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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더 Mar 12. 2023

우리나라는 왜 한일전에서 졌을까 (1) 야구적 관점

2023년 WBC 리뷰

3월 10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 B조 1라운드.

한국 국가대표팀은 일본에 14:3이라는 점수로 대패했다.


"열심히 안 해서 그래."

경기 막바지에 지나가면서 TV를 본 아빠가 툭 한마디 던졌다.

그 말이 그렇게 서러웠다.

야구팬으로서, 젊은 세대로서, 언제나 그런 말을 들어온 딸로서.


...정말 그럴까?

못한 건 다 열심히 안해서일까.

포기한 건 오롯이 나의 탓인가.

그러니까 전부, 내 잘못인 걸까. 


밤에 잠이 안와서 공식 기록지를 들여다보면서 길게, 길게 써봤다.

패배자들을 위하여.




야구는 일단, 못해서 졌다


일단 개인적인 문제는 제쳐두고, 야구 경기 기록지만 보면 이유는 꽤 명명백백하다.



전날 있었던 호주전과 한일전 둘 다 경기 내용이 심하게 비슷하다. 약점이 그대로 드러난 부분.

초반에는 선제점을 내고 달리는가 했는데 점수를 낸 바로 다음 이닝에서 역전당하고 그 뒤로 투수진이 줄줄 터졌다.


타자진도 좀 삐걱거리긴 했지만, 타순의 아다리가 지지리도 안 맞는다는 느낌이었지 어쨌든 이틀 연속 홈런을 친 양의지와 날카로운 타구를 날린 박건우, 멀티 히트를 기록한 이정후 등이 있었고 전반적으로 감각은 나쁘지 않았다. 

일단 타자진은 이틀 합쳐서 11점을 냈다. (다르빗슈에게서 4점을 뽑았다!)


투수진이 21점을 줬을 뿐.

이틀 동안 14명이 나와서 이용찬(1.2이닝 0피안타)과 박세웅(1.1이닝 0피안타)을 제외하고 모조리 다 맞았다. 그 외에 그나마 일을 한 건 원태인 정도고, 나머지 젊은 투수들은 규정 상대 타석만 겨우 채우기가 무섭게 순식간에 갈려나갔다.



아저씨와 얼라들


이번 투수 라인업의 나이는 꽤 극과 극인데 90년대 중반 출생이 거의 없어서 아저씨 아니면 얼라다. (이번에 등판한 투수들 중에서도 95년생 박세웅과 97년생 구창모를 제외하면, 30세 아니면 23세 수준)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이 받쳐주고, 창창한 유망주들이 씩씩하게 던지는 그림이었다면 좋았겠지만, 각각의 조는 서로 다른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김광현(88년생) 2이닝 3피안타 4실점 2볼넷

양현종(88년생) 0이닝 3피안타 3실점 1피홈런

이용찬(89년생) 1.2이닝 0피안타 0실점 

고영표(91년생) 4.1이닝 4피안타 2실점

김원중(93년생) 1이닝 1피안타 1실점 1피홈런 / 0.1이닝 2피안타 1실점


혼자만 투수같이 던진 이용찬을 제외하고 나머지를 합치면 7.2이닝 13피안타 11실점 3피홈런.

(*실점은 자책점으로 계산)


곽빈(99년생) 0.2이닝 2피안타 1실점

정철원(99년생) 0.1이닝 1피안타 1견제사/ 0.1이닝 1피안타 1실점 

정우영(99년생) 0.2이닝 1피안타

원태인(00년생) 1.1이닝 0피안타 0실점 / 2이닝 2피안타 1실점 

김윤식(00년생) 0이닝 3피안타 3실점 2볼넷 1사사구

소형준(01년생) 0.1이닝 1피안타 2실점

이의리(02년생) 0.1이닝 3볼넷 1사사구


여기서 유일하게 1이닝 이상을 소화한 원태인을 제외하면, 6명이 2.1이닝 8피안타 7실점.


양쪽 다 파멸적이라 누가 더 잘했고 못했고를 따질 수조차 없는데, 대충 분류해보면 다음과 같은 분류가 나온다. 


1. 초반을 책임져줘야 했지만 잘하다가 위기 쌓아놓고 런한 선발 베타랑1팀 태인아 고생했다...

2. 중요할 때 막아달라고 불렀는데 족족 처맞은 베타랑2팀

3. 깡으로 밀어넣다 장타 맞은 얼라1팀 

4. 쫄아서 볼넷으로 자멸한 얼라2팀


여기서 뭐가 제일 문제일까?

그래. 그냥 다 문제다. 


하지만 그래도 차라리 3번을 밀어주는 게 나았다.

야구에 만약은 없다지만, 그랬다면 성장을 위한 호된 경험으로라도 삼을 만했다. 하지만 감독과 코치는 젊은 투수들이 흔들릴 때마다 즉시 바꿔서 적응 할 시간도, 경험도 쌓을 기회를 만들어주지 않았다.


뭐 우리애라 하는 말이긴 하지만 정철원은 원래 불펜이고, 위기 상황에서의 멘탈도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호주전에선 견제사를 잡고 좋은 분위기였으나 한일전에서 쓰려는 생각이었는지 돌연 교체해놓고, 정작 한일전에서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당시 3루타를 맞았지만 노아웃에 2점차였고, 무엇보다 스트라이크를 꾸겨넣다가 맞은 안타였다. 적어도 배짱만큼은 있었다.

그 배짱으로 장타를 더 맞았다면 위험했겠지. 하지만 밀어내기보단 맞는 게 낫다. 언제나. 

그 다음에 교체된 김윤식이 몸에 맞는 공+볼넷+밀어내기라는 투수 교체가 낼 수 있는 최악의 결과를 내버렸으므로, 두고두고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이강철 감독이라고 바꾼 투수가 더 나쁜 결과를 낼 거라고 예상하고 교체한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교체 과정이 대범하지도, 신중하지도 않았다.


결과적으로 경험도, 승리도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그냥 진 게 아니다.

완벽하게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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