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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혜정 Jun 23. 2021

매점 이야기(2)

학교협동조합으로 매점 만들기

 실제적인 준비에 들어가면서 해야하는 수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하게 신경을 썼던 것은 구성원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일이었다. 

학교의 구성원. 학생-교사-학부모. 

외부에서 좋은 강연자들을 모셔와 학생 강연회, 교사와 학부모 강연회를 열어 학교협동조합의 의미와 가치, 교육적 효과들을 널리 널리 알렸다. 이것저것 좋은 점이 많았겠지만 학생들의 배고픔을 해결할 수 있는 우리의 공간이 생긴다는 것, 안전한 먹거리로 꾸려지는 매점이라는 것 등등의 이유로 학교협동조합 매점은 학생들로부터 굉장한 지지를 얻었다. 

 예산이 미리 주어진 상태의 사업이 아니었기에 여러 도움의 손길이 필요했고 과정과정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신이 났다. 여름방학에는 방학을 반납하고 학생, 학부모, 교사, 관리자로 구성된 발기인들이 며칠을 끙끙거리며 정관을 고치고 메뉴를 선정하고 업체를 연결하였다. 매점 공사에 들어가면서는 학생이사들이 의견을 제시하고 학부모 이사님 중에 미술을 전공하신 분이 계셔 스케치북에 색연필로 쓱쓱 디자인을 그리시면 목공하시는 분이 뚝딱 근사하게 그것을 만들어주셨다. 우리는 틈만 나면 공간을 들여다보며 매점 운영에 대해 이것저것 의견을 내고 하나씩 하나씩 머릿속 생각들을 공간안에 실현시켰다.  


 11월 창립총회날에는 400명이 넘는 학생이 모여 설립동의자로서 협동조합의 설립을 지지하는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학부모 발기인 중 한분이 선뜻 어려운 자리를 감당해 주셔서 이사장을 맡아주시고 그 후 실제적인 작업들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협동조합 인가를 받고 사업자 등록을 하고 매점 인테리어를 하고 물건을 들이고. 12월 26일 오픈을 앞두고 24일 크리스마스에는 학생이사, 학부모 이사, 교사이사들이 모두 모여 과자를 나르고 물건을 정리했다. 

 자신의 에너지와 자신의 시간을 아낌없이 나누던 시간. 물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과정의 긴 회의. 협동조합이라는 사업체의 이윤추구와 학교협동조합의 특수성이라는 학생복지 차원에서 어디에 힘을 주어야 하는지 이야기를 나누며 간극을 좁혀 나갔다. 한 학생은 엑셀로 예상 매출과 비용을 계산해와서 무조건 싸게 팔아야 한다는 교사들을 설득하며 적정선을 제시했고 한 학생은 지역자활업체에서 운영하는 빵집에서 물건을 납품받자고 제안하며 우리 매점이 사회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설명했다. 


모두의 열정이 넘치는 눈물나게 든든하고 감격적인 시간이었다. 


 실제로 매점을 오픈하던 날, 학부모 이사님 한분과 수고하셨다며 손을 맞잡았는데 서로 눈을 바라보다 둘다 눈물이 콱 터져버렸다.

 

충북고등학교 학교협동조합 매점, 우리누리

 

우리가 우리의 일을 계획하고 또 실행하여 눈 앞에 실현하는 순간. 꿈꾸던 것을 실재하게 만드는 그 과정속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웠고 또 성장했다.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는 개인으로서의 학생들에 대한 신뢰.
학생-학부모-교사가 진정한 교육의 3주체로 서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의 발견.
그리고 스스로 마음을 내어 움직이는 일에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온다는 자발성의 힘에 대한 확신. 

 learning by doing. 행함으로 배우는 일.  그리고 함께의 힘.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던 우리 안의 자발성. 스스로의 힘을 믿는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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