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의 더 제임스 호텔
처음 아들과 뉴욕에 와서는 다른 여러 곳의 호텔에 갔었다.
아들은 뉴욕을 유팬에서 딸과 기차로 당일치기로 구경했는데
나는 한 번도 보고 싶다는 생각도 없고 온 적도 없는 초보여서
이런 경험자가 더듬으면서 호텔을 정하고 옮겨 다녔었다.
여러 군데의 호텔을 전전하면서 체험으로 얻어낸 결과는
지불한 만큼의 가치는 방의 크기에 주변도 포함이 되어 있는데
비용을 아끼려고 애를 쓰면서 고른 호텔은 딱 그만큼이었다.
오랫동안 혼자 지낸 딸을 위해서 거금을 내고 투숙한 곳도
거의 두배로 낸 금액보다는 만족은 두 배가 되지 않았었다.
떠나기 전 며칠은 아이들과 같이 모여 살던 기분을 느끼고 싶어
매일 학교에 가야 하는 아들을 위해서 대학 가까이에 있으면서
아이들이 원하는 한국 음식을 마음대로 먹게 하고 싶었는데
대학 근처는 비싸면서 한식당이 적어서 Korea Town 가까이에
아들의 학교에 가는 버스도 지하철 역도 가까이 있는 곳으로
그러면서 조금은 조용한 그런 호텔을 마지막 호텔로 정했었다.
그 호텔은 Korea Town의 한식당을 걸어 다닐 수 있게 했는데
그게 좋았는지 다음에 미리 사 두었던 왕복 티켓을 쓰기 위해서
뉴욕에 들렸을 때도 아들에게 오랜만에 푸짐하게 한식을 먹이자고
이 호텔에 투숙을 하고 저녁이면 아이들과 같이 한식당을 갔었다.
이번에 아들의 이사를 위해서 딸과 저녁 늦은 뉴욕행 비행기를 타고
이른 아침 도착해서 가방만 부탁하고 움직이자고 바로 호텔로 가니
10박을 예약해서 고맙다며 그 시간에 방이 비어있다고 열쇠를 줬다.
덕분에 익숙한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딸이 변한 것이 없다고 하기에
그래서 또 이곳을 정한 것이 아니냐며 거의 집 같이 느껴진다고 했다.
이 호텔은 숙박비로 가치를 따져보면 정말 딱 본전을 하는 것 같다.
할 일이 있어서 뉴욕에 오게 되었고 호텔에 머물게 되어서 그런지
다른 부대시설은 써 볼 생각도 안 했지만 오가며 로비는 많이 이용했다.
로비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게 편안한 분위기에 거부감이 없었는데
레몬과 얼음이 가득한 물통이 있어 오고 가며 마신 물이 엄청 맛있었다.
돈을 주고 샀던 물보다도 더 맛있어 날도 더워서 정말 많이 마셨는데
아침이면 커피도 있고 저녁에는 색다른 빵에 와인도 매일 제공했었다.
방으로 들어가기 전에 이 로비는 꼭 앉아 숨을 돌렸던 곳이어서
간혹 노래도 들었던 이 호텔의 로비는 기억에 가장 많이 남아 있다.
29th에 있는 이 호텔에서 32th Korea Town까지 걸어서 7분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순두부집에 곱창집까지 거의 모두 있는 곳이다.
이번에도 아침 일찍 JFK공항에 도착해서 바로 아들에게 메시지로
순두부를 먹자고 불렀는데 이 식당의 맛을 아들이 좋아한다.
Korea Town도 있으면서 주변이 유명한 관광지여서 그런지
볼 것도 다양해서 원하지도 않아도 Empire State 빌딩은 매일 봤다.
주변에 약은 어디에서 사야 하는지 물을 사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호텔의 주변을 이런저런 이유로 찾아다녔더니 훤해졌는데
그래서 이번에 갔을 때엔 LA 아파트 주변처럼 익숙한 느낌이었다.
25th에서 36th까지는 걸어서 다니다가 더우면 버스를 타면서
이 동네에 사는 사람들같이 지내다 보니 어느 길이 안전한 지도 알고
어딜 가면 분위기가 좋더라는 것이나 어느 카페가 맛이 있었는지
딸과 같이 이젠 정말 우리 집 앞마당이 되었다고 신나게 떠들었다.
그랬던 곳이 정말 그런지 아들 아파트에서 지내면서 뭔가 필요하면
33th에 가서...라는 말을 했는데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곳이고
집으로 오는 지하철의 종점이 그곳이어서 앉아서 올 수 있다는 것에서
어디에 가면 살 수 있는지 아들에게 설명을 했는데 이 정도이면...
이제는 이 호텔에 머무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동안은 아들이 셰어 하우스에 있어 어쩔 수 없이 호텔 신세를 졌지만
아들의 아파트가 있고 펴 놓으면 둘은 잘 수 있는 소파침대도 사놔서
마지막 날에는 아이들에게 이제는 호텔 생활은 없다고 푹 즐기라고 하니
아이들은 호텔 생활이 그리울 것 같지는 않다며 역시 집이 좋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