라이온 킹'에서 진일보한 VFX(시각특수효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압도적인 스케일과 영상미를 자랑했으나, 동물을 의인화하는 과정에서 대사 싱크로율이 맞지 않는 부분이 보이고 이 때문에 감정 전달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무파사'는 전작의 단점을 완벽하게 보완했다. 드넓은 초원부터 폭포, 설경까지 아프리카의 장엄한 대자연부터 다채로운 감정 표현하는 동물 묘사, 디테일한 동물 털 표현까지 리얼하다. 흡사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다.
기술력은 확실히 진화했으나, 무파사, 타카, 사라비가 함께 있을 때에는 조금 헷갈린다. 캐릭터별 특징을 다르게 표현하긴 했지만, 한 앵글에 잡혀있을 때 구분하기 힘든 건 어쩔 수 없다. 그 외 완벽한 동물 묘사에 비해 물을 표현한 CG의 완성도는 옥에 티다. 물론 이 부분들은 영화를 감상하는 데 크게 불편함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