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유리 Sep 25. 2019

행복해지려고 이혼합니다, 그 마지막.


행복해지려고

이혼합니다, 그 마지막.


'이혼' 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하고 벌써 7만명의 분들이 제 글을 읽어주셨어요. 어떠한 형태의 글이더라도 퇴고 과정을 충분히 거친 글들이 주는 힘은 아주 크다고 생각해요. 그 안에서도 글의 특성과 형태마다 다르지만 제 경우에는 스스로 마음을 정리할 수 도, 몰랐던 감정을 알게 되기도, 신념을 확고하게 만드는데에도, 이런 장점을 아무리 써도 미처 다 표현해낼 수 없을 만큼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거기에 많은 분들이 주신 공감의 힘까지 더해져 더 빠른 극복이 가능했어요. 그렇게 그동안 이 소재가 관심사인 많은 분들이 저를 구독해 주셨음을 아주 잘 알고 있지만 오늘은 아쉽게도, 앞으로는 이혼이라는 소재 대신 다른 글을 쓰고자 한다는 소식을 전하려고 합니다.






가장 큰 사유는, 아마도 좋은 일이겠지만
제게 이제 이혼이라는 일에 대한 중요도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기쁜 것도 슬픈 것도 분노나 증오 또한 결국 감정이고 관심인데 시간이 지나 모든 감정이 완벽하게 종료되었어요. 글을 쓰기 위해 그 날의 감정과 상황들을 떠올리려 서로가 나눈 대화를 계속해서 읽어봐야 했는데 그것 또한 지치기도 했고요. 그냥 완벽하게 제 인생을 되찾은 것 같아 저는 원래의 저로 돌아가 서른의, CEO의, 대한민국 여성의 사람으로 계속해서 좋은 글을 연재해보려 합니다. (그러니 떠나지 말아 주세요!)


두 번째 사유로,

전 남편은 서류가 끝난지 한 달 만에 재혼 결혼식 날짜가 나왔습니다. 이를 비롯한 많은 일 들 덕분에 제게 남아있던 존중과 배려를 더 이상 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렀고, 제 글은 더 이상 누군가에게 이혼의 경험을 온전하게 공유할 수 있는 두 사람의 중간의 입장이 아닌 한쪽으로 치우친 입장이 되어버렸더라고요. 임신 주수는 바람을 증명했고, 끝까지 이혼 사유에 대한 찌질한 소문에 오르내리게 하며 귀찮게 하여 100% 받을 수 있는 위자료 소송을 고민했지만 할말하않.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 일에 저는 더 이상의 감정노동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글을 전 남편과 결혼하는 사람부터 그 주변의 아주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여전히 저는 이혼했다는 사실을 1초도 부끄러워해본 적 없기 때문에 어떠한 관심도 두렵지 않지만, 제 개인의 이야기를 떠나 듣고 싶지 않아도 이 모든 것을 들어야 하는 사람들이 겪어야 할 힘듦은 조금 두렵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나로 인해 누군가를 힘들게 만들고 싶지도, 그렇게 해서 똑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도 않습니다. 자리가 자리인지라 제 스스로 환경과 실명을 거론함으로써 상대는 선택권이 없이 글을 볼 수 밖에 없어졌으니까요. 결론적으로는 그렇게 이 이야기는 이쯤 해서 그만두는 게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물론 꼭 쓰고 싶은 글이 생긴다면
아주 가끔- 쓸 수 도 있겠지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쓰고 싶었던 이야기를 고민해봤어요.




이혼을

고민하고

계시다면.


힘든 시간도 분명 있었지만 덕분에 저는 지금 정말이지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친구들에게 '인생 이렇게 재밌는 거였어? 니들만 이렇게 살았어?'라는 말을 농담처럼 매일 뱉었고, 손바닥이 간질거리는 감정들을 느끼며 왜 이러는 거냐고 물으니 친구들은 '그게 설렘이라는 거야 멍청아' 같은 구박 성 답변들을 연발했죠. 연애가 꼭 아니더라도 '누군가한테 사랑받는 게 이렇게 행복한 거라고?'라는 말을 달고 사는 요즘입니다.


매 해, 16년 보다는 17년이, 17년 보다는 18년이 힘들었다고. 어려움을 갱신하며 살고 있다고 습관처럼 뱉어왔는데 19년도는 이혼을 했음에도 그리 힘들지 않았습니다. 제 멘탈이 더 단단해진 덕분도 있고, <이혼> 이 힘들 줄 알았는데 <결혼>이 힘든거였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도 있었죠. 그렇게 턱끝까지 차있던 힘듦이 발끝까지 내려가고 나니 어떠한 어려움이 목구멍을 넘어와도 이겨낼 수 있어졌습니다. 불면증과 대인기피증, 생리불순이 모두 사라졌고 어느 날 문득 이유와 시점들을 되짚어보니 스트레스의 원인이 그러했구나, 싶었습니다.


이혼은 <틀린 것> 결혼은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는 어른들 밑에서 자라난 우리 세대에서, 제가 겪은 이혼은 행복한 길이 열리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글에는 상황에 대한 사리분별을 명확하게 하실 수 있는 용기를 전하고 싶었어요. 제가 지난 2년 동안 이혼하자는 말을 수도 없이 뱉으며 공동 사업의 문제로, 정의 문제로, 사회적 시선의 문제로 끝내지 못하고 남보다 못한 관계임에도 질질 끌려 살아온 것처럼. 이혼이라는 주제를 검색해서 이 글에 들어오셨을 테니 고민하고 계신다는 전제로, 꼭 현명한 저울질 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렇다고 단편적인 부분만 보지 마시고, 이혼을 해도 당연히 행복할 거라는 것으로 인식 하시지도 절대 마시고요. 이혼을 해야 하는 이유와 그렇지 않은 이유, 결혼을 해서 힘든 것들과 이혼을 했을 때 힘든 것 들. 장단점을 글로 쓰고 그 문단의 무게를 재어 저울질하세요. 세상에 단점이 없는 결정은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사업 덕분에 그 저울질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하면서 선택에 집중하는 방법을 몸으로 터득했고 도가 텄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니 여러 가지 이유들이 그 현명함을 앗아가는 바람에 더 오랜 시간 동안 힘들었던 것 같더라고요.


비로소 그 현명함을 되찾고 돌이켜보니 그게 얼마나 보잘것없는 이유들이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힘든 일에도 깨달음이 있고 나를 단단하게 해 주는 데에 도움이 된 것이라고 모든 일들을 긍정적으로 결론 내리리는 성향을 가진 사람이기에, 여전히 모든 결정에 대해 큰 후회는 없지만! 그렇게 끌어왔던 시간들은, 그리고 그 시간의 홍유리라는 인간의 청춘은 조금 아까웠습니다.









이혼을

이미 하셨거나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위에서는 이혼을 하기 전에 저와 같은 상황에 놓여있는 분들께, 상황에 대한 결정의 TIP이었다면 아래는 제가 이렇게 빠르게, 안정적으로, 건강한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하는 글이 될 것 같아요. 이혼을 결정했고 그다음 제가 쓰고 있는 이 글처럼, 행복하기를 바라고 있는 누군가에게요-




스스로를 믿고, 사랑하세요.
자신감은 스스로를 믿는 힘입니다.


제가 운영하는 회사의 브랜드에서 러브 유얼 셀프라는 캠페인을 기획, 진행했어요. 아래에 링크를 첨부하는데, 광고성 페이지는 아니니 꼭 시간 내어 인터뷰지와 영상들을 모두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지 내용 중에 남한테 본인에 대해 낮추는 말은 먼저 하지 말라는 말이 기억에 남아요. 칭찬을 해주시면 "감사합니다" 해야지 "전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라고 말하지 말라더라고요.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 보는 노력, 진짜 좋아하는 것을 조금씩 찾아내 주는 노력 등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멋진 분들의 인터뷰입니다.


http://thezam.co.kr/product/list_DLY.html?cate_no=469


자신감은

스스로 自 믿을 信

스스로를 믿는 힘이에요.


자만과는 전혀 다른 뜻이죠. 불을 켜고 자고, 해가 떠야 자고, 감기약도 핫식스로 목구멍을 넘겨온 제 인생에서 올 한 해 캠페인과 함께 스스로도 Love your self를 아주 열심히 온 힘을 다해 습득했고 덕분에 저는 이 과정을 이겨낼 수 있는 '스스로를 믿는 힘'이 있었습니다. 그게 제 인생에 남편의 존위 여부와 관계없이 이 많은 앞에서도 행복할 수 있었던 데에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어떤 일에 대해 힘들어하더라도 가치 있는 일에만 에너지를 소비하는 구분법이 생겼어요. 돈 내고 멘탈관리를 한지 오래되었는데, 물론 사업을 위해 시작한 거였지만 제가 앞 서 설명했던 것처럼 올해 서른의 인생이 힘들지 않았던 이유는 '이혼' 덕분도 있지만 멘탈관리가 가장 컸다고 생각해요. 그릇의 크기가 결국 사람을 결정하니까요. 저는 그 그릇을 계속 키우고 있고, 건강한 생각으로 단단해지고 있으며, 스스로를 믿고 사랑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러브 유얼 셀프는 얼마 전 몸에 타투도 새겼는데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그 주제로 하나의 글을 남겨볼게요)


그리고 저는 제 업을 너무도 사랑합니다. 물론 그 업은 금전적인 안정을 줌으로써 경제적인 여건들로 하여금 이혼 절차에 방해가 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숫자에 집착하는 성향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요소였다고 생각해요. 업을 사랑함으로 부터 얻는 행복과 자존감은 말할 것 도 없고요. 업에 귀천은 없으니 어떤 직업, 어떤 사람이더라도 내 업을 사랑하고, 덕분에 또 스스로를 사랑하고, 믿고, 돈이라는 존재가 절대 이혼을 방해하지 않을 수 있는 인생을 만들어 나가 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제서야 비로소 저울질이 가능한 현명함이 생깁니다.





마지막 이혼글을

발행합니다.


첫 연재로 부족함이 많았을 글, 읽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글은 이 모든 상황을 정리해내는데에 아주 큰 역할을 했고, 그 글에 남겨주신 공감들은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제게 대단히 크게 다가왔어요. 저를 더욱이 또렷하고 똑똑하게, 현명하고 건강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늘 쓰다 보면 교과서 같은 이야기를 뱉었다고 생각했거든요. 밤에 발행을 누르고 자면 아침에 눈이 일찍 떠질만큼 걱정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고민이 많았지만 저의 글로 하여금 처해진 상황에 대해 분별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거나, 혹은 부부가 함께 읽으며 더 충분하게 고민하고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감사한 피드백들도 많이 들었습니다. 덕분에 뿌듯했고, 행복했습니다. 저는 그거면 되었습니다. 진심으로요!


앞으로는 제가 애정 하는 브랜드들도 소개하고, 위에 기재했던 CEO 인생, 대한민국에서 여자 사람으로 살기, 30대가 겪는 어려움 등의 누구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수 있는 다양하고 재밌는 이야기를 연재해볼까 합니다. 어떠한 저여도 그간의 제 글을 구독하셨을 만큼 매력적일 거라 믿으니 또 자주 찾아주세요.

감사합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며느리 퇴사. 잃어버린 명절을 되찾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