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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티카카 Dec 08. 2021

다시 수영을 시작했다

어쨌든, 수영 19

코로나로 수영을 멈춘 지 거의 1년 9개월 만에 수영을 했다. 여름휴가로 바닷가에 간 적은 있지만, 수영을 했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바닷물이 짜서 자유형도 안 하고(바다에 머리를 넣어 짠물을 먹고 싶지 않았기에), 목을 길게 빼들고 헤드업 평영만 몇 번 했으나, 평영조차 제대로 되지 않음을 바로 깨달았다. 오랫동안 수영을 쉬었더니, 너무 수영이 하고 싶어졌다. 생각해보면 2년은 긴 시간이다. 수영만 따로 할 수 있는 곳을 찾아보고 가격이 많이 비싸도 예약을 해볼까, 아니면 호캉스(수영장 있는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는 거)를 가볼까 여러 군데를 검색해보고 고민했다. 사정상 어떤 수영장에도 가지 못했고, 수영도 하지 못했다.


최근에 소셜미디어에서 친구들이 동네 수영장이 문을 열어서 자유 수영을 갔더니 너무 좋더라, 이제 수영 강습도 다시 한다더라 하는 이야기 등을 전해 들어서인지 수영장에 너무 가고 싶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을 해봤는데, 거리는 좀 있지만 대중교통으로 갈 수는 문을 연 수영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와우. 2년 만에 하는 자유 수영이라니!!! 수영장에 갈 생각을 하니, 너무 오랜만이라 걱정도 되고 긴장도 살짝 했다.


문을 연 수영장은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정해진 시간에 자유 수영이 가능하다고 했다. 화요일과 목요일은 1시간, 토요일은 1시간 50분씩 수영을 할 수 있다고. 어떻게든, 짧은 시간이라도, 단 한 번이라도 자유 수영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 한쪽 구석에 쌓아뒀던 수영복, 수모와 수경, 목욕용품, 기초 화장품까지 가방에 한가득 짐을 챙겨서 수영장으로 출발했다. 버스를 몇 번 갈아타야 했기에 수영장에 갔다 왔다 하면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았지만, 그 정도는 감안할 수 있고 괜찮다고 판단했다.


수영장에 도착해서 자유 수영을 하려고 티켓을 산 후에야 알게 되었다. 수건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가장 기본적인 준비물은 빼먹고 룰루랄라 수영장에 온 거다. ㅠㅠ 다행히 그곳은 헬스장도 같이 운영하고 있어서 천 원을 내고 수건 2장을 빌릴 수 있었다. 자유 수영 티켓을 끊고 수건도 대여하고 수영장으로 향했다. 처음 가는 곳이라 티켓을 끊고 자유 수영을 하러 가는 사람들을 쫓아서 들어갔고, 사물함에 짐을 놓고 샤워실로 향했다. 코로나 때문에 샤워실은 아크릴 판을 붙여 칸마다 분리해놓았다. 깨끗하게 씻고 새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레인이 있는 수영장으로 고고. 앞 타임에 아쿠아 수업하는 회원들은 산소마스크 같은(구멍 뚫린 반투명한 젤이나 플라스틱으로 된 마스크 모양) 것을 착용하고 있었다.


자유 수영을 할 때 각각 레인의 앞에 초급, 중급, 상급이라는 표시를 세워둔다. 초급 레인에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나마 사람이 적은 중급 라인에 가서 수영을 시작했다. 맨 처음엔 자유형으로 25미터를 한 번에 가기가 어려웠다. 이럴 수가. ㅜㅜ 몇 번 팔 돌리고 서고, 팔 돌리고 서고. 25미터를 한 번에 가지 못하다니. 충격. 수영 실력이 팍 줄었구나 생각했다. 그럼에도 쉬지 않고 반복해서 자유형으로 25 미터를 가서 쉬고, 배영도 25 미터 가서 쉬고, 평영도 25미터 가서 쉬고, 한 팔 접영도 25미터 가서 쉬고... 몇 번씩 반복. 오랜 시간 쉬고 한 수영이라 그동안의 체력 부실과 고갈을 여실히 느꼈다. 숨이 너무 찼다. 하지만 아는 사람 하나도 없는 곳이라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열심히 50미터씩 끊어서 자유형, 배영, 평영, 한 팔 접영을 했다. 자유 수영 50분 동안 1,050미터를 돌고 나왔다(워치 기록).


헥헥 대며 수영을 하고 어쩔 수 없이 물도 많이 먹었지만, 1년 만에 수영을 하니 너무 좋았다. 많이 힘들었고, 엄청 숨이 찼고, 물도 너무 먹었지만. 수영을 하지 못하는 기간 동안 달리기를 열심히 했기 때문에 하체 운동(?)은 그나마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팔 운동은 거의 하지 않았더니 배영 할 때 팔로 물을 제대로 밀 수가 없었다. 물이 밀리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몸이 나가지 않았고, 팔과 어깨가 아팠다. 자유 수영은 하루에 한 타임이고 시간이 짧지만 종종 와서 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수영장에서는 수영 강습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안내데스크에 이것저것 물어보고 일주일에 세 번 가는 영법 교정반으로 등록했다.


새로운 수영장에서 수업하는 첫날, 오리발 수업을 한다고 전해 들었기에 오리발을 챙겨 수영장으로 갔다. 오리발을 끼고 수영한 기억은 더 가물가물했다. 2020년에 코로나가 막 유행하기 시작한 1, 2월에 수영 수업을 한 게 끝이고, 그해 11월에 3주간 잠시 수영장을 열었다가 1년을 닫은 상태였으니. 그동안 달리기를 했지만, 수영을 다시 해보니 나의 원픽 운동은 '수영'임을, 수영을 엄청 좋아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첫 수업 날은 엄청 긴장했다.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곳(맨 처음 초보 회원이었을 때도 아는 사람 하나도 없는 수영장에 가서 수업을 들었는데)에서 자유 수영이 아니라 수영 수업을 듣는 거니까. 그래도 수영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용기를 냈다. 회원 등록증을 찍고 배정받은 사물함에 짐을 넣고. 샤워실에서 깨끗이 씻고 수영복과 수모, 수경을 제대로 정착하고 나와서 수영장 근처를 서성였다. 정시가 되니 체조 음악이 흘러나왔다. 혼자 속으로 빵 터졌다. 내가 다니던 수영장에서 나오는 그 노래였다. 엄정화의 <포이즌>. 너무 익숙하고 정겨웠다. 그 노래에 맞춰하는 체조 동작도 거의 비슷했다. 덕분에 신입회원임을 티 나지 않게 체조를 잘 따라 했다. 그리고 담당 선생님께 가서 인사를 드렸다.


오랫동안 수영을 쉬었다가 왔다고 하니 한쪽 레인에서 자유형으로 한 바퀴 돌고 오라고 하셨다. 한 바퀴를 돌고 오니 옆 레인으로 옮겨서 수업을 들으면 된다고 했다. 옆 레인으로 가서는 맨 뒤에 섰다. 원래 맨 나중에 들어오는 사람이 가장 뒤에 서는 거니까. 뒤에 계신 두 분이 내가 젊다며(?) 앞으로 자리를 양보해주셔서 뒤에서 세 번째에서 수영을 시작했다. 첫날부터 오리발 수업이 시작되었다. 너무 정신없이 수영해서 어떤 영법으로 몇 바퀴를 돌았는지 모르겠다. 셀 수도 없었다. 워치의 기록은 1,050미터지만, 1200미터는 돈 것 같다. 오리발 끼고 25미터 잠영에 양팔 접영까지. 아이고, 숨을 몰아서 쉬고 숨이 부족해서 혼났다. 첫날이라 양보받은 자리를 지키느라 죽어라 앞사람 따라가며 열심히 수영했다. 결국 마지막 1바퀴를 남겨두고는 오른쪽 종아리에 쥐가 났다. ㅜㅜ 너무 오랜만에 몸을 제대로 풀지도 않고 긴장하고 했나 보다. 수업이 끝난 후 한의원에 침을 맞으러 갔다.


거리가 멀지만 당분간은 수영 수업을 꾸준히 다니고 싶다. 다시 유행하는 코로나 때문에 수영장이 닫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원래 다니던 수영장도 문을 열면 좋겠다.


실내 수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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