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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mom Aug 18. 2024

아들은 또 한 계단을 올라섰다.

이사를 하고 나서

아들은 셰어 하우스에서 나와 계속 호텔 생활을 하면서 학교에 다녔는데

마지막 날엔 누나와 작별 인사를 하자고 연구실에 들려 일을 해 놓고

다시 호텔에 와서 점심을 같이 먹고 딸은 공항으로 아들은 연구실로 가고

나는 혼자서 작은 가방을 들고 뉴저지 아들의 아파트로 향했다.


그러니까 내가 먼저 아들의 아파트에 왔다.

아들이 오기 전까지 새 보금자리가 마음에 들도록 해 두고 싶었지만

정신없이 움직여도 한계가 있어서 아들이 돌아온다는 전화를 받고는

그저 옷은 옷장에 밀어 넣고 부엌에 있어야 하는 것은 서랍장에 넣는

그런 식으로 눈에 거슬리게 하는 것만 치워뒀는데...


아들이 집안에 들어와 천천히 둘러보더니 나를 보고 하는 말이

엄마 나 성공한 것 같아 하면서 엄청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떤 면이 그렇게 느껴지는데 하고 물으니

그 좁은 방에서 이런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라고

이 정도면 최고가 아닌가 해서 나도 덩달아 정말 그러네 했다.


이 말을 하는 아들의 표정에서 굉장한 만족감이 느껴졌는데

이런 모든 것을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 더 희열을 맛보는 것 같았다.

아들은 자신이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서

이런 것은 무던히 살아가도록 만들어 주는 힘이 될 것 같았다.












어느 날에는 아들이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했다.

저번 셰어 하우스에도 창문은 있었잖냐고 하니 그런데 열 수가 없었다고

옥상 한편에 지어진 방이 창문을 열면 하늘도 보이고 시원했지만

그 프랑스 아이가 거의 매일 창밖의 옥상라운지에서 파티를 열었다고 한다.

저녁에서 새벽까지 너무 시끄러워서 창문을 열 수가 없었다고 하는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그냥 살면 안 될까 하는 말을 여러 번 했었다.












집안의 구석구석 정리가 되어가면서 나와있던 물건이 사라지니

생각보다 아파트가 넓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었는데

아들은 방 안에서도 이렇게 걸을 수 있구나 하며 감탄을 해

그동안 프랑스 아이 말고는 별 말이 없었던 아들의 고충이 느껴졌다.

정말 그 셰어 하우스는 침대와 책상 사이에 여행 가방을 열어 놓으면

더는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없었는데 그게 이런 것이었구나 했다.

내가 당하지 않아서 몰랐지만 아들은 꾹 참고 있었구나 하니

주절주절 떠들지 않고 묵묵히 TA를 하면서 자금을 만들고

이렇게 이사를 하도록 해 낸 아들이 멋져 보였다.


아들은 작년 한 해를 잘 지내서 이런 집을 얻은 것 같다고 하더니

이렇게 조금씩 성장하는 것이 최고가 아니냐고 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사는 이 아이는 걱정을 안 해도 되겠구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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