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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용 Aug 29. 2023

소시오패스 부장은 대우받기를 원한다

01. 나는 소시오패스 부장과 일한다 - 마음대로 하기 원한다

#. 발령 전부터 부장 대우 요구하다

"결재라인에 부장이라고 적어"

확정이 아니었다. 부장 승진이 거론되던 시점이었다. 어느날 급작스럽게 소시오패스 팀장은 회의를 소집했다. 팀원 10명이 모두 모였고, 그 자리에서 팀장은 자기를 부장으로 수정해서 결재 받으라고 요구했다. 고압적인 팀장의 태도에 아무도 이를 제기하지 못했다. 그에게 반발했다가 어떤 난리가 펼쳐질지 팀원들은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어색한 공기와 함께 회의는 종료됐다.


"왜 결재 안 가져오니?"

팀원들은 선뜻 결재를 올리지 못했다. 팀장에서 결재가 마무리되는 건이라면 올렸겠지만 대부분은 상무급 결재였다. 만약 부장으로 수정된 결재를 상무급에서 본다면 반려될 것이 뻔했다. 그래서 팀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벙어리 냉가슴을 앓으며 팀원들은 문서를 만지작 거렸다. 팀원들 간에 고민은 계속됐지만 뚜렷한 답을 못 내놨다. 그렇게 며칠을 질질 끌다 결국 업무가 마비상태에 다가가기 직전까지 몰렸다.


"다시 팀장으로 바꿔서 가져와라"

결국 팀원들의 고통은 다른 팀장들의 입방아를 거쳐 인사팀장 귀에까지 들어갔다. 인사팀장은 이러한 사애에 당혹스러워했다. 소시오패스 팀장과 친분이 깊었던 인사 팀장은 더 큰일 나기전에 소시오패스 팀장을 설득했다. 소시오패스 팀장은 아쉬운듯한 표정과 함께 결재라인에 대해 원복지시를 내렸다. 팀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팀장에게 물밀듯 결재를 요청했다. 그렇게 업무를 겨우 진행할 수 있었다.


"나 얼른 부장 발령 내줘"

그 후 소시오패스 팀장은 인사팀을 들들 볶았다. 부장 승진을 하고 싶어 안달 났다는 느낌이 들정도였다. 회사원이 급여와 승진 빼면 아무것도 없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소시오패스 팀장은 부장승진에 대해 어린아이처럼 군다는 느낌이 들었다. 발령도 전에 앞서서 대우받기를 원했고, 부장이라는 권력과 명판에 집착했다. 강남 좋은 집에, 좋은 차, 명품 옷을 갖춘 그에게 남은 것은 부장 직함이었다. 소시오패스 팀장은 단지 부장이라는 권력을 갖기 위한 욕구가 노골적으로 느껴졌다.


#. 부장으로 과도한 요구 : 인맥을 통한 무리한 계약 추진

"여기와 하기로 했다. 계약 추진해"

부장 승진 직후 소시오패스 부장은 전 직장에서 알게 된 지인을 만났다. 지인은 회사를 창업했고 사장이 되어있었다. 그러나 지인은 부장에게 자신의 상품을 팔아주기를 부탁하기 위해 약속을 잡았다.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부장은 지인의 요청을 승낙했다. 다음날 부장은 팀원에게 계약을 추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팀원은 의문 투성이 업체와 계약 추진이 찜찜했다. 회사의 성격과도 맞지 않았고, 급박하게 추진하라는 지시가 부담스러웠다.


"그냥 해! 부장인 내가 책임질 테니까, 회사에 도움 되는 거야"

팀원은 처음으로 반론을 제기했다. 신중히 판단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그리고 나도 덧붙여 회사 성격과 맞지 않다는 말로 팀원 의견에 힘을 보탰다. 그러자 부장은 발끈했다. 자신이 결과에 책임지겠다는 말과 함께 계약을 추진하라는 지시를 했다. 그날 밤, 소시오패스 부장은 신중하자는 의견을 낸 팀원에게 장문의 욕설이 섞인 카톡 메시지를 보냈다. 카톡 내용에는 자신의 지시를 부담스러워한 것에 대한 불만과 부장이 시키면 무조건 해야 된다, 따르라는 내용이었다.


"부장님과 같이 일했던 사이입니다"

팀원은 나에게 부장이 요구한 회사와 계약 추진을 하자며 출장을 같이 가기를 요청했다. 부담스러운 지시에 약간의 도움을 요청한 느낌이었다. 그 제안을 나는 흔쾌히 승낙했다. 팀원과 나는 부장이 원한 회사로 출장을 갔다. 우리가 도착하자 업체 대표는 자신의 요구를 들어준 부장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자신과 부장의 인연을 자랑스럽게 말했다. 팀원과 나는 회사를 둘러봤다. 업체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열악했다. 회사가 제정한 기준에 미달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부장은 계약을 추진했다. 차후 문제가 발생할 것에 대한 걱정 한가득을 안고 출장을 마치고 회사로 복귀했다.


" 협력 대리점에 넘겨서 처리하자"

 개월 뒤 결국 그 계약으로 우려했던 문제들이 일어났다. 문제가 터지자 계약을 추진한 담당을 불렀다. 소시오패스 부장은 계약 담당자도 같이 책임져야 한다며 물귀신처럼 말했다. 그리고 해결 방법으로 협력 대리점에 넘겨 처리하자는 제안을 했다. 선택지가 없는 팀원은 부장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협력 대리점과 직접 협의해 부담을 지게끔 갑질했다. 약 7천만 원에 달하는 금액은 절차를 뛰어넘어 회삿돈과 협력업체가 떠안게 됐다. 7천만 원 손해뒤 부장은 얼마나 챙겼을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다만 그들은 부적절한 계약이라 추측만 가능할 뿐이었다.


에필로그. 소시오패스 부장은 회사를 망친다 - 업무 손실

부장이라는 타이틀은 소시오패스 부장에게 자기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면허라고 받아들인 것인지도 모른다. 부장 직함에 더 집착한 이유도 회사를 자신이 생각한 대로 만들려는 의욕 때문이었다. 의욕이 앞선 탓인지 공과사를 구분하지 못했다. 소시오패스 부장의 과욕으로 인한 업무 정체, 실적 부진이라는 손실을 회사는 감수해야 했다.

회사는 소시오패스 팀장과 부장을 알아보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를 것이다. 비리와 부당함이 폭로되는 사회에서 이러한 관습과 악행은 회사를 위기로 몰아넣는 큰 위험요소이기 때문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빠르게 성과를 만드는 사람을 쓸지, 협조를 얻어 협력을 기반으로 차근차근 만들어가는 사람을 쓸지는 임원진들의 역량에 달렸다. 오늘만 살지 오늘과 내일을 더불어 살아갈지는 임원진들이 소시오패스 팀장과 부장을 어떻게 대하는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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