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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ㅈㅈㅜㄴ May 27. 2023

이래도 페스티벌 안 갈 거야?

MIKA 보러 가길 잘했다 나 진짜



"그래도 뭔가 좋은 걸 남겨둬서 좋아.

 아직 할 게 많잖아."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친구는 아직 페스티벌을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는, 좋은 걸 뭐 하러 미뤄? 일찍 맛보고 좋은 거 알았으면 더 빨리 더 많이 즐겨야지!


해리 스타일스의 내한, 서울재즈페스티벌에서 헤드라이너 미카의 공연을 연이어 보고 두 아티스트와 사랑에 빠진 나는 마음이 충만해진 상태였다.


좋아하는 가수가 내 앞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부를 때의 황홀감. 많은 사람이 모여 한 목소리로 후렴구를 따라 부를 때의 쾌감. 그에 벅차오르는 가수를 보며 느끼는 뿌듯함.


옆사람 신경 쓸 것 없이 신나면 방방 뛰어오르고 손을 뻗어 하늘을 찌르며 노래를 온몸으로 즐기는 순간.



특히 미카의 공연을 본 어제는 좀 달랐다. 레전드 떼창 영상은 익히 알고 평소에 그의 노래 몇 곡을 즐겨 듣던 나는 죽기 전에 미카는 봐야겠다고 생각했고 서울재즈페스티벌 1일 차에서 드디어 만났다.


미카는 가장 먼저

우리 모두가 이곳에서는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한 가지 규칙을 기억하라며 신신당부했다.

(여기서 입을 틀어막음)


Lollipop, Happy ending 미카의 수많은 명곡을 들으며 한껏 취했다.


그리고 수년 전 즐겨 듣던 Grace Kelly 가 시작될 때, 귀에 익은 음악이라 신나기 시작했던 나는 웅얼웅얼 아는 단어만 따라 부르고 있었다.


엉덩이, 양팔을 흔들어대며 듣고 있었는데 그 구간이 나왔다.


I could be brown

I could be blue

I could be violet sky


어떤 색이든 될 수 있다는 이 가사가 나오자마자 미쳐버렸다. 인사이드 아웃의 캐릭터처럼 온갖 색으로 물든 나를 상상하며 뛰었다.




https://youtu.be/uFhRaQl_JFs

mika - grace kelly 예전 무대 영상을 퍼왔다.



아 이게 내가 미카를 사랑하는 이유였지!

나의 가능성, 열정, 희망 모든 것을 섞어서 주물러

여러 색으로 뽐낼 수 있다는 메시지.


내가 이 노래를 같이 부르고 싶어서

이 페스티벌을 온 거였어.

18만 원을 결제한 나의 선택을

올해 제일 잘한 일로 생각하기로 했다.



마지막 곡 We are golden

미카 팬클럽에서 준비해 나눠준 금색의 술 (제기처럼 생긴 응원 도구)를 꺼냈다.


언제 들어도 나를 running high로 이끌어주는 이 노래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미카는 호랑이를 들고 나왔다.


땀에 젖어버린 머리를 개의치 않고

끊임없이 춤을 추고

무대 양옆, 무대를 벗어나 사람들 속으로 뛰어다니는

그의 모습에 사람들은 집단으로 뭔가에 휩싸인 상태였다.

다들 한 마음으로 손에 집어 들었을 것이다.


나는 그때 무슨 마음이었냐면

평소에 이 노래를 들으며 삶에 대한 애정을 심어준,

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서 당신의 노래를 들었던 내가 오히려 자랑스러울 정도로 멋진 무대를 보여주는 것에 대한 보답으로

멋진 장면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음악을 듣고 즐기는 것뿐만이 아니라

당신과 나, 그리고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호흡하며 이 노래와 무대에 대한 애정을 맘껏 표현할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보자.



https://youtu.be/0Ug53Ln4sqc

이게 바로 그 무대



우리는 모두 빛난다는 노래를 들으며

깎여나가던 자신감과 자존감을 조금씩 채웠던 내가

저절로 외운 노래를 지금 함께 부르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공연장에서 처음으로 태어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마음속 깊이 애정하고 즐겨 듣던 노래를

그 노래를 만든 아티스트와 한 공간에서

함께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는

음악, 공연, 페스티벌의 황홀경을 당신도 느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마친다.


내가 본 반짝이는 풍경이 당신에게도 조금은 보였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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