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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랑 Aug 15. 2023

가진 게 집(集)밖에 없어서

어느 날 집으로 낯선 사람이 들어왔다

 이른 더위를 맞이했던 6월을 보내고 어느덧 8월 중순이 됐다(글이 6월에 멈춰있는 것을 보고 급하게 작성하는 중). 지역으로 이주한 지 6개월 차, 주변인들이 많이 묻는 주된 질문은 "지역 살이 어때?"인데 먹고 사느라 바빠 지난 시간을 돌아볼 틈이 잘 나지 않는다.  이는 지역이 아니더라도 비슷한 것 같다. 하지만 시간에만 쫓겨 살지 않기 위해 선택한 삶이기에 오랜만에 틈을 내어 지난 시간을 돌아본다.


 지역에서 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집'과 '일'. 특히 집을 구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매물이 없기 때문인데 이는 면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생활 기반 시설이 잘 구축된 읍 지역에 사람이 모이는 탓이다. 어느 정도냐면 이주하고 두 달 만에 겨우 볼 수 있었던 집은 어지간히 문제가 되지 않으면 선택할 수밖에 없다. 내가 아니더라도 집을 기다리는 사람이 줄을 섰기 때문. 그러다 보니 특별히 눈에 띄는 문제가 없다면 덥석 잡아야 한다. 집을 기다린 시간에 비해 이사가 결정되기까지 호로록(?) 진행되는 속도에 '잘한 건가?'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이미 살아야 할 집인데 열심히 살 수밖에.


 슬프게도 이유는 다르지만 어디든 내 집 마련, 아니 살 집 찾기는 어렵다. 선택권이 없었던 살 집 찾기는 2년 뒤 다시 해야 할 살 집 찾기를 미리 걱정하게 한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어려움을 겪고 나니 이주청년들의 집 고민은 더 이상 남 일이 아니다. 그런 마음에 어쩌다 집을 나누는 일이 시작됐다. 4개월 동안 아직 집을 구하지 못하거나, 이사 전까지 텀이 생겨 잠시 머무를 곳이 필요한 청년 두 명이 집을 거쳐 갔다.


 한 번은 기간이 정해지지 않았고 한 번은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함께 살았다. 집을 나누는 것에 주변에서 걱정하는 소리도 많았지만 나와 비슷한 처지를 모른 척할 수 없었다. 물론 잘 모르는 사람과 같이 사는 것은 불편한 구석이 있지만 가족과 사는 것도 편하지(?) 않았기에 협의한 규칙을 잘 지키면 문제는 없었다. 다만 지내는 동안 편했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지역 주민이 아무리 다정한들 연고 없는 곳에 익숙해지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마음 편히 있을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랐다. 잠시 다녀간 두 청년이 그런 공간으로 지냈는지 알 수 없지만 나중에라도 '집을 내어준 사람이 있었어' 정도로 기억되길 바란다. 또 모른다. 이 경험으로 그들이 또 다른 나눔을 할지.


 집으로 사람을 부르는 것은 사실 나를 위해 시작했다. 지역이나 공동체를 위해서라기보다 청년 보기 힘든 곳에서 내가 외롭지 않기 위해, 오래 지역에서 머물기 위해. 이주를 선택한 청년들의 마음이 절대 가볍지 않음을 알고 있기에 오래 함께하고 싶은 마음으로 너무 비장하지 않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내가 가진 것 중 가장 쉽게 나눌 수 있는 것이 지금은 집밖에 없으니 필요한 사람과 함께 산다(아무나 사는 것은 아니다). 내 집 마련의 길은 정말 어렵지만 사는 집을 나누는 일은 당분간 어렵지 않겠다.  

    

 아, 그래서 "지역 살이 어때?"라는 질문에 대답은 아직까지 재밌다. 하고 싶은 것을 도시에서보다 더 활발히 하고 있으니, 어쩌면 기회가 더 많을 지역에서 보고 듣고 생각할 수 있어 재미있게 바쁘다. 물론 힘들 때도 있지만 미래의 나에게 건강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9월에는 더 재밌는 일이 있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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