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인지적 관점에서 본 초등학교 원어민교사 확대
자랑같지만 실제로는 자랑이 아닌데요
제가 수능 보는 당시에 수능이 급격하게 쉬워져서
의도치않게(?) 수능 영어 80점 만점에서 80점을 받았습니다
그후로 영어공부를 특별히 하지는 않았고 업무상으로도 특별히 쓸일은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40대인 지금 제일 두려운게 "외국인"입니다 (조금 과장하면 무서워서 피해다녀요)
어쩌다가 외국에서 영어를 써야 될때면 정말 현타가 오더라고요
서브웨이에서 샌드위치 하나 주문하는게 너무 힘들고, 밥먹고 계산하려고 give me a bill 했는데 beer로 들었는지 맥주리스트를 갔다주고...ㅜ
그런데 정말 영어로 너무 스트레스받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영어를 못하는게 내 잘못인가?
나는 학교에서 하라는대로 성실하게 다했고, 그래서 우수한 성적을 받았는데
실제로는 영어로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한다면.. 그게 진짜 나만의 잘못일까?
김동연 현 경기지사의 말 중에 굉장히 기억에 남는 말이 있어요
이분이 기획재정부 장관 및 아주대학교 총장 등을 하셨는데요
늘 "저소득층 대학생에 대한 해외 단기연수 프로그램"을 만들어요 (아주대에서도 국가사업으로도)
이유를 듣고 정말 공감했는데요
부모의 소득에 따라 가장 큰 차이가 나는 부분이 해외경험이기 때문에
어렸을때 해외에서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소득 불문하고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라고 해요
제생각에도 이제는 대한민국에서 가난하다고 굶어죽지는 않아요
개천에서 용나는 시대는 끝났다고 하지만, 부자가 아니어도 노력해서 대학은 갈수 있는 사회에요
(물론 지금도 명문대 입학생의 상당수는 부모가 상류층이고 서울강남에 산다고 하지만, 부모가 상류층 아니고 학군지 안살아도 명문대를 갈 확률은 줄어들수 있겠지만 자기 노력여하에 따라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제 경험에 비추어봐도(상류층도 아니고 학군지에 살지도 않았음) 딱 들어맞아요
다만, 한가지 저는 어렸을때 외국 경험을 해본적이 없어요.. 잠깐이라도 살아본적은 당연히 없고, 해외여행도 어렸을때 해보지 못했어요.. 당연히 외국인과 만나볼 기회도 없었고요
그런데 어렸을때(어렸을때란 대학 입학 이전, 수년간을 의미하죠) 외국물을 먹은 친구들은 영어 잘하는것 하나만으로 뭔가 더 많은 기회를 가지는 것 같더라고요
어렸을때 살면 미국에서 거지도 하는게 영어 말하기 듣기에요
하지만 한국에서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한국식으로는 절대 안되는게 또 영어에요
가끔가다 영어에 이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데도 안되는데
어렸을때 외국에서 살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해요..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영어와 관련된 것은 안되는데, 어렸을때 살다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쉽게 해내는 사람들을 볼때마다 부러움과 자괴감이 들기도 해요..
어렸을때 외국경험은 부모가 기회를 줘야 할 수 있는 거에요
어렸을때 외국 살았다는 것만으로 자연스럽게 얻는 외국어실력 및 외국경험, 시야 등은 정말 기회가 없었던 사람에게는 따라잡기 힘든 무언가가 되더라고요
저는 위의 문제의식에 공감해요.. 이제는 빈부격차가 외국 경험으로 나타나는 것 같아요
얼마전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초등학교 영어 원어민 교사 충원을 발표했어요
여기에 대해서도 여러 이견이 있던데, 제가 학교현장은 잘 모르지만
"저출산 인지적 관점"에서는 타당한 정책이라고 생각되요
한국의 영어공교육의 결과물은 학교에서 하라는 대로 영어공부를 열심히 했지만
리딩을 제외하고는 거의 못하는 저같은 기성세대가 증명하고 있어요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를 잘하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그분들이 한국 영어공교육 때문에 잘하는 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한국의 영어교육에도 "불구하고" 잘하는거죠)
시키는 대로 성실히 했는데 왜 하고싶은 말은 못하고 들리지도 않냐고요
그러니까 영어는 학교와 공교육을 안믿고 다들 어렸을때 조기영어교육이다 하며 영어유치원이나 학원을 보내죠
저도 우리애들은 나처럼 되지 말라고 영어만큼은 어렸을때부터 학원을 보내고 있어요
영어에 드는 사교육비가 엄청나더라고요
글로벌 시대에 영어는 이제 필수인 것 같아요
학교에서 공교육이 경쟁력있게 제대로 해야 됩니다
우리나라 교사들이 우수한 인재지만, 영어말하기 만큼은 원어민이 가르치는게 낫잖아요
국제화시대에 영어를 못하는 아이로 기르는게(정확하게는 읽기만하는) 제대로 된 교육은 아닐 겁니다.
지금은 실제 필요한 영어교육은 학원등 사교육에 떠넘기고,
학원에 보낼수 있는 또는 외국경험을 줄 수 있는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아이들간 격차가 발생하는거 같아요.
공교육이 바로 서려면 "경쟁력"도 있어야 합니다
영어에 있어서만큼은 과거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초중등학교 영어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단순히 영어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작은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합니다.
ps1) 원어민 교사 채용과 저출산 대책이라 너무 Gap이 큰가요?
영어는 저도 한이 많이 쌓여서 조금 정제되지 않았거나 현장을 잘 모르는 의견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공교육의 경쟁력과 사교육부담 완화라는 관점에서 일정정도 관련성이 있다고 생각되고, 한국의 공교육 중 영어(그중에서도 말하기)는 과거 잘못되었다고 생각되서 문제제기를 해봅니다.
저출산 대책은 이건 몰랐지? 하는 어떤 하나의 묘수가 있지 않아요
우리 사회가 모든 영역에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하나씩 하나씩 개선해 나가야 되는거에요
교육 영역에서도 하나씩 디딤돌을 쌓아나가다 보면 저출산 문제 해결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ps2) 이글은 브런치북 "대한민국의 미래와 교육재정"에서 못다룬 내용들을 쓴 글 중 하나입니다
주로 저출산 관점에서 개별 교육정책 내지 쟁점들(방과후학교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재정과 저출산은 제가 약간의 전문성이 있지만, 개별 교육정책은 특별한 전문성은 없습니다
제 생각이 맞을수도 있지만 틀릴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다만 저출산 관점에서 봤을때 해당 정책의 타당성을 제시하는 것도 의미는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