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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용 Sep 26. 2023

소시오패스 부장은 불행을 원한다

4. 나는 소시오패스 부장과 일한다 - 불행

#1. 남의 불행 = 다른 사람들을 압박하는 수단

회사 사람들과 나는 개인사를 잘 나누지 않으려 한다. 개인사를 나누면 휴가나 외출 등이 더 원활하게 자주 사용할 수도 있는 조직이다. 그럼에도 나는 개인사를 잘 나누지 않는다. 개인 성향이기도 하지만 바로 소시오패스 부장 때문이다. 소시오패스 부장은 남의 불행을 이용해 자신의 목적 달성에 사용하고, 이야기가 겉잡을 수 없이 퍼지게 만드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 이야기가 다른 사람 입방아에 오르는 것이 싫고, 소시오패스 부장이 이용해 먹는 것은 더 싫다.

 

"사장님들이 협조 안해서 ○○이가 헤어졌습니다"

하지만 불가피하게 말할수 밖에 없는 일도 있었다. 과거 연인과 어찌됐는지 꼬치꼬치 묻는 부장에게 나도 대답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꽤 많았다. 부장은  이별을 이용했다. 협력사 사람들에게 협조를 구하며, 협조가 되지 않아 내가 야근이 많아졌고 이별했다는 식으로 말했다. 이별 사실이 협력사에 전달되는 사실이 매우 불쾌했다. 그러나 쏟아지는 협력사 담당자님들의 위로에 일단 걱정해주시는 감사함을 전달하기 바빴다. 그러다보니 부장에게 불쾌함을 표현할 겨를이 없었다. 더구나 야근 때문에 헤어진 것이 아님에도 미안해하는 거래처에 대응을 해야했던도 불쾌함을 표현할 힘마저 떨어졌다.


"얘 사기당해서 많이 힘들어요"

이러한 일들이 나에 국한되지 않았다. 다른 팀원들도 한번씩 겪은 상황이었다. 전세 사기 피해를 회사 동료 한명이 겪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자주 휴가를 쓸 수 밖에 없었다. 부장은 이 사실을 알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안타까운 마음과 별개로 협력사에 그가 사기를 맞았다는 사실을 여기저기 이야기하고 다녔다. 부장은 협력사의 매출 협조를 위해 불쌍한 마음이 들도록 의도했던 것이다. 이야기의 당사자에게는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 단지 자신의 성과 목적을 위해 다른 사람들의 개인적인 힘들고, 어려운 이야기들을 쉽게 팔았다.


"부장님께는 비밀로 해주세요"

소시오패스 부장은 인간적으로 고립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좋은 일도 의도적으로 숨기거나 친한 동료에게만 말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그러다보니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애써 숨기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물론 업무적으로 보면 좋은 일이었다. 그러나 소시오패스 부장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족같은 분위기를 원했던 소시오패스 부장은 이러한 분위기를 타파하고 싶었다. 가족같은 분위기 형성이라는 명목으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퍼날랐다.


#2. 회사에 불행 = Yes맨으로 변신

불행한 일은 개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회사에 불행도 소시오패스 부장에게는 자기의 개인 목적달성을 위한 기회라고 느꼈다. 업무적으로 상황을 전환해서 생각하는 것은 매우 좋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불행이나 난관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태도는 실제 실무진에게는 부담이 된다. 그리고 부장은 업무를 받아와 억지를 써서 되게 만드려는 무리한 시도들, 실패에 대한 책임을 실무진이 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러한 어려움들은 조직원에게 맡기고 자신의 영달을 취하는 모습은 부장으로는 정말 별로다. 곰이 재주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받는 경우기 때문이다.


"제가 다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회사에 가끔은 불편한 제안이 들어온다. 그러한 제안에 완곡한 거절을 모두 고민한다. 그러나 소시오패스 부장은 나홀로 Yes를 외친다. 구체적인 계획이나 묘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일단 Yes로 자신은 환심을 산다. 먼저 윗선에 잘보이기 위해 해결하겠다 자신한다. 이유는 자신이 원하는 부장이상으로 승진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같이 고민하면 좋겠지만 문제를 떠넘긴다. 해결해보라며 부서원에게 문제를 던진다.


"이거 해봐, 내가 책임질게"

소시오패스 부장이 문제를 던지면 해결방법이 사실 없다. 무리한 시도와 압박을 다른 이에게 전가해야하는 문제가 생긴다. 다른 부서가 검토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안한 것에는 회사에 도움도 되지 않을 뿐더러 거절이 최선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시오패스 부장은 무리수를 던진다. 부장이 방향성을 제시해도 법적, 외내부 요소를 검토하지 않는다. 무리수를 써서 해내고자 한다. 그러나 결과는 역시나 예상대로다.


"이거 이렇게 수습하면 돼"

그렇게 yes로 사고를 저지른 뒤 뒷수습은 부서원들 몫이다. 일이 잘 안된 것은 어쩔 수 없었다며, 설거지를 부서원에게 맡긴다. 그러나 이러한 뒷수습도 방법을 모른다. 대충 설명하고 부서원들에게 깔끔한 뒷처리를 요구한다. 그러면서 본인은 불편하지만 거절하기 어려운 영향력을 지닌 사람과 골프라운딩을 나간다. 윗사람들에게 잘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친분을 쌓아 퇴직 후 안전장치를 마련하려는 속셈이다. 한편 설거지를 맡은 부서원들은 적법한 문제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밤늦게 야근을 해야만 했다.


E. 에필로그 - 그의 문자에 나는 무시를 결정했다

소시오패스 부장이 어느날 나에게 장문의 카톡을 보냈다. 너도 나이를 먹으면 어쩔수 없이 나처럼 행동할 것이며 나를 이해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어이없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나이를 먹는다고 다 그렇게 되진 않는다. 나름 이직 경험을 통해 여러 팀장과 부장을 만났다. 그 속에는 능력도 좋고 성격도 쿨한 부장, 팀장도 있었다. 물론 소시오패스 부장처럼 독하지 못해 퇴사를 당한 경우가 꽤 많았지만 그래도 능력적인 면에서 나에게 인사이트를 줬고, 리더십적인 모습에서 배울 점도 많은 사람들이 더 많았다. 그래서 더욱 그의 당당한 반응에 나는 코웃음 칠 수 있었다.

불행도 마찬가지다. 소시오패스 부장처럼 비인간적이고, 무례하고, 자기 잇속만 챙기기 위해 남의 불행을 이용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더욱 소시오패스 부장을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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