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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mom Mar 01. 2024

차를 처분하지 않기로 하다.

아이들의 자동차 보험금

코로나가 오기 전까지는 두 아이가 같이 살면서 아들이 운전을 하고

그래서 한국식품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어서 꼭 필요했었다.

아들이 부산으로 오면서 차는 4년간 차고에서 쉬게 되었는데

아들이 언제 어디로 가게 될지 몰라서 매년 혹시나 하면서 놔뒀었다.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지만 한 해 한 해를 넘기며 코로나가 겹치니

차에 대한 생각은 일 년에 두 번 보험금을 내야 할 때만 심각해지고

좋은 차이고 깨끗하게 썼는데 하는 생각에 처분하는 것보다는

아들이 차가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아들의 거처가 정해지기를 기다렸다.


4년 만에 대학원이 결정되었고 그 뉴욕은 차가 필요 없다고 하니

결국엔 4년간 쓸데없이 차를 놔두고 보험금만 지불한 꼴이 되었는데

이제야 정신이 들어 아깝다고 뭔가 해 보자고 전화를 걸어서 물어보니 

아예 차를 안 쓰고 놔두는 경우에는 차량 번호 등록만 유지하는 식으로 

보험금을 35%만 내면 된다고 하는 말에 많이 내가 나를 원망했다.


이공계 졸업자이고 성적이 좋다면 보험금이 줄어든다고 하는데 

딸아이 때는 보냈는데 아들 졸업장은 보내지 않았는지 없다고 했다.

보험금을 최대한 줄여 보자고 딸아이는 운전을 아예 하지 않으니

딸을 빼자고 하니 딸은 여자이고 이공계 졸업자에 성적이 좋다고

아들이... 하기에 아들도 딸과 같은 학교에 같은 과를 다녔다고 하니

졸업장을 보내라고 그럼 다시 보험금을 계산해 보겠다고 했었다.


4년간 낸 보험금이 머릿속에서 조롱을 하듯이 아우성을 치는데

전화를 한 번만 이라도 해서 말이라도 꺼내 봤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는

다 지나간 것에 대해 후회를 하면서 나의 미련함에 화가 났었다.

그 큰 금액을 위해서 다른 지출을 줄여야 했었던 시간들이 떠오르고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살 수도 있었는데 하니까 코로나가 떠올라

여유가 생겨도 할 수 있는 일은 적었겠구나 하면서 화를 식혔다.


운전을 하는 아들은 여름방학에도 LA에 오는 것은 힘들 거라고 했다.

나도 미국행 비행기 타는 것이 예전 같지 않고 의무감도 줄어서

차가 정말 필요하지는 않을 것 같아 처분하자는 마음으로 굳혔었다.


이 차는 그냥 주차장에 넣어 두는 것 만으로 보험금에 주차비를 내며

등록비에 다시 운전을 하려면 정비에 세차까지 비용을 내야 한다.

그러니 미련 없이 처분하고 그 돈으로 마음 놓고 택시를 이용하자고 

아이들에게 설명을 하면서 내가 나에게도 설득을 시켰었는데...


정비를 마치고 깨끗하게 세차를 하고 등록증의 스티커도 붙이고 나서 

아들이 운전해 주는 차에 앉으니 기분이 많이 복잡하게 좋았는데

딸도 나도 우리 차가 있다는 것의 차이가 어떤 건지 알 것 같다면서

그동안 택시를 타고 한인마트에서 식품을 샀던 것을 떠들었다.


한인마트에서 식품을 사면서 무거운 것은 집 근처의 마트에서 사자면서

들고 갈 수 있는 만큼만 사야 한다고 서로 눈치를 보면서 골랐던 것을

택시를 타면서 김치 냄새가 너무 나면 미안하다고 겹겹이 싸놓고서도

혹시 급 브레이크라도 밟게 되어 김치통이 넘어지면 정말 곤란하다고

절대로 넘어지지 않게 배치를 하고는 꺼낼 때도 냄새가 나는지 킁킁거렸다.


딸아이가 이제는 김치를 마음 놓고 사고 싶은 만큼 다 살 수 있다며

자가용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었구나 하는데 나도 같이 공감을 했다.

많은 것에서 차가 해 주었던 자유에 대해 아이들과 떠들었는데

이렇게 되니 차를 처분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많이 드는 비용은 보험금이었지만 그게 반이상이 줄어서

그냥 놔둬도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아이들에게 말을 꺼냈다.

어쩌다 쓰게 되지만 택시를 타는 것보단 마음이 편하니 놔두자고

덕분에 나도 다시 운전대를 잡아 볼 수 있는 것 같아 좋다고 했다.


거의 40분은 달려야 있는 한인 마트를 그동안 3번을 다녀왔다.

딸아이가 원하는 칼국수 집에도 가고 짬뽕을 먹으러도 갔었는데

아직은 언제든지 얼마든지 운전이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간당간당한 김치를 보면서 손 떨리게 먹어야 하는 것은 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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