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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랑 Feb 15. 2023

배구가 나를 응원해

그리고 행복배구를 응원해

 지난 성탄절쯤 배구 중계를 우연히 봤다. 도쿄 올림픽으로 배구에 입문해서 한참을 보다가 잠시 잊힌 배구를 오랜만에 다시 보니 배구의 매력이 떠올랐다.

 새로운 선수와 익숙한 얼굴의 선수가 반가웠고 몇몇 선수가 팀을 옮긴 모습에 놀랍기도 했다. 작년과 많이 다르지 않은 순위를 보며 응원하던 팀이 조금 더 올라오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이후 매일 중계를 놓치지 않았고 가끔 직관으로 팀을 응원하러 갔다. 라운드가 끝으로 갈수록 배구의 열기도 더 뜨거워지는 듯했다. 빈 관람석이 없는 경기장은 응원과 함성으로 가득하고 모든 사람의 눈은 코트를 가르는 공에 집중된다.

 어디에서 경기를 보던 나의 팀이 이겼으면, 나의 팀 순위에 유리한 경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매일 손을 마주 잡고 아쉬움과 기쁨을 번갈아 느끼며 경기를 본다.


 며칠 전 순위 변동이 없던 두 팀이 만났다. 결과가 예상 가능한 경기라 생각했는데 이변이 일어났다. 지난 시즌에 생긴 신생팀은 오랜 시간 동안 7위를 벗어나지 못해 승리가 간절한 팀이었다. 가끔씩 들리는 그들의 승리는 다른 팀을 응원하는 나조차도 많이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런 그들의 반가운 소식을 이날 들을 수 있었다.


 상대팀에게 생긴 변수 덕에 이겼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들의 간절함과 준비된 모습이 승리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한 세트 25점까지 한점 한점 만들어가는 그들의 모습을 본다면 이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쉽게 오지 않는 승리를 쟁취한 그들의 표정은 행복, 기쁨을 넘어서는 벅참이 있다. 경기 시작부터 종료까지 벅참을 만들어가는 그들의 모습에 오히려 내가 응원을 받는 듯하다.


 ‘배구는 인생이다’ 지루한 표현이지만 며칠 전 잘했던 팀이 오늘 무너지는 모습 혹은 그 반대의 모습을 보면 저절로 생각나는 말이다. 매시간 코트 분위기가 바뀔 때 누가 더 침착하는지에 따라 승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침착하게 실수하지 않고 하나씩 바로 잡아가는 것. 그런 배구에서 나는 조심스럽게 인생을 돌아보고 예측해 본다.


 촘촘한 일정의 배구 리그는 얼마 남지 않았다. 봄배구라 불리는 순위 경쟁을 이어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 팀이 조금 더 힘을 내줬으면 하는 바람과 선수들이 더 부상을 입지 않고 시즌을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이번 시즌이 끝나고 새로운 시즌이 있을 가을까지 허전하겠지만 지금까지 치열하게 달려온 선수들의 모습에 힘을 받아 현생을 잘 이겨내고 있으면 금방 돌아오겠지. 일단 우리 팀 봄배구 가보자고!!! 이겨내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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