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cherry Mar 31. 2024

감상기록 - #1 (책)

상처는 한번만 받겠습니다 - 김병수 

2024.2.11 책 일부 필사

 언젠가부터 책을 읽으면서 공감가거나 마음에 와 닿는 구절들을 필기해두는 습관이 생겼다. 

 그 중 다시 골라 타이핑한 58페이지와 65페이지 문구들은 읽은 지 한달이 더 지났지만 어떠한 마음으로 그 문장들을 골랐는지 앞 뒤 맥락 없이도 기억이 난다.


p58 나 자신에게도 그렇지만 괜히 강한 척하는 사람에게는 정이 안간다. 약해빠진 것도 싫지만, 약점 한두개씩 엿보이지 않는 사람과는 친해지고 싶지 않다. 어리숙하고, 잘 긴장하고, 여리고 여린 마음을 가진 사람이 나는 좋다. 빡빡하게 각 잡고 있는 사람은 한두번쯤은 만나겠지만, 그 이상은 안보게 된다. 

 나에게 어울리는 사람과 환경을 찾아 그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나를 둘러싼 맥락을 바꾸는게 성격을 변화시키는 것보다 훨씬 쉽고 효과도 좋다. 덧붙여 말하지만, 당신은 있는 그대로 훌륭하다. 절대 변하지 마라. 


 강한척 하는 사람보다 여린 사람이 좋다는 저자의 글은 약 7년 전 읽었던 '시를 잊은 그대에게' 속 내용 중 공감 했던 아래 부분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관련 주제로 꽤나 길게 써 내려간 생각들이 있는데 여전히 이러한 문장들에 꽂히는 것을 보면 사람 참 변하지 않는다. 


"시를 잊은 그대에게" - 정재찬

신경림 "갈대"에 대하여

p20 

물론 이것은 허무주의에 가깝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여기에 인간의 위대함이 있다. 자신을 성찰할 줄 모른다면 비애도 없다. 인간 존재의 모순과 그에 따른 불안, 자신이 인간이라는 이유로 흔들리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게 될 때, 인간은 더욱 성숙해질 수 있다. 이 시가 허무와 비애로만 끝나는 것 같지 않은 이유, 이 시를 읽고 나서 잠시만 눈을 감고 음미하노라면 은근히 고개가 끄덕여지며 미소가 번지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는 몰랐다"라는 표현은 결국 "이제는 안다"란 뜻이 되기 때문이다. 허무를 모르는 것도 제대로 된 인생은 아니지만, 허무에 일방적으로 패배하는 것 역시 아직은 성숙에 도달한 인생이라고 보기 어렵다.

p23

인간은 모순적인 존재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인간은 도대체가 나약하기 짝이 없는 갈대지만, 그와 동시에 생각하는 갈대인 탓이다. 그래서 인간은 위대하고 동시에 비참하며, 그 역도 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신경림의 <갈대>를 읽고 가슴 한편이 퀭해지는 것도 인간적인 진실이요, 그 비애를 넉넉히 받아들이며 관조하게 되는 것 역시 인간다운 모습일 것이다. 이 중에 어느 하나만 받아들이는 것은 이 시를 충분히 감상한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 

...

이시를 살린 것은 여러 번 읽을수록 느껴지는 그 모순사이의 미묘한 울림과 여운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당시에 쓴 일기를 보면, 단순하게 사는 것을 권하던 심리 서적들, 그리고 사회에 대한 불편함이 있었던 것 같고, 그와 더불어 여리고 불안하지만 그럼에도 결과적으로는 강인한 인간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서 이 부분을 좋아했던 듯하다. 그리고 여전히 스스로의 약함을 인정하고 때로는 비애하고 성찰하는 사람에게 마음이 간다.


p65 열정이 사라져서 회피하는 것이 아니다. 열정이 여전히 들끓고 있기 때문에 회피하는 것이다. 끓어오르는 열정이 방향을 잃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을 회피라고 해야 옳다. 이미 고정되어 버린 것 같은 지금의 모습이 끔찍이도 싫기 때문에, 그것에서 도망치고 싶은 것이니 움츠러듦을 두려워 할 필요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된다. 회피를 정당화하며, 심리적 발달과제를 풀지 않고, 골방에만 틀어박혀 있어선 안된다. 직면하면서 고통을 겪어야 한다.


 부연할 필요조차 없이 적어도 "내가 경험했던, 어쩌면 아직도 헤어나오기 위해 애쓰고 있는 무기력"에 대한 짧지만 날카로운 설명 이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