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223
살면서 두 번째쯤으로 건강한 요즘.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만 하면 아주 완벽할 텐데, 그런 생각을 하는 날마다 어째 한 시간씩 더 늦게 자는 것 같다. 밤 10시부터는 시간이 빨리 흐른다. 그래서 어느덧 하루를 지나 새벽 4시다.
즐겁게 계획한 일을 기한 내에 마치려고 애를 좀 썼다. 자리에 앉은 건 전 날이었는데 영상 편집을 하다 보면 또 이렇게 한참이 지나버린다. 사실 1시간은 예상치 못하게 공쳤다. 완성본을 확인하고 눕고 싶어서 새벽이지만 완성한 프로젝트에 출력을 걸었다. 남은 시간이 50분쯤으로 뜨는 걸 확인하고 씻고 왔다. 30분 정도만 기다리면 되었다.
잠시 며칠 전 읽다 만 책을 읽었다. 작가는 쓰기 위해 움직였고 살기 위해 쓰고 있었다. 생각이 그 글 사이를 헤매고 다녔다. 나는 왜 쓰더라.
시간이 좀 흐르니 컴퓨터 돌아가는 소리가 멈췄다. 신나는 맘으로 모니터를 봤는데 오류가 나 있었다. 최근에 출력하다가 튕긴 적은 없었는데 5년 차 노트북이 슬슬 힘들어하는 건가 싶었다. 그런데 왜 하필 99% 완료된 시점에 오류가 났을까. 억울한 느낌이 괜히 더 들었다. 90%만 됐어도 쉽게 수긍했을 텐데. 확인을 눌렀다. 알 수 없는 형식의 1.25GB짜리 파일만 남고 프로젝트는 꺼졌다. 그때가 3시쯤이었다. 당연히 재출력. 다른 형식으로 설정을 바꿨으니 결과가 좀 더 무난하길 바라며. 이번에도 말썽을 부리면 내일로 넘길 수밖에 없다.
별생각 없이 책을 다시 폈다. 글 속의 작가는 내가 자주 다니던 곳에 방문했다. 내게 익숙한 곳을 낯설게 탐험한 그는 내가 앉았던 자리에 앉아 글을 마감했다. 나 말고도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은 많겠으나 그가 앉을 수 있었던 자리보다 그 수효가 더 많지는 않았을 것이다. 며칠 전에도 신기하더니 끝까지 신기하다.
마늘과 참기름이 비벼진 냄새가 코를 두드린다. 배가 좀 고프다. 늦은 밤도 이른 아침도 아닌 이 애매한 시간에 옆집에서 시금치 무침을 해 먹을 리는 없고. 후드가 뱉어낸, 어느 집에 밤새 고여 있던 공기일 거다. 내일은 마늘이 들어간 음식을 먹을 것 같다.
인코딩에 확인까지 다 마쳤다. 일 년 중 밤이 가장 긴 날이었던 게 다행이다. 감고 있던 눈을 떠 해를 맞이하는 건 기분이 좋지만 뜨고 있던 눈으로 해를 보는 건 썩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영상이 내 손을 떠나기 전, 글 먼저 보내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