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인 것을 증명하는데
일본 휴대폰은 정말 쓸 일이 없는데
간혹 은행에서 본인 확인으로 번호를 받아야 할 때는 필요했다.
이것도 우리나라처럼 메일로 보내오는 경우도 있지만
꼭 휴대폰으로 보낸다고 할 때를 위해서 매달 요금을 지불했다.
그래서 아깝다고 느끼는 요금을 가장 싼 것으로 하자고
스마트폰을 쓰지 않았는데 이 폴더폰도 10년이 지나게 되어서
이젠 3G의 전파가 26년 2월이면 사라진다고 바꾸라고 했다.
일본에 있는 친구들과는 라인으로 부산에서도 통화를 하는데
그래서 전화 통화도 필요 없어 정말 기본 중에 기본으로 가입하고
그때 공짜로 받을 수 있던 폰을 일본에 왔을 때만 사용했었다.
이렇게 간혹 오는 일본에서 갑자기 휴대폰 쓸 일이 생겨서
폴더폰에 전원을 켜고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물거리는데
간단하게 전화하는 것은 가능해도 문자가 온 것을 여는 일은
설명서가 필요해서 아예 읽을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그런 휴대폰으로 이 아파트의 보험이 어쩌고 하는 엽서를 보고
콩닥거리는 마음으로 급하게 전화를 하는데 신호가 가더니
엄청 급한 음성으로 26년 2월이면 쓸 수 없게 된다고 알려서
처음엔 무슨 사기 전화인가 하면서 바로 끊고 무시를 했는데
전화를 할 때마다 같은 말이 들려 무슨 말인지 알아 들었다.
그래도 왜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것은 확실하지 않았는데
대리점에서 설명을 들으니 내가 골동품을 가지고 있는 듯해서
그렇게 오래된 것이었냐고 하니 10년을 쓰셨네요 한다.
일본에 오는 것도 간혹이고 휴대폰을 쓰는 일도 별로 없어
이렇게 세월이 지나간 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아무튼 바꿔야 한다니 하자고 요금이 가장 작은 것으로
휴대폰은 이번에도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이면 좋겠다고 하니
딱 맞는 플랜으로 공짜로 쓸 수 있다는 스마트폰도 추천을 했다.
말이 스마트폰이지 포켓몬은 느려서 할 수 없을 거라고 했는데
그래도 중국제품이 아니고 우리나라 갤럭시여서 좋다고 했다.
이렇게 진행이 되고 기다려 달라며 내 외국인 등록증을 가져갔는데
한참이 지나 돌아와서는 내가 나인 것이 증명이 안된다고 한다.
10년 전에 휴대폰을 계약하면서 등록한 것은 한자의 이름으로
한자의 이름 석자에 읽는 이름까지는 기록이 되어 있는데
외국인 등록증에는 영어로만 되어 있어서 확인이 안 된다고 한다.
이전 외국인 등록증에는 영문 이름 위에 한자 이름이 있었는데
이번에 코로나가 지나고 다시 등록증을 만들 때에는 없어져
은행에서도 구청에서도 그냥 영문 이름으로 쓸 수 있다고 해서
이 일본도 달라지는구나 했더니 큰 착오였던 것 같았다.
내가 나인 것을 인정할 방법이 없다고 하더니
내 사진이 있으면서 한자 이름이 있는 운전면허증도 된다며
한자 이름과 영문 이름이 같은 사람인지 증명이 되는 것을
구청에 가면 만들어 준다며 그게 있으면 가장 좋다고 한다.
일본 운전면허증이란 것을 코로나 때 갱신하러 올 수 없어서
뻔히 알면서도 일본에서는 운전도 어려우니 하면서 포기했는데
내가 가진 유일한 신분증인 외국인 등록증이 안된다고 하니
정말 구청이라도 가서 본인 확인서 같은 것을 만들어야 하나 했다.
이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전에도 경험을 해서 알고 있었는데
일본에서 사는 시간이 짧아서 잊어버렸는지 다시 떠올리면서
이 일본이란 나라의 특성이 이런 것이었지 하며 짜증을 피했다.
일본은 한자 이름의 읽는 방식이 여러 가지 여서 생기는 문제인데
내가 내 한자 이름 석자의 읽는 이름을 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그러니까 같은 한자 이름을 가졌어도 전부 읽는 것이 다를 수 있는데
그래서 내 한자 이름을 어떻게 읽는지 그것을 증명해야 한다.
답답해서 나도 말이 안 나오는데 그들도 그런지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저번 휴대폰을 만들 때 비밀번호를 설정했을 건데 그건 기억하냐고
그것만 있으면 해결이 된다고 하는데 10년 전의 일이고 쓴 적이 없어
전혀 기억에 없는 번호를 혹시나 하면서 잘 쓰던 숫자를 알려줬다.
외국인 등록증도 내가 나인 것을 확인할 수 없던 것을
숫자 4개가 맞다면서 이게 내 휴대폰이라는 것이 증명되었다고 한다.
전 같으면 왜 이런 답답한 나라에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어떻게 한자를 읽는 방식이 각자의 기분에 달라지냐고 화를 냈는데
나도 나이가 들어 도를 닦았는지 그렇지 이 나라가 그렇지 하며
여기서 쭉 살았다면 이것이 당연했을 거라고 납득 아닌 납득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