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이 늘어나는 요리솜씨
혼자만의 공간이 생긴 아들은 요리를 시작했다.
LA에서 딸아이와 같이 살 때에도 요리를 했었다고 한다.
그 자신감이 깨끗한 부엌을 가지게 되고 힘을 얻었는지
당장 된장찌개를 만들어 먹으면서 달걀말이도 했는데
사진으로 본 달걀말이가 제법이어서 많이 놀랬다.
나는 요리라는 것을 일본으로 건너가 하기 시작했다.
요리라는 개념이 부족했는지 그 간단한 일본식도 어려워
가장 잘하는 것이 달걀말이였고 지금도 자부심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가장 두터운 달걀말이를 해서 자랑을 했었는데
그걸 자랑이라고 떠들었던 내가 미안해지게 아들이 잘해서
격하게 칭찬을 했더니 전에도 자주 만들었다고 했다.
된장찌개에는 고기에 야채도 넣어야겠다고 묻는데
양파나 당근을 통으로 사서 채를 썰기는 어렵다고 해서
샐러드에 넣는 야채를 사서 쓰라고 했더니 좋아했다.
내가 사놓고 온 칼이 너무 잘 들어 살짝 걱정이 되었는데
아들이 샐러드용 생 야채를 쓰기로 해서 안심이 되었다.
주방 도구에서도 자유로워지고 재료 선택도 다양해지니
알아서 식재료를 골라 볶음이나 찌개에 넣어 봤다며
다 만들어진 요리의 사진을 보냈는데 맛있어 보였다.
고기가 들어가면 거기에 맞게 야채도 몇 가지는 넣으며
색까지 생각했다고 하는데 무슨 공부하듯이 요리를 하는 게
재미가 있는지 냉동 야채도 사서 넣어 봤다고 해서
학위를 요리로 받을 거냐고 했더니 씩 웃었다.
뭔가 보다가 맛있어 보이면 찾아서 요리를 한다는데
계량스푼을 찾더니 작은 채도 있으면 좋겠다고 해서
부엌살림이 많아지는 것에 좁은 싱크대를 걱정했지만
먹고 싶은 것을 해 먹는다는 것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먹더니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나가 사 먹는 것에 불편을 느낀 것인지
도시락을 싸 왔다고 사진을 찍어 자랑을 했다.
어느 날 도시락을 싸 왔다고 하는데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왜 도시락을 싸게 되었는지 나갈 시간이 없었냐고
나가서 사 먹을 돈이 없어서 도시락이 필요했는지
반찬과 밥을 따로 넣을 수 있는 도시락을 샀는지
백팩에 도시락을 넣어 왔다면 엉망이 되었겠다고
폭풍의 질문을 했더니 사진을 찍어 보냈다.
내가 사놓고 간 밀폐용기 중에 납작한 것으로 골랐다며
연구실에 있는 레인지에 데워 먹는다고 사진을 보냈다.
안 그래도 생활비를 줄여보겠다고 하더니 점심이었는지
그것을 도시락으로 해결하려나 하니 가여워졌다.
매번 쿠폰이 모여서 싸게 쌌다는 자랑을 하던 아들이
도시락을 싸 들고 다닌다는 것이 너무 처량했는데
아들은 나가서 사는 것도 힘들고 매번 같은 것에 질려서
아끼는 차원도 있고 해서 만들었더니 맛있어 싸 온 거라고
표정에는 얼마나 대단하냐고 하는 자랑이 그득했다.
가엽게 볼 것까지는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아들놈이 도시락을 만들어 싸 들고 다닌다는 것에서
이걸 같이 자랑스럽게 느껴야 하는지 혼돈이 왔는데
요리를 할 줄 몰라서 먹고 싶은 것을 먹지 못하는 것보단
훨씬 다른 삶을 살게 해 줄 수도 있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무튼 이런 아들은 온통 요리에 대한 보고만 열심히 한다.
그래서 내 아이의 전공이 살짝 아리송해져 한마디를 했다.
요리는 부 전공으로 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