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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함은 약점이 아니라 연결점이었다.

위로수집 일지 30

by 단비

소중한 사람의 약함은 약점이 아니라 연결점이었다. 약해져서 얇아진 마음은 자신을 들여다보는 창이 되었고, 소중한 사람에게 가 닿는 길이 되었다. 그렇게 서로를 더 깊게 이해하고 더 강하게 연결될 수 있었다. 소중한 관계는 그 자체로도 힘이 되었지만, 힘을 내야 할 이유가 되어주기도 했다.


큰 고통을 겪으면서 소중한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생겼다. 특히 나의 아들에게 꼭 이 말을 해주고 싶다. 아픈 경험을 하거나, 괴로운 시간을 보내게 될 때 약해짐에 민감해지기보다는 연결됨에 유연해지라고. 약해지는 게 두려울수록 연결되는 것에 용기를 내라고. 소중한 사람에게 약함을 드러내는 건 약점을 보이는 게 아니라 연결됨으로써 함께 강해지는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소중한 사람에게 하고 싶지 않은 말도 생겼다. “넌 알아서 다 잘하니까. 난 널 믿어.”라는 말. 이 말이 계속 그렇게 보여야 한다는 구속 아닌 구속이 될 것 같아서 이제는 별로 하고 싶지 않은 말이 되었다. 나는 그렇게 보이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나 보다. 하고 싶지 않은 말이 아니라 듣고 싶지 않은 말이 된 것 같다.


모든 걸 다 알아서 잘하는 사람에게 소중한 관계라는 게 생길까? 소중한 관계는 사람이 모든 걸 다 잘할 수는 없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게 아닐까? 물론 소중한 사람이 원하는 바를 이루고 항상 건재한 모습을 보인다면 한없이 기쁘고 자랑스러울 것이다. 다만 관계의 소중함과 그 소중함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잊지 않기를 바란다. 그 시작점에서 자신의 밝음이 태동했음을 언제나 기억했으면 좋겠다.


많이 아플 땐 혼자 아프게 두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야 조금 덜 아프기도 하고, 조금 더 빨리 낫기도 한다. 소중한 사람과의 연결은 그런 치유의 힘이 있다. 진짜 많이 아파보니 그런 유대감이 주는 힘을 실감할 때가 자주 있었다. 그러니 나에게 소중한 그 누군가도 아프고 약해지는 때가 오면 고립이 아니라 연결을 선택하길 바란다. 그 연결에 나도 단단한 한 줄이 되어 있을 것이다.


한라산 천아계곡의 어떤 나무 한 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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