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절의 판단력과 지속가능한 관계의 유지력
실제 있었던 대화를 각색하기도, 상상으로 대화를 구성하기도 합니다. 내 안의 타자와 나누는 대화이기도 합니다. 질문이 남기도, 깨달음이 남기도, 감정이 남기도 해서 '남는 대화'입니다.
A: 요새 손절해야 할 사람 유형에 대한 글이 참 많이 뜨더라.
이러다 손절이 습관이 될 것 같아.
B: 왜, 손절이 습관이 되면 안 돼?
A: 인관관계라는 게 서로 맞추려는 노력도 있어야지.
손절만이 답일까?
B: 노력해 봐도 안 되는 관계라서 손절하는 거 아니었어?
A: 자기 성격이나 포용력도 돌아봐야지.
문제가 꼭 상대한테만 있는 건 아니잖아.
B: 성격이나 포용력에 한계가 있으니까 손절하는 거 아니었어?
A: 그래,
나에게 있든 상대에게 있든 문제가 있다고 너무 쉽게 손절하면 안 되지.
B: 그래,
너무 쉽게 하진 말고. 어렵더라도 필요하니까 손절하는 거 아니었어?
A: 그렇게 손절하다 보면 자기한테 맞는 사람들로만 인간관계가 좁아지지 않을까?
B: 새로운 관계는 계속 생기고, 오래된 관계는 더욱 깊어지겠지. 좁아지진 않던데.
힘든 관계를 계속 유지하려고 하는 건 나를 위해서일까? 상대를 위해서일까?
관계를 손절하기로 결정한다면, 그 기준은 무엇이어야 할까?
관계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눈에 보이는 그 어떤 것보다 더욱 생생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새롭게 생겨나고 조금씩 성장하고 자연히 소멸하기를 반복한다. 가끔은 병들었다가 회복하고 더욱 공고해지기도 하지만, 때론 결별이라는 대수술을 단행하기도 한다.
디지털 시대의 간접적인 비대면 관계망은 아날로그 시대의 직접적인 면대면 관계망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광범위하고 다양해졌다. 이런 시대적 흐름이 손절해야 할 관계에 대한 빠른 판단력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손절에 대한 판단력 만큼 지속가능한 관계를 소중하게 지키는 능력 또한 매우 중요하다.
얇고 넓어진 인간관계 속에서 손절의 기준은 지속가능한 관계를 선택하는 기준과 맞닿아 있는 문제일 것이다. 관계는 삶을 살아가는 데 머리에 이고 갈 짐이 아니라 나란히 함께 할 힘이 되어야 하는 만큼, 관계를 정리하는 기준과 그 결정은 신중해야 한다.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손절이 소속감과 유대감을 포기하고 단절과 고립을 선택하는 결정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