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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mom Apr 22. 2024

막내인 작은 고모의 외로움

좋았던 것만 떠올려야 한다.

막내인 작은 고모가 막내라서 외롭다고 한다.

고모의 형제 중에 자신만 살아 있다면서 한 말이다.

오빠인 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는 부쩍 외로움을 더 많이 느낀다면서

쓸쓸하다는 생각이 들면 내 아버지 그러니까 오빠에게 전화를 했다며

그럼 오빠는 무슨 말이든 다 들어주셨다면서 그리워했다.


그래서 우울해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저에게 남은 단 한 분의 어르신이라고 건강하게 오래 사셔야 한다며

고모가 혼자 남았다지만 우리 쪽에서도 고모밖에 없다고 했다.


난 이런 위로의 말들을 엄마에게 했었고 엄마가 입원하고부터는

혼자 계시는 아버지에게도 하면서 우울해하지 말았으면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서울에 계셔 자주 왕래하지 않았던 고모에게 하는데

고모는 그렇게 생각해도 되는 거니 하시면서 고맙다고 말은 했지만

아마도 아버지처럼 금방 잊어버리고 자신의 생각으로 돌아갈 것 같다.


지금 60대인 나도 살아오면서 가진 고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쓸데없이 아무 도움도 안 되는 온갖 걱정과 근심으로 잠을 설친다.

그러니 80대였던 아버지도 지금의 고모도 별수는 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이야기하는 그 순간만이라도 기분이 좋아지길 바랐다.


아버지와 엄마는 미련이나 후회는 없으셨는지 듣지 못했는데

고모는 많은 미련이 있는 것 같으면서 모든 것을 걱정하셨다.

SKY대학에서 교수로 있는 아들 걱정을 가장 많이 하시는데

연구실에 강의에도 바쁜데 자신까지 돌보느라고 가엽다고 했다.


그럼 나는 조목조목 어떤 부분에서 불쌍해 보이냐고 물으면서

시간에 쫓겨서 힘들어 살이 빠지는 것에서는 어쩔 수 없지만

그 나이에 아직도 교단에 있을 수 있는 것은 성공한 증거라고

그런 멋진 아들의 엄마가 고모라고 좋은 면만 보라고 떠들었다.


혼을 빼놓듯이 한참을 떠들면 고모도 가라앉은 기분을 떠나서

나도 잘 살았지 하면서 고모부와 여행을 다녔던 이야기를 하시는데

왜 이런 좋은 시간은 스스로 떠올리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대학을 다닐 때 고모집에 간혹 들러서 밥을 얻어먹었었다.

그때의 고모는 친구처럼 고모의 생각을 많이 이야기했었는데

그때 내가 느낀 고모는 일하는 여성으로 경제적인 자립도 가져

멋진 강한 여자로 내가 닮고 싶다는 대상의 한 명이었다.


그랬던 고모는 지금의 나보다 더 많은 것을 이루고 가졌는데

나이가 드니 그런 것을 스스로 떠올리지 못하고 허무해하신다.

아버지는 이 정도면 열심히 잘 살은 거라고 만족하시는 듯했는데

고모는 지금 가지고 있는 재력도 자식들의 성공도 머릿속에 없는지

그저 혼자 남았다는 것에 아픈 다리에 생활이 힘든다고 하신다.


아버지가 떠나시고부터 내가 고모에게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전 30년 정도는 거의 내가 먼저 이야기를 청한 적이 없었는데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정말 오랜만에 가까운 친척들을 만나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려고 서울에서 다 같이 식사를 했었다.

그때만 해도 고모부도 큰 고모도 계셨는데 이젠 다들 곁에 없어

작은 고모는 점점 더 외톨이가 되었다고 힘들어하셨다.


오빠도 언니도 지금은 없다며 쓸쓸하다고 신세한탄을 하시는데

든든하게 울타리 안에서 살던 막내여서 더 외로움을 타는 것 같았다.

나처럼 언니도 오빠도 없는 사람은 외롭다는 생각 자체가 없는데

당연하게 막내여서 좋았다가 막내여서 혼자 남겨지게 된다는 것에서

지금의 상태를 인정해야 하지 않겠냐는 말은 하지 못했다.


나중에 나도 정신력이 약해져서 후회에 미련을 떨게 된다면

나에게도 가라앉지 말라고 붙잡아 주는 누군가가 곁에 있을까 하는데

그런 누군가의 도움 없이도 우울해지지 않도록 지금 내가 바꿔야 한다고

좋았던 일이나 잘했던 일들만 기억하도록 연습을 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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