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용감하게 고통받을 수 있게 한 위로

위로수집 일지 - 에필로그(최종회)

by 단비

이제 위로를 찾아 나선 여정을 마치려고 한다. 그 어떤 것도 위로가 되지 않아서 길을 나섰고, 그 모든 것이 위로가 될 수 있음을 깨닫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용감하게 고통받는 것이다.


위로는 고통을 없애지도, 상황을 바꾸지도 못했다. 다만 고통스러운 상황을 견뎌야 하는 나의 상태를 바꾸었다. 과거의 다정한 기억들은 고통의 순간을 넘길 수 있도록 달래주었고, 현재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이들은 주저앉지 않도록 힘을 보태어 주었다. 그리고 미래의 평화로운 나는 차분히 현재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미래의 시점에서 현재의 나를 바라보게 되었다.


몸의 통증은 마음으로 가는 통로를 열었다. 덕분에 평소에 들여다보지 못했던 내 마음을 더 자주,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마음에 일어나는 감정들도 하고픈 말이 무엇인지 잘 들어주면 잠시 머물다 떠난다는 것을 배웠다. 감정이 나에게 하는 말을 제대로 해석해 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고통을 잊기 위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찾아 나선 위로였지만, 그 위로들은 고통을 향해 나를 돌려세웠다. 그리고 내 주위를 둘러싸며 함께 있어 주었다. 고통을 마주하고 서 있는 나를 지켜봐 주었고, 고통에 대한 나의 태도를 지지해 주었다.


나는 나에게 줄 수 있는 위로를 온힘을 다해 찾아냈고, 그 위로들은 내가 나빠지지 않도록, 온전한 나의 모습을 잊지 않도록 해주었다. 위로는 내가 만든 내 모습이었다. 세상 가장 고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나의 모습이었다.



그동안 저의 <위로수집 일지>를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내일(11월 26일)부터 <남는 대화>를 쓸 예정입니다. 뭔가 남는 게 있는 대화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실재 있었던 대화를 각색하기도, 상상의 대화를 구성하기도 합니다.

내 안의 타자와 나누는 대화이기도 합니다.


이 대화는 남는 게 있습니다. 그래서 ‘남는 대화’

질문이 남기도, 깨달음이 남기도, 감정이 남기도 합니다.

독자분들께도 무엇인가 남는 대화가 되기를 바랍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증오의 족쇄를 벗겨낸 과거의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